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위문편지 목적 훼손되지 않도록 주의"
서울시교육청 "교육청서 조처할 계획 없어"

사진=SNS 캡처
사진=SNS 캡처

서울 한 여자고등학교 학생이 작성한 군인 위문편지를 두고 논란이 인 가운데 편지를 쓴 학생의 신상정보 유포와 성희롱이 이어지고 있다.

사건은 지난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위문편지 한 장이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사진 속 위문편지에는 ‘군 생활 힘드신가요? 그래도 열심히 사세요^^ 앞으로 인생에 시련이 많을 건데 이 정도는 이겨줘야 사나이가 아닐까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위문편지가 알려지자 온라인에는 성희롱성 발언이나 학생들의 신상유포를 하겠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한 남초 커뮤니티에는 편지를 쓴 학생으로 추정되는 미성년자의 신상정보를 공유했다. 카카오맵에서는 해당 학교의 평점을 1점으로 낮추는 '평점 테러'도 이어졌다. 일부는 “전쟁이 나서 성 노리개가 돼봐야 그제야 깨달을 텐데” 등의 성희롱 댓글을 달았다.

자신을 해당 학교 재학생이라고 밝힌 누리꾼은 “제발 우리 학교 애들 신상 털어가지 말라”며 “새벽에 나도 친구들도 인스타 계정 다 비공개로 돌리고 알림 꺼둘 정도”라고 호소했다.

공개된 ‘위문편지 작성에 대한 유의사항’을 보면 이미 학교 측은 위문편지로 인한 학생들의 신상 유포 가능성을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 유의사항에는 ‘군인의 사기를 저하할 수 있는 내용은 피한다’, ‘지나치게 저속하지 않은 재미있는 내용도 좋다’, ‘끝맺음은 ○○여자고등학교 ○학년 ‘드림’이라고 한다’고 돼 있다. 그러면서도 학교는 ‘개인정보를 노출하면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으니 학번, 성명, 주소, 전화번호 등 정보 기재 금지’라고 명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고에서만 이루어지는 위문편지 금해주시길 바란다’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편지를 쓴 학생에게 어떤 위해가 가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위문편지를 써야 한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미성년자에 불과한 여학생들이 성인 남성을 위로한다는 편지를 억지로 쓴다는 것이 얼마나 부적절한지 잘 아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교 측은 논란이 일자 입장을 냈지만 학생들을 향한 성희롱 발언과 신상유포에 대한 방침은 없었다. 학교는 지난 12일 홈페이지를 통해 “1961년부터 시작해 해마다 이어져 오는 행사로 젊은 시절의 소중한 시간을 조국의 안전을 위해 희생하는 국군 장병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통일과 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교육활동으로 삼고 있었다”며 “2021학년도 위문편지 중 일부의 부적절한 표현으로 인해 행사의 본래 취지와 의미가 심하게 왜곡된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국군 장병 위문의 다양한 방안을 계속 강구하고 있다”며 “향후 어떠한 행사에서도 국군 장병에 대한 감사와 통일 안보의 중요성 인식이라는 본래의 취지와 목적이 훼손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서울시교육청 측 또한 해당 논란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날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교육청에서 조처를 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우선 학교에서 벌어진 일이라 학교 차원에서 해결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학교 차원에서 해당 부대에 사과 조치를 할 예정이고 신상 정보가 노출된 학생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위클래스 상담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에서 이 문제를 빨리 정리하는 차원에서 해당 군부대에 사과하는 기회를 잡으려는 것으로 안다”며 “학생 한 명이 신상정보가 노출된 부분도 있어 보호 차원으로 위클래스를 통해 상담을 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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