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8월 초연
채식주의자 9월 초연...벨기에 무대도 올라
여성주의 시선 담은 소설 공연화 이어져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 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연극이 돼 올 하반기 관객들과 만난다.  ⓒ민음사/창비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 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연극이 돼 올 하반기 관객들과 만난다. ⓒ민음사/창비

세계가 주목한 한국 여성 작가들의 소설이 올해 공연으로 변신한다.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 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연극이 돼 올 하반기 관객들과 만난다. 여성의 시선으로 가부장제에 문제를 제기한 두 작품이 어떤 새로운 옷을 입을지 독자들의 기대가 높다.

제작사 스포트라이트는 연극 ‘82년생 김지영’을 8~11월까지 삼성동 백암아트홀 무대에 올린다.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정유란 문화아이콘 대표가 무대화 작업을 맡는다. 정 대표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 대학로에서 소극장 ‘예술극장 나무와 물’을 운영하며 백희나 작가 동화 원작의 동요 콘서트 ‘구름빵’, 연극 ‘도둑맞은 책’,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등을 선보였다.

연출은 노동 문제와 인종차별을 다룬 연극 ‘스웨트’로 제23회 김상열연극상을 수상한 안경모 극단 연우무대 연출가가 맡는다. 각색은 김애란 작가의 동명 소설 『달려라, 아비』를 연극화해 호평받은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작품상을 받은 뮤지컬 ‘아랑가’ 작가인 김가람 작가가 참여한다. 2022년 1월 현재 대본 개발과 캐스팅을 마무리하고, 내부 워크숍, 리딩 등을 거쳐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스포트라이트 관계자는 “현행 거리두기 단계가 유지된다면 일정에 변동 없이 공연을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작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생 김지영씨’로 대변되는 한국 여성의 삶을 완벽하게 재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집, 학교, 직장에서 성차별을 겪으며 살았고 결혼해 출산하자 ‘독박 육아’를 떠안게 된 경력단절여성 김지영의 이야기다. 제도적 차별이 완화된 시대, 보이지 않는 일상의 차별이 어떻게 여성들의 삶을 제약하고 억압하는지를 보여 준다. 2016년 발간된 후 국내에서만 130만 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다. 미국, 일본, 독일 등 26개국에 판권이 수출됐고, 미국 타임지 선정 ‘2020년 반드시 읽어야 할 도서 100’에 올랐다. 일본에서도 20만부 넘게 팔려 화제가 됐다. 2019년 10월 개봉한 동명 영화는 누적관객수 367만명을 기록했다.

2016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설을 연극화한 ‘채식주의자’도 2022년 9월 국내 초연 예정이다. 국립극단 무대를 거쳐 12월 벨기에 리에주극장에서 처음 해외 관객들과 만난다.

국립극단과 벨기에 리에주극장이 공동제작하고, 벨기에의 배우 겸 연출가 셀마 알루이가 각색과 연출을 맡는다. 알루이 연출가는 벨기에 영화전문학교(INSAS)를 나와 2007년 극단 ‘Mariedl’을 공동 창립하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국립극단 배우들이 출연하며, 무대 디자인 등 스태프로는 한국과 벨기에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본래 2020년 5월 국내 초연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취소됐다. 각색 작업을 마쳤고,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본격적으로 협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원작 소설 『채식주의자』는 세 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연작소설이다. 어릴 적 다리를 문 개를 죽이는 장면을 본 이후로 육식을 거부하게 된 주인공 ‘영혜’를 중심으로 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육식과 가부장제의 폭력성을 연관 지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2016년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한국 작가 최초로 수상했다. 지금까지 영미권, 프랑스, 스페인 등 27개국 이상에 판권이 수출됐고, 세계 출판계가 한국 문학에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된 작품으로도 꼽힌다. 국내에서도 2016년 한 해에만 약 70만부가 팔릴 정도로 주목받았다.

이금이 작가가 2004년 펴낸 청소년소설 『유진과 유진』(푸른책들)은 2021년 동명의 뮤지컬로 제작돼 무대에 올랐다. ⓒ밤티/탄탄대로
이금이 작가가 2004년 펴낸 청소년소설 『유진과 유진』(푸른책들)은 2021년 동명의 뮤지컬로 제작돼 무대에 올랐다. ⓒ밤티/탄탄대로

지난해에도 이금이 작가가 2004년 펴낸 청소년소설 『유진과 유진』(푸른책들)이 뮤지컬로 만들어져 주목받았다. 유치원 시절 원장에게 함께 성추행을 당했으나 엇갈린 기억을 갖고 살아온 동명이인 ‘유진과 유진’이 중학생이 돼 한 반에서 해후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아동 성폭력을 다루지만, 선정적인 묘사를 배제하고 음악과 배우의 목소리만으로 생존자가 겪은 고통과 용기, 연대를 표현해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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