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

 

<작가의 말>

오랜 세월 마주해 온 창을 화폭 삼아, 그 화폭을 창 삼아 꽃이며 정물,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을 그려올 수 있던 것은 내게 큰 축복이었다. 더욱이 화가이며 교수인 딸 조기주와 다르지만 꼭 닮은 길을 함께 걷고 있다는 사실 또한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이다.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연 ‘발견의 시학, 구상과 추상 사이’는 축복 속에 그려온 그림들을 딸 조기주와 함께 선보이는 다섯번 째 모녀전이다. 출품작들을 고르던 중 발견한 1998년작 ‘조선백자에 담긴 장미’와 팔순을 맞아 내놨던 ‘여러가지 들꽃들’엔 유독 마음이 갔다.

두 눈으로 꽃과 대상을 명징하게 보며, 그 꽃과 대화를 주고 받듯 활달히 붓을 움직여 화폭에 담아낸 소중한 기억들이 떠오르는가 하면, 평면화한 화면으로의 전환이 드러나는 작품을 내놓기까지 거듭한 숱한 고심과 습작의 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쳤기 때문이다.

그 뿐일까. 고등학교 은사이자 천부적 재능으로 모두를 감탄케 했던 화가 이인성 선생님의 지도와 대학 시절 은사 김인승 선생님의 섬세함 등 오랜 세월 그림을 그리며 만나고 마주했던 소중한 기억들이 새삼 떠오른다. 그런 만남과 세월을 보내지 않았더라면, 지금껏 그림 그리는 일을 지속해올 수 있었을까. 2003년 경기도 용인의 작업실로 이주한 뒤 10년이 넘도록 마주한 산과 밭의 풍광을 접하지 못했다면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갈 수 있었을까.

작업실에서 화병에 꽃을 풍성하게 꽂아 그림을 그릴 때, 창 밖으로 펼쳐진 풍광을 바라다 볼 때 나는 내 존재의 안과 바깥의 드넓은 자연을 화폭에 담아내려 무진 정열을 쏟아 왔다. 또 지나온 세월과 지금을 놓치지 않고 그려 내려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내가 품은, 자연이 품은 그리고 서로를 품은 모습들을 그려내기 위해서 말이다.

지금은 용인을 떠나 서울 용산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긴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한 현역으로, 화가로 지내는 지금의 삶 또한 화폭에 담아낼 수 있을까. 나에게 그림은 거쳐 온 숱한 날들의 소중함이자 나를 에운 자연에 대한 경외의 표현, 어쩌면 삶의 가장 중요한 의미 그 자체다.

<약력>

1950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1962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대학원 회화과 졸업

국전 서양화 부문 유일한 여성 초대작가 및 녹미회 회장 역임

2019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 동창회 공로상 수상

현재 사단법인 목우회 고문, 미협· 녹미회 회원,

<개인전>

2022 제20회 <이경순의 꽃과 정물>, 토포하우스, 서울

2007 제16회, 花畵六十, 예맥화랑, 서울(팔순전)

1997 제13회, 덕원 갤러리, 서울(칠순전)

1987 제12회, 교토시립미술관, 교토, 일본

1987 제11회, 도쿄한국문화원, 도쿄, 일본

1986 제7회, 대학당갤러리, 오오사카, 일본

1982 제5회, 한국화랑, 뉴욕, 미국

1965 제1회, 신문회관 화랑,서울 등 20회

<단체전>

2021 제1회 국제수채화비엔날레, 함양, 경상남도

2021-1962 목우회전, 예술의 전당

2020-2012 국전 작가회, 서울미술관 외, 서울

2006-03 원로 중진작가전, 국립현대미술관

1999-96 대한민국 원로작가 초대전,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1994 서울정도 600년전, 국립현대미술관, 경기도

1987-1981 현대미술초대전, 국립현대미술관, 미술회관 외 등 40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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