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상헌 게코스 리퍼블릭 대표
생명을 입양할 때는
책임감이 있어야
입양하려는 도마뱀의
서식환경과 사육방법을
충분히 알아보는 게 우선

임상헌 게코스리퍼블릭 대표 ⓒ홍수형 기자
임상헌 게코스리퍼블릭 대표 ⓒ홍수형 기자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파충류를 기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KB금융지주가 내놓은 '2021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내 인구는 대략 604만 가구 1448만 명. 다흑·악어아빠김줄스·정브르 등 파충류 유튜버가 인기를 끌면서 특수동물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다.

지난 11월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문을 연 ‘게코스 리퍼블릭’(gecko's republic)은 파충류 전문 카페로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층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얼핏 보기엔 일반 카페같지만 수족관 같은 유리장이 진열돼 있어 눈길을 끈다. 들여다보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고기나 거북이가 아닌 도마뱀이다. 

게코스 리퍼블릭은 도마뱀 공화국이란 뜻이다. 게코(gecko)는 뱀목 도마뱀붙이과의 동물을 말한다. 게코스 리퍼블릭에는 10종류의 도마뱀 200~300마리가 있다. 분양 가격은 7만원부터 1000만원 안팎까지 다양하다.

임상헌(42) 게코스 리퍼블릭 대표는 파충류의 반려동물 대중화를 목표로 한다. 임 대표는 “우리 주위엔 다양한 생물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파충류에 대한 오해와 혐오에 균열을 내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파충류카페의 문을 연 계기는 무엇인지요.

“4년 전 아들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도마뱀을 갖고 싶다고 했어요. 한두 마리씩 사주다 보니 20마리 이상 기르게 됐어요. 도마뱀들을 보살펴야 하니까 자연스럽게 공부를 시작했어요. 특히 도마뱀 번식에 호기심이 생겼지요. 한국에서는 도마뱀 번식이 힘들거든요. 도마뱀이 알에서 깨어나는 걸 보면서 신비함을 느끼고 성취감도 있었어요. 그러면서 이 일을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어 카페와 숍을 열게 됐어요.”

-파충류에 원래 관심이 있었는지요.

“물고기나 곤충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땐 개미떼가 움직이는 걸 쭈그리고 앉아서 보다가 반나절이 지난 적도 있었어요. 가게를 차리면서는 파충류들이 살 수 있는 환경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시중에서 파는 제품들은 플라스틱으로 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파충류들이 살던 자연 환경과 비슷하게 조성해줘야 잘 살거든요. 이런 걸 비바리움(vivarium)이라고 해요. 흙을 깔고 나무나 꽃 등 여러 식물들을 넣어 작은 생태계를 만드는 일도 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파충류를 키우는 이유를 무엇이라 보는지.

“코로나 19 시대가 도래하면서 사람들이 집 안에 머무는 시간 많아지고 그러면서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겪는다는 기사를 봤어요. 반려동물을 키우면 많은 위로를 받죠. 다만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경우 털이 있어서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어요. 또 강아지 같은 경우 주기적으로 산책을 해줘야 하고 집에 혼자 있는 시간 길면 안 되는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여럿 있어요. 반면 파충류는 밥을 주는 시기도 일주일에 2~3회 정도예요. 또 어항 안에서만 키워서 주인의 영역을 침범하지도 않아 특히 1인 가구가 키우기에 적합한 동물 같아요.“

게코스리퍼블릭 1층 카페 내부 ⓒ홍수형 기자
게코스리퍼블릭 1층 카페 내부 ⓒ홍수형 기자
게코스리퍼블릭 2층 내부 ⓒ홍수형 기자
게코스리퍼블릭 2층 내부 ⓒ홍수형 기자

-1층은 카페, 2층은 숍으로 구성했는데요.

“우선 동물을 풀어놓고 전시하고 싶지 않았어요. 철저한 공간 분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1층은 카페라서 위생적인 면에서도 적절하지 않았죠. 또 사람들이 보이는 곳에 여러 마리를 두면 오히려 파충류 혐오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았어요. 문제는 파충류에 대한 편견을 깨는 거예요. 그래서 1층에는 우리랑 친숙한 것 몇 마리만 뒀지요. 2층에서는 도마뱀을 기르는 브리더(breeder)가 상주해 전문적으로 돌보고 있어요. 분양을 원하는 분들이 2층으로 올라오시죠.”

-파충류 입문자가 키우면 좋은 품종이 있나요.

“저희는 사람이 사는 온도에서 살 수 있는 품종만 분양하고 있어요. 가장 많이 찾는 종은 크레스티드 게코라는 도마뱀이죠. 한국말로는 속눈썹 도마뱀이라고 해요. 생명을 입양할 때는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입양하려는 도마뱀의 서식환경과 사육방법을 충분히 알아보는 게 우선이죠. ”

- 현행법상 파충류는 반려동물 범주에 포함되지 않아 동물보호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반려동물은 가정집에서 분양하는 경우가 많았죠. 무분별한 경제 활동이 암암리에 이뤄지니까 동물보호에 대한 책임을 안 지는 거죠. 파충류도 개인 브리더들이 많은데 일부가 매매 후 세금 신고를 안 한다거나 밀수를 하는 등 문제가 있어요. 유기도 많이 해요. 파충류는 유기되는 순간 폐사하죠. 이런 인식을 바꾸기 위해 숍을 오픈하고 합법적으로 분양하고 있어요. 멸종위기종을 분양할 때는 사이테스(CITES·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를 통해 절차를 밟고 있고요. 파충류도 법상 반려동물 범주에 포함돼 조금 더 합법적인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임상헌 게코스리퍼블릭 대표 ⓒ홍수형 기자
임상헌 게코스리퍼블릭 대표 ⓒ홍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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