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정섭 공주시장
제5회 여성과 함께하는 좋은 정책 대상 수상
“이주여성 삶 나아지면 모든 여성 삶 나아져”

김정섭 공주시장이 9일 서울 동대문구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에서 열린 제24회 ‘2021 상호 존중하는 좋은 경영대상‘ 시상식 후 여성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김정섭 공주시장이 9일 서울 동대문구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에서 열린 제24회 ‘2021 상호 존중하는 좋은 경영대상‘ 시상식 후 여성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109만명. 대한민국에 뿌리를 내린 다문화 가구원의 수다(통계청, 2019).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정착하는 여성, 외국인 노동자가 점점 늘어 우리 이웃, 동료, 친구가 됐다.

이들이 ‘복지 수혜자’에 머물러선 안 된다.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살 기회와 지원이 필요하다. 충청남도 공주시 공무원들도 머리를 맞댔다. 이주여성과 다문화 가구원의 한국 적응과 자립, 지역사회 참여를 돕는 여러 정책을 4년째 시행하고 있다. 그 공로로 ‘제5회 여성과 함께하는 좋은 정책 대상’을 수상했다.

김정섭 공주시장은 9일 여성신문에 “이주여성과 그 가족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과 사회 참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정책을 고민해왔고 앞으로도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주여성의 삶이 나아지면 여성들의 평균적인 삶의 질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민선 7기 임기 동안 추진 사업 중 애착이 가는 사업, 끝까지 성공적으로 해내고픈 사업도 이야기했다.

김정섭 공주시장이 9일 서울 동대문구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에서 열린 제24회 ‘2021 상호 존중하는 좋은 경영대상‘ 시상식에서 ‘제5회 여성과 함께하는 좋은 정책 대상’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김정섭 공주시장이 9일 서울 동대문구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에서 열린 제24회 ‘2021 상호 존중하는 좋은 경영대상‘ 시상식에서 ‘제5회 여성과 함께하는 좋은 정책 대상’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공주시 거주 이주여성은 약 670명이다. 베트남(35%), 중국(15.6%), 필리핀(12.3%)에서 온 여성이 많다. 초기입국자보다 정착한 지 10년 이상이 된 장기 정착자의 비율이 높다. 다문화가족으로 보면 666가구, 2164명이 살고 있다. 작은 면 하나 규모다.

시는 이주여성·다문화가정 수요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 다문화가족 교류 소통공간 ‘다가온’과 이주여성 자조모임 ‘행복모임’ 운영 지원, 다문화가족 정책 토론회, 지원사업 설명회 등을 이어왔다. 2018년 2월 공주시 다문화가족협의회가 구성돼 16개 읍면동에서 회원 28명이 활동 중이다.

이주여성들의 의견을 수렴해 2021년부터 미취학·초등학생 자녀를 둔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다문화 엄마학교’를 열었다. 이주여성이 초등교과 7개 과목을 배워 자녀를 직접 지도하고, 자신들도 초등학교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게 해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12월 기준 10명이 졸업했고 2022년 졸업생 11명이 추가될 예정이다.

김 시장은 “‘시혜성 복지’ 정책을 벗어나 이주여성이 자립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봉사활동 등을 통해 지역 내 인식개선,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힘쓰고 있다”고 했다. “공주시 초등학교 신입생 다수가 다문화 가정 출신입니다. 그 학생이 한국에서 교육, 경제, 사회적 기회를 얻을 수 있어야 공주 지역사회의 삶의 질이 향상됩니다.”

‘지자체나 정부가 이주여성이나 다문화가족을 과도하게 지원해 내국인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장차 공주 지역사회의 미래를 고려해서라도 그런 생각을 바꾸면 좋겠다”고 답했다.

“우리 생각보다 훨씬 많은 다문화가족이 우리 이웃으로 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다문화사회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주민과 소통을 늘려야 하고, 국민 인식 전환도 필요합니다. 이주여성은 여성들 중에서도 약자고, 이분들의 삶의 질이 개선되면 여성의 평균적인 삶의 질이 올라갑니다. 이분들과 상생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역할입니다. 다만 다문화가족이라고 무조건 일괄적으로 지원하기보다는 경제 수준과 언어능력 등을 고려해서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여성과 함께하는 좋은 정책 대상’은 1998년 제정됐다. 여성의 삶을 이롭게 하는 정책 경영과 양성평등 경영에 기여한 기관, 단체, 기업 등을 선정해 시상한다. 공주시가 이주여성 관련 정책으로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이외에도 평등한 가족문화 확산, 다양한 성인지 정책과 성평등 조직문화 조성, 경력단절여성의 취·창업, 경제적 자립에 힘썼다는 평가도 받았다.

김 시장은 “성평등 공주시를 꿈꾼다”고 말했다. 2020년 여성가족부 선정 여성친화도시로 신규 지정됐다. 심사 단계에서 김 시장이 직접 PT를 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무령왕릉 이야기를 했다. 백제 제25대 왕인 무령왕과 무령왕비를 위계에 따라 구분하지 않고 나란히 안장한 점이 성평등 정신과 맞닿아 있다며, “1500여 년 전 선조들의 정신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성평등 사회를 위해 남성 참여를 독려하는 ‘히포시(HeForShe)’ 동참 의지도 밝혔다. 앞서 ‘히포시 리더’로 꼽힌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을 언급하며 “영예라고 생각한다. 저도 ‘히포시 리더’를 지향하겠다”고 했다.

김정섭 공주시장이 9일 서울 동대문구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에서 열린 제24회 ‘2021 상호 존중하는 좋은 경영대상‘ 시상식 후 여성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김정섭 공주시장이 9일 서울 동대문구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에서 열린 제24회 ‘2021 상호 존중하는 좋은 경영대상‘ 시상식 후 여성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부제

민선 7기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온 법정 문화도시 지정도 강조했다. 공주시는 2019년 12월 법정문화도시 전 단계인 ‘예비 문화도시’에 선정돼 활발한 예비사업을 추진했지만 최종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20년 10월 공주문화재단을 설립하고, 산하에 문화도시 사업 전담조직인 문화도시센터를 설치해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다. 현재 공주시를 포함해 16개 도시가 ‘문화도시’ 타이틀을 얻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이달 말 최종 발표가 나온다.

김 시장은 “공주는 이미 문화도시”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2021년은 무령왕릉 발굴 50주년이자 무령왕의 갱위강국 선포 1500주년이 되는 해였다. “공주는 충남에서 가장 문화재 보유량이 많고, 시민들의 문화예술 참여 의지와 문화 자원도 최상위권에 속합니다. 전체 시군의 예산 중 문화 및 관광 예산 평균 비율이 4%인데 공주시는 9%대입니다. 문화도시 지정을 위한 기본 문화예술 인프라 조건은 충족했다고 자부합니다.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좋은 결실을 맺을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민선 7기 임기 동안 추진 사업 중 △국내 1호 ‘어르신 놀이터’ 등 노인복지 정책 △모바일 지역화폐 ‘공주페이’ △원도심 도시재생을 큰 애착이 가는 사업으로 꼽았다.

공주시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26%를 넘어섰다. 2021년을 ‘어르신 친화도시 원년’으로 선포하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김 시장은 “이제는 노인복지를 개인의 영역이 아닌 사회적 관심의 영역으로 옮겨야 한다”며 시설보호 중심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의 전환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골 어르신들의 생활 터전, ‘경로당 복지’에 중점을 뒀다. 공주 시내 경로당 429곳을 모두 어르신이 원하는 다기능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무료 점심을 제공하고, 급식도우미를 파견해 어르신들의 식사 편의와 건강을 챙기도록 했다. 경로당 운영비 지원금도 기존 분기별 10만원에서 15만원으로 올렸다. 건강, 취미 등 활성화 프로그램도 보급했다. 전국 최초 어르신 놀이터는 공주시의 자랑이다. 어르신들이 전문 강사의 도움으로 체형과 건강 상태에 맞는 운동기구와 놀이기구를 즐길 수 있도록 한 놀이터다. 여러 지자체에서 찾아와 벤치마킹을 시도하고 있다. 2022년에는 어르신은 물론 어린이 등 다양한 세대가 어울릴 수 있는 ‘2호 어르신 놀이터’도 조성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여파로 한동안 운영을 중단했다가 속속 재개하고 있다.

충남 최초로 출시한 모바일 전용상품권 ‘공주페이’도 빼놓을 수 없다. 지역 상인은 카드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고, 소비자는 10% 할인 혜택을 받는다. 2019년 8월 도입해 2021년 12월 현재 총 이용액 1900억 돌파를 앞뒀다. 가입자 수는 시 인구와 맞먹는 9만300명에 달하고, 하루 이용액은 4억 1000만 원을 웃돈다. “지역 내 반응이 뜨겁고, 회전력도 좋아 충전액의 80%가량이 실제 사용되고 있다. 시내 소비를 유도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한다”고 김 시장은 설명했다.

공주페이로 결제할 수 있는 배달앱도 9월 출시했다. 민간 배달앱보다 중개수수료가 약 90%가량 싸다. 누적 주문 약 1만2000건, 거래 규모 2억7000만원에 달한다. 연말까지 가맹점 300개소, 시장점유율 15%를 목표로 세웠다.

2014년부터 시작된 도시재생 사업도 주목받는 사업이다. 한때 공주의 중심이었으나 쇠락한 제민천 주변 원도심을 지역 명소로 되살렸다. 썩어가던 제민천은 생태하천으로, 인근에는 게스트 하우스, 독립 서점, 카페, 식당, 갤러리 등이 늘어 문화 중심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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