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없는 죽음 ‘조력자살’ 기술도 특허출원 가능할까
고통없는 죽음 ‘조력자살’ 기술도 특허출원 가능할까
  • 김지우 다선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
  • 승인 2021.12.11 16:46
  • 수정 2021-12-13 0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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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여, 특허로 말하라]
‘엑시트 인터내셔널’이 개발한 조력자살 캡슐, 사르코(Sarco).  ⓒExit International
‘엑시트 인터내셔널’이 개발한 조력자살 캡슐, 사르코(Sarco). ⓒExit International

5분 안에 편안히 죽을 수 있는 조력자살 캡슐이 나왔다. 스위스에서 법적 심사를 통과했다고 한다. 

조력자살 또는 조력죽음이란 안락사의 하나다. 회복 불가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환자가 스스로 약물을 주입하는 식이다. 의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환자의 죽음을 앞당기는 적극적 안락사와는 차이가 있다. 

현재 조력자살이 합법인 나라는 스페인,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콜롬비아, 캐나다, 뉴질랜드 등이다. 영국 상원도 올해 11월 조력자살 허용 법안을 승인했다. 스위스는 1942년부터 외국인에게도 조력자살을 허용했다. 이번에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는 조력자살 캡슐을 운용하기 위한 법적 심사가 완료됐다. 

필립 니츠케 박사가 발명한 조력자살 캡슐, 사르코(Sarco)는 사람이 캡슐 안에 들어가서 눕기에 편안하게 디자인됐다, 캡슐 내 버튼을 누르면 내부가 질소로 채워진다. 산소 레벨이 21%에서 1%로 급격하게 감소한다. 사람은 저산소증, 저탄산혈증, 산소 및 이산화탄소 결핍으로 의식을 잃기 전에 약간의 방향 감각 상실과 행복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이 약 30초 동안에 일어난다. 결국 5~10분 안에 고통 없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고 한다. 캡슐 자체가 관이 된다. 매장된 캡슐은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므로 환경친화적이기도 하다. 캡슐 제조업체 ‘엑시트 인터내셔널’은 2022년부터는 이 캡슐을 운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엑시트 인터내셔널’이 개발한 조력자살 캡슐, 사르코(Sarco).  ⓒExit International
‘엑시트 인터내셔널’이 개발한 조력자살 캡슐, 사르코(Sarco). ⓒExit International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이러한 제품으로 사업을 전개하기 전, 독점권을 얻기 위해 사업 진출 예정국에 특허출원을 해 놓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사르코의 한국 특허출원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도안이 무료이며 오픈소스로 인터넷에 제공돼, 원하는 사람들이 언제든 3D 프린터를 통해 제작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니, 어쩌면 출원 자체를 하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특허출원을 했더라도 등록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특허법 제32조는 ‘불특허사유’로 공공의 질서 또는 선량한 풍속에 어긋나거나 공중의 위생을 해칠 우려가 있는 발명에 대해 특허를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특허법원은 마음가리라는 식물의 뿌리를 포함하는 식품 조성물 특허출원을 동 조항에 근거해 거절했다. 해당 약초를 과량으로 복용하면 10시간 안에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다. 사회적으로 자살을 조장한다는 우려도 있고, 법적으로 아직 조력자살을 인정하고 있지 않은 한국에서는 조력자살 관련 기술 특허출원이 어려울 것이다.

이와 같은 불특허사유에 해당하는 공서양속의 개념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며, 시대적 변화를 고려해 조문을 적용할 수 있다. 당장 조력자살 캡슐의 특허 등록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시대에 따라 바뀔 여지는 있다. 깊이 있는 윤리적, 사회적 논의가 이뤄진다면 고통 없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기술 분야 특허출원도 활발해질지도 모른다.

김지우 다선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
김지우 다선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

[여성이여 특허로 말하라] 더 보기 ▶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List.html?sc_serial_code=SRN219&view_type=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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