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선의 발언] ‘이대남’이 쥐락펴락 하는 대선 풍경
[유창선의 발언] ‘이대남’이 쥐락펴락 하는 대선 풍경
  • 유창선 시사평론가
  • 승인 2022.01.10 11:52
  • 수정 2022-01-10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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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뉴시스·여성신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뉴시스·여성신문

유력 대선 후보들의 ‘이대남’(20대 남성) 눈치보기가 점입가경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포옹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이내 ‘이준석과 이대남들’의 라인으로 들어간 모습이다. 앞뒤 설명도 없이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구호를 페이스북에 올린다. ‘여성가족부를 개편해서 양성평등가족부를 만든겠다’던 기존 공약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아무런 설명도 없이 일단 던져놓고 본다. 윤석열 후보를 ‘항’이라는 멸칭으로 비하하던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윤석열을 안찍을 수 없다”는 환호가 터져 나온다.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 여가부가 여러 반감을 샀던 이유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에 ‘찍고 안찍고’가 결정나는 광경은 정상적이지 않다. 남초 커뮤니티들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되겠다는 정치인은 젠더 편가르기에 편승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젠더 문제든 세대 문제든, 정치지도자는 갈등의 조정자여야지 갈등의 유발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이대남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세상의 절반인 여성들, 다른 세대들과 등돌리는 것은 옳지도 않을 뿐더러 선거에서 이기는 길이 될 수도 없다. 이준석 대표가 하자는대로 따라간 윤석열은 그 길이 비상구가 아니라 낭떠러지였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쪽도 페미 성향의 채널이라는 유튜브 방송 출연을 둘러싸고 오락가락 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초 유튜브 채널 '씨리얼'에 출연하기로 하자, 남초 커뮤니티에서 “왜 페미 채널에 나가느냐”면서 “여성 표를 얻기 위해 출연한다면 2030 남자 표는 다 잃게 될 것”이라는 항의들이 빗발쳤다. 남초 커뮤니티의 반발에 화들짝 놀란 김남국 의원 등의 만류로 결국 출연은 취소되었다고 한다. 거꾸로 여성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이 후보는 다른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에 출연하여 지지층인 2030 여성들의 비판을 수습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페미니즘에 대한 남녀와 세대의 입장 차이야 분명 복잡하게 존재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자신들과 다른 성향의 채널에는 나가지도 못하게 막는 문화는 반이성적이고 극단적인 것이다. 문제는 대선에 나선 유력 후보들이 이대남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오락가락 휘둘리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페미니스트들에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030들 사이에서 “페미 하냐?”는 질문이 “일베 하냐?”는 질문과 동급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체 페미니즘 운동은 왜 이토록 고립당하게 되었는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많은 여성들조차도 페미니즘을 불편해하는 현실은 이대남들의 탓이 아니다. 남성들을 모두 ‘잠재적 가해자’로 만들고 있다는 항변도 이유없는 것만은 아니다. 단지 이대남들에게 편승한 정치인들의 갈라치기 탓만 하고 있기에는 페미니즘 운동의 앞길이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페미 하냐”는 질문이 압도하는 환경에서 대체 페미니즘의 활로는 무엇인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 몇 년간 우리는 페미니즘의 전성시대를 거치는 듯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난 지금, ‘여성들은 아직도 약자’라는 말을 꺼냈다가는 혼이라도 날 분위기로 바뀌어 버렸다.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든, 이런 분위기라면 어떤 정치인이 여성들에 대한 배려나 여성들의 역할을 입에 담을 수 있을까. 어쩌면 페미니즘의 시대는 가고 여혐의 시대를 맞게 될지도 모르겠다. 여성혐오의 언어들이 난무하는 남초 커뮤니티가 대선판을 쥐고 흔들며, 유력 후보들이 쩔쩔매며 눈치를 살피는 대선의 풍경은 우리 모두에게 근본적인 고민을 숙제로 던져주고 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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