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미래를 이끌어갈 여성지도자상]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

“국산 야동이 아니라 범죄 영상입니다.” 이 짧은 문장이 효력을 발휘하기까지 자그마치 5년이 걸렸다. 서승희(31)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 대표는 여성 성착취 피해영상물이 공공연하게 ‘국산 야동’으로 불리며 소비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2017년 2월 한사성을 설립했다. 서 대표는 2015년 사이버 성폭력 근절 운동에 뛰어든 뒤 2017년 온라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특성에 맞춘 피해지원을 위해 한사성을 세웠고, 2018년 웹하드 카르텔, 2020년 텔레그램 성착취 문제 등 온라인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뛰며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 신생 여성단체는 부족한 자원과 인력에도 불구하고 상근자 9명의 조직으로 굳건히 성장했다.

한사성이 5년 전 당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구했던 △사이버성폭력 전담 부서 신설 △가해자 처벌 강화 △피해자 지원 확대라는 3가지 정책은 현장에 반영됐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개소했고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마련됐고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도 새롭게 정해졌다.

한사성 활동을 통해 정책의 공백은 조금씩 메워지고 있다. 하지만 그 사이 서 대표를 비롯한 활동가들은 조금씩 소진되고 있다. 피해자를 상담하고 피해 영상물을 모니터링하면서 겪는 몸과 마음의 피로, 백래시, 페미니즘 리부트 세대의 균열, 그리고 여성운동단체들의 위기요소까지 그의 고민 주머니는 가득하다.

서 대표는 “최근 내가 살고 싶은 삶은 무엇인지, 내가 하고 싶은 운동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고 있지만,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활동을 돌아보면 동료들과 함께 만든 빛나는 성과와 내적 성장의 순간, 그리고 그림자의 순간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번 미지상 수상은 슬럼프를 겪는 서 대표에게 하나의 ‘메시지’로 다가왔다. 그는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여성운동이 갖는 가치와 의미를 잡고 한걸음씩 다시 나아가 보라는 메시지로 느껴진다”며 “함께 운동했던 모든 동료들에게 이 상을 돌리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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