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가정의 크리스마스 풍경 ⓒCarolina Romare/imagebank.sweden.se
스웨덴 가정의 크리스마스 풍경 ⓒCarolina Romare/imagebank.sweden.se

스웨덴에서 처음 겨울을 맞는 사람들에게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많다. 그 중에서 촛불에 관한 이야기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 거리다. 12월 전국 가정에서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창가에 촛불을 켠다. 지난 주 기차를 타고 고도 칼마르로 향하는 열차 속에서 바라보던 시골의 풍경도 스톡홀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1950년대 스웨덴 가정의 크리스마스 모습을 주제로 해 그린 엘사 베스코프(Elsa Beskow)와 같은 화가들이 그린 동화 속 삽화를 보면 지금의 모습과 큰 차이가 나질 않는다. 전기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화재위험이 적은 전기촛불로 대체되었을 뿐 풍경은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에서 와 처음으로 스웨덴의 겨울을 경험한 한 지인은 스웨덴이 마치 공산주의 국가로 착각하기 쉽다고 했다. 12월에 접어 들면서 전국 어디를 가도 똑 같은 창문풍경이 펼쳐져 마치 촛불을 켜지 않으면 어디론가 조용히 연행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그만큼 스웨덴 사람들의 촛불 사랑은 특별하다. 이 촛불 의식은 언제 시작한 것일까?

크리스마스 4주 전 일요일 첫 촛불을 켜고 매주 하나씩 4번을 켜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던 예식은 500여년의 전통을 갖는다. 촛불은 자신을 태우며 주위를 밝게 비춘다는 의미에서 빛과 소금의 중요한 성경구절이기도 하다. 스웨덴의 크리스마스는 11월 말부터 시작된다. 가정마다 아이들과 함께 계피과자를 굽고 귀리 빵을 만들어 거실에 거는 의식도 포함된다.

크리스마스 때만 등장하는 음식들도 있다. 콜라 맛과 향을 가지고 있지만 특별한 향료를 첨가해 만든 크리스마스 무스트음료(julmust), 말린 대구를 2주 동안 소다수에 담가 놓았다가 요리하는 루트생선(luftfisk) 등은 햄, 소세지, 소금에 절인 연어, 염장청어 등과 함께 스웨덴의 크리스마스 요리의 필수코스다. 세상에서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음식을 체험해 보려면 스웨덴의 크리스마스 음식요리와 음료가 제격이다.

직장의 각 부서마다 크리스마스 부페, 일명 율부드(julbord)는 직장동료들과 한해를 마감하며 즐기는 만찬이다. 직장에서 당일이나 1박2일로 제공하는 만찬이기 때문에 전국의 고급회의 시설은 일찌감치 예약이 끝난다. 스웨덴에서 가장 큰 쇼핑체인점인 ICA에서 제공하는 크리스마스 필수코스 23개를 추천하는 메뉴(https://www.ica.se/artikel/julbord/)를 보면 육류, 생선, 닭고기, 거위간, 야채요리까지 다양하다. 식사 때 마시는 크리스마스 음료 글렉(glögg)과 계피향이 나는 페파카쿠르 과자(pepparkakor)도 필수 다과에 포함된다. 크리스마스 4주 전 일요일에 촛불을 켜는 날부터 도시의 광장에 들어서는 크리스마스 시장에서는 따끈하게 데운 글렉(glögg)과 계피과자가 추운 날씨에 몸을 녹이며 맛볼 수 있는 필수다과로 인기를 끈다. 금값보다 비싸다고 하는 사프론 향료를 넣은 빵(lussebulle), 음식과 음료, 그리고 과자, 카라멜과 같은 후식까지 포함하면 율부드에 올라오는 음식과 다과의 종류는 족히 100여개가 넘는 셈이다. 오로지 1년에 딱 한번 크리스마스 상에 오르는 음식이 이렇게 많은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24일 온 가족이 크리스마스 트리에 옹기종기 모여 선물을 주고받는 전통도 그대로 남아 있다. 2017년 스웨덴 상공회의소에서 산출한 자료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선물 산업이 창출하는 총매출은 230억 크로네(한화로 약 4조5000억), 그리고 국민 한사람 당 3,300 크로네 즉, 약 50만원 정도를 지출한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산업이 국가에 납부하는 세금만 290억 크로네, 대략 5조에 이른다고 한다. 국민이 즐기는 크리스마스는 국가의 중요한 세원이 된다는 측면에서도 국가경제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바가 크다.

12월이 되면 스웨덴 가정마다 문 입구에 소나무 잔가지로 만든 월계관 모양의 장식을 걸어 놓는다. 율크란스(julkrans)라고 하는 이 장식물은 희망을 상징하는 메시지다. 연말을 보내는 가족들이 한 해를 잘 정리하고 새해를 희망차게 맞이한다는 뜻과 함께 자신의 집을 방문하는 모든 이에게도 행운과 사랑을 전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상점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제품도 있지만 가족과 함께 만들어 거는 것이 전통이다. 며칠 전 뉴스를 보니 전국의 큰 쇼핑몰마다 장바구니 하나 더 보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하나는 자신을 위해서, 또 다른 하나는 크리스마스를 즐기지 못하는 이웃을 위해 전달하는 형식이다.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으로 다시 세계를 급속하게 위축시키고 있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본다. 스웨덴 각 가정에서 밝혀 놓은 촛불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환하게 밝히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하듯 코로나로 인한 시련과 아픔, 그리고 이별과 슬픔으로 좌절한 사람들에게 배려와 위로의 한 마디를 전해 보자. 우리 모두가 구세군의 냄비가 되어 나보다 더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이웃을 걱정하고 위하다 보면 우리 모두에게 큰 축복의 새해가 밝아 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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