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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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726, 당시 무소속 후보였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후원금 모금을 시작한 지 20시간 15분 만에 무소속 후보의 한도액인 256,545만 원을 모두 모았다. 같은 해 98, 유튜브 김동연TV 채널을 통해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후원 계좌를 연 지 하루 만에 12억 원이 넘는 후원금을 모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후원계좌를 연 지 일주일 만에 약 20억 원을 모았다고 한다. ‘소리 나는 정치인들의 후원금 소식을 들으면, 우리나라 시민들이 정치에 대한 불만이 많은데 그만큼 정치에 대한 관심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모든 정치인들이 이 정도 후원금을 모을 수 있을까? 당연히 아니다. 십억 단위의 후원금은 대선이기 때문에 가능한 액수이기도 하고, 모든 대선 후보들이 십억 단위의 후원금을 모으는 것도 아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대 대선에서 후보자가 사용할 수 있는 선거비용, 선거비용제한액513900만 원으로 결정한 것을 보면, 유력 대선 후보들이 모은 후원금이 많다고 하기 어렵다. 19대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약 500억 원,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420억 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약 460억 원을 사용했던 걸 고려하면(류미나 2017), 현재 대선 후보들이 후원금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물론, 조금 더 근본적으로 들어가 아무리 대선이라도 선거비용제한액이 약 500억 원이나 되는 것이 적절한지, 후보자 개인이 모금할 수 있는 후원금 규모를 어느 정도로 하는 것이 적절한지, 후보자가 지출한 선거비용을 유효 득표율에 따라 사후에 보전(reimbursement)해주는 것이 선거공영제라는 취지에 부합하는지 등에 대해서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선거비용 1,000만 원이 적다는 것은 누구의 입장인가?

정치후원금에 한정해 살펴보면, 20211월에 정치자금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후원회를 개설할 수 있는 정치인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후보자와 예비후보자, 광역·기초단체장에 출마하는 후보자뿐이었다. 광역·기초단체장에 출마하는 예비후보자와 광역·기초의회에 출마하는 후보자와 예비후보자는 후원회를 개설할 수 없었다.

2019, 헌법재판소는 이들 정치인에게 후원회를 개설할 수 없도록 한 것이 위헌인지 여부에 대해 판결을 내렸는데 광역단체장 예비후보자의 후원회 지정권을 보장하지 않은 것은 불리한 차별이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광역·기초의회 (예비)후보자에게 후원회를 개설할 수 없도록 한 것은 광역·기초의회 의원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과 본질적으로 다른”, 해당 지역구의 지역사무를 처리하는 존재일 뿐이고, “선거비용 이외에 정치자금 필요성이 크지 않, “상대적으로 선거비용이 적게들기 때문이라며 합헌이라고 판결했다(이진옥·권수현·서복경·장면선 2020). 

자치구의회의원은 대통령, 국회의원과는 그 지위나 성격, 기능, 활동범위, 정치적 역할 등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 자치구의회의원의 활동범위는 해당 자치구의 지역 사무에 국한되고, 그에 수반하여 정치자금을 필요로 하는 정도나 소요자금의 양에서도 현격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중략)자치구의회의원의 경우, 선거비용 이외에 정치자금의 필요성이 크지 않으며, 선거비용 측면에서도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에 비하여 선거운동 기간이 비교적 단기여서 상대적으로 선거비용이 적게 드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국회의원선거의 에비후보자와 달리 자치구의회의원선거의 에비후보자에게 후원회를 통한 정치자금의 조달을 불허하는 것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2018헌마310·430(병합) 판결문 중)

그런데 2018년 지방선거(기초의회선거)에 참여해 당선된 2030 청년 의원들이 밝힌 선거비용을 살펴보면(비례대표 제외), 최소한 1,000만 원 이상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고, 5,000만원까지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뉴웨이즈 2021).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게는 기초의회 선거에서 지출되는 비용이 적은 돈일지 모르지만 그동안 정치에서 배제된 사람들, 여성·청년·장애인 등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게 하는 비용이다. 그리고 선거비용을 포함한 정치자금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정한 약 2주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만이 아니라 예비후보 등록 때부터 또는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지출된다는 점에서 청년 의원들이 밝힌 돈보다 더 많은 돈이 지출됐을 수 있다. 더욱이 선거에서 유효 득표수의 10% 이상을 득표하지 못하면, 선거비용을 한 푼도 보전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기초의회 선거에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추정되는 1,000만 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선거운동 비용이 현실적으로 들 수밖에 없고, 어느 정도 써야지 사람을 만나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건 사실인데. 이게 청년들한테 상당한 진입장벽이 되고 있긴 해요. 당시(2018년 지방선거)에 청년 정치인들을 위한 선거자금 펀드같은 것들이 활발하게 진행됐었습니다. ○○○씨 경우도 펀드로 천만 원 가까이 모금해서 사용했고요. 다만 이게 기부하는 게 아니고 말 그대로 빌리는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 상환하는 데 굉장히 고생하더라고요.” (사례2, 2018년 기초의회 지역구 출마 낙선)

 

2022년 지방선거 때부터 광역·기초의회 (예비)후보자도 후원금 모금 가능

다행스럽게 21대 국회는 20211, 정치자금법을 개정하면서 그동안 후원회를 개설할 수 없었던 광역·기초단체장 예비후보자와 광역·기초의회의 (예비)후보자에게 후원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그림 1> 참조). 따라서 내년 2022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의회에 출마하는 (예비)후보자들도 후원금을 통해 선거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 이들이 모을 수 있는 후원금은 선거비용제한액50%이다. 공직선거법 제121(선거비용제한액의 산정)에 따르면, 광역의회 후보자의 선거비용제한액은 ‘4천만 원+(인구수×100)’이며, 기초의회 후보자는 ‘35백만 원+(인구수×100)’이다. 이 금액의 절반을 후원금으로 모금할 수 있다. 선거비용제한액만큼을 선거비용으로 지출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해야 당선이 되는 것도 아니지만 자산이 있거나 빚을 내 비용을 마련할 수 있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더 유리한 상황에서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높고, 당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자원에 의한 경쟁의 불공정성”(이진옥 외 2020)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설명: 굵은 선으로 표시된 주체는 2021년 1월 5일 정치자금법 개정 이전 후원회 개설권을 가졌고, 점선으로 표시된 주체는 2021년 법률 제17885호로 허용되었음. ⓒ이진옥 외(2020, 268)
<그림 1> 현행 정치자금법상 후원회 지정권 주체의 현황
*설명: 굵은 선으로 표시된 주체는 2021년 1월 5일 정치자금법 개정 이전 후원회 개설권을 가졌고, 점선으로 표시된 주체는 2021년 법률 제17885호로 허용되었음.
**출처: 이진옥 외(2020, 268)

페미니스트 정치에 대한 지지, 후원으로 표현하자

그럼에도 이러한 제도 변화는 그동안 선거비용이라는 정치자금 때문에 출마를 망설였을 또는 재출마를 포기하거나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그만두었던 여성, 청년, 장애인, 노동자, 성소수자 등에게 ()도전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변화된 제도를 활용해 내년 20226월에 치러질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더 많은 여성, 청년, 장애인, 노동자, 성소수자 등이 도전하기를 희망한다. 무엇보다 성평등 민주주의에 대한 지향을 가진 여성·청년·장애인·노동자·성소수자·남성 페미니스트들이 적극적으로 기초의회 선거 출마를 결심하면 좋겠다. 동시에 유권자들 또한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페미니스트 정치인들에게 후원을 통해 적극적인 지지를 표현해주기를 희망한다. 페미니스트 정치인이 손에 꼽을 만큼 적고, 페미니스트라는 것을 드러내기 어려운 한국정치에서 이들이 남성정치의 문법에 편입되지 않고, 페미니스트 정치를 계속 할 수 있는 기반은 유권자의 후원이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약 3,000명 이상의 선출직이 탄생하게 된다. 기초의회 한 곳마다 최소한 한 명의 페미니스트 의원이 존재할 수 있기를 희망하며,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페미니스트 정치인 후원 캠페인이 적극적으로 시도되면 좋겠다. 정치후원금은 10만원까지 전액 세액공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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