ⓒ이은정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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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에는 번호가 있다. 이 번호만 제대로 알면 소비자는 산란 일부터 사육환경까지 좋은 달걀을 쉽게 고를 수 있다. 그중 사육환경에 대한 관심이 쏠리면서 맨 끝자리가 1번인 달걀을 고르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1번은 자연 방목한 암탉이 낳은 알을 뜻한다.

달걀 껍데기에 써진 이 번호를 ‘난각번호’라고 한다. 산란일자, 고유번호, 사육환경 순으로 영문과 숫자 총 10자다.

난각번호, 어떻게 읽나…산란일자·고유번호·사육환경 순으로 10자리

정부는 2019년부터 ‘난각 산란일자 표시제도’를 시행 중이다. 맨 앞 네 자리는 산란일자로 산란시점으로부터 36시간 이내 채집한 경우 채집한 날을 산란일로 표시한다. 1124면 11월24일에 닭이 산란했다는 뜻이다. 가운데 다섯 자리는 생산자 고유번호로 가축사육업 허가 시 농장별로 부여되는 번호다. 식품안전나라사이트에서 농장 정보 확인이 가능하다.

마지막 한자리는 달걀을 낳은 닭의 사육환경번호다. 이 숫자가 낮을수록 닭이 닭장 안팎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환경인 좋은 환경을 뜻한다. 사육환경 번호는 1부터 4까지다. △1은 방사사육 △2는 축사 내 평사(1㎡당 9마리) △3은 개선된 케이지(1개·11마리) △4는 기존 케이지(1개·15마리)에서 키워진 닭을 통해 산란한 달걀이다.

난각번호 맨 끝 숫자가 4번인 달걀은 ‘배터리 케이지’(Battery Cage)에서 사육된 닭이 낳은 알이다. 배터리 케이지에서 닭 한 마리는 A4 용지 한 장 크기 정도의 공간에서 몸을 움직이지도 못한 채 알만 낳다 죽는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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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각번호 1번 달걀 주세요”…조금 비싸더라도 ‘가치 소비’

요즘 소비자들은 사육환경 번호를 따져 소비한다. 조금 비싸더라도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소비로 표현하는 것이다. 동물자유연대가 최근 1개월 내 달걀 구매 경험이 있는 시민 1000여 명을 대상으로 ‘2021 케이지프리 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 케이지프리 달걀 구매 경험은 3년 새 18%p이상 급증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39.3%가 최근 1개월 이내 케이지프리 달걀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에 따라 주요 백화점은 ‘케이지 프리’(Cage Free)를 선언하고 동물복지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케이지 프리는 밀집사육으로 생산되지 않은 축산품을 말한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지난달 21일 오는 2023년까지 전 점포에서 배터리 케이지에서 기른 달걀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맨 끝 번호에 1번(자유 방사), 2번(축사 내 방사)이 표시된 달걀만 팔겠다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2017년부터 케이지 프리 달걀을 전면 도입했다. 마켓컬리도 올해 1월 '케이지 프리' 선언을 했다. 다만 목표 시점을 10년여 뒤인 2030년으로 잡았다. 현재 마켓컬리가 팔고 있는 달걀 60~70%는 케이지 프리 제품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동물을 학대하면서 생산한 상품을 시장에서 퇴출 중이다. 유럽연합(EU)에서는 달걀 껍질은 물론 포장재에도 사육 환경 정보를 표시하고 있고, 2012년부터 배터리 케이지 사육을 법적으로 금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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