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정연정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행정학 교수 출신 공공정책 전문가
향후 20년 위해 조직 체계 개편
‘성장형 여성 창업’ 지원하고
‘플러스 알파 돌봄’ 추진도
“시민의 삶의 질 높이기 위한
실용적 정책사업 개발 위해 최선”

정연정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
정연정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홍수형 사진기자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2002년 ‘재단법인 서울여성’ 이름 아래 10명 안팎의 직원들로 시작한 재단은 170여명이 “경쟁력 있는 양성평등도시 서울 실현”을 위해 뛰는 조직으로 성장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을 이끄는 정연정 대표이사는 2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추진했다. 기존 5개 본부를 정책사업본부·여성경제사업본부·경영본부 등 3개 본부로 통합해 분리돼 있던 연구와 사업 기능을 합치고 전략기획관을 신설해 기획역량 강화를 꾀했다. 취임 5개월 차인 정 대표가 조직 개편에 주력한 이유는 “시 사업을 집행하는 사업의 소비자를 넘어 여성가족정책을 선도하는 기관으로 굳건히 서야 시민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는 확산이 있어서다. “지난 20년 동안 재단이 서울시 정책사업들을 기획·집행하는데 주력해왔는데,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 정 대표의 판단이다. 코로나 19로 시민의 생활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고, 그에 따른 서울시 여성·가족 정책 환경도 달라지면서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비전과 전략, 조직 혁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정 대표의 조직 혁신 방향은 그의 이력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동안 재단 대표이사는 대부분 여성학 박사, 시민단체 활동 경험이 있는 인물이 대부분이었으나 지난해 8월 취임한 정 대표는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 출신의 공공정책전문가다.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정 대표는 “저는 정책, 행정의 관점으로 정책을 수행을 하는 역할을 부여 받았다”며 “그동안 재단이 여성계와 쌓은 협력 네트워크와 잘 조응하는 동시에 변화된 정책 환경에 맞춰 우리의 역사를 만들어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시민들이 인정하는 ‘여성가족정책 리딩 허브’로 굳건히 서고 싶다”고 강조했다.

-올해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설립 20주년을 맞았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2002년 재단법인 서울여성으로 출발했다. 열 명 안팎의 직원들로 시작해 약 170명 정도의 조직으로 성장했고 여성·가족 대상으로 다양한 정책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창립 20주년에 대표를 맡아 더 어깨가 무겁다. 지난 20년 간 재단은 서울형 보육 공공성 강화, 성인지‧성별영향관련 제도의 민관확대, 스페이스 살림 개관을 통한 여성 창업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울시 정책사업들을 기획‧집행하는데 주력해왔다. 앞으로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히 변화하는 서울시 여성·가족 정책환경에 대비할 수 있도록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세우고, 조직 혁신을 하는 등 시민에게 인정받는 기관이 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우선, ‘경쟁력 있는 양성평등도시 서울 실현’이라는 새로운 미션과 ‘시민이 인정하는 여성가족 정책 리딩 허브’라는 비전을 정했다. 사업의 소비자를 넘어 기획·집행 기관으로서 자리 잡고자 한다.”

-지난해 8월 취임해 감사와 조직 개편, 스페이스 살림 개소 등 굵직한 이슈가 많았다. 대표이사로서 지난 5개월을 어떻게 보냈나.

“지난해 8월 취임 이후 반년이 채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이미 몇 년을 보낸 것 같은 느낌이다. 창립 20주년 기념에 맞춰 새로운 미션과 비전을 만들어 내고 그에 맞는 조직개편도 마쳤다. 특히 조직 개편은 구성원이 동의하지 않으면 혁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본부별 워크숍과 전직원 회의 등을 거치면서 시와 의회의 의견도 공유했다. 본부장 등 관리자들도 재단의 변화를 위해 적극 동참하면서 조직 개편이 빠른 시간 내에 이뤄질 수 있었다. 스페이스 살림의 공식 개관에 이어 이제 앞으로의 20년으로 나아가는 첫 걸음을 떼서 큰 숙제를 한 가지 한 기분이다.”

-재단을 ‘여성가족정책 리딩 허브’로서 위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안은.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서울시 양성평등과 보육, 돌봄, 여성들의 생활과 경제의 안전망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 정책을 선도해 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여성들의 환경과 역할의 변화에 따라 미래 정책을 만들어내고 이끌어가야 할 책무가 재단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여러 가지 정책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고 관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정책 연구를 추진해 가려고 한다.

먼저 여성들의 경제적인 역할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욱더 취약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 나온 만큼 여성들의 생활과 경제적 안정을 위한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여성들의 보육과 관련되는 환경도 코로나 시대에 상당 부분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기 때문에 기존 돌봄의 환경들을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관심을 중점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려고 한다. 여성들의 생활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성범죄, 성폭력, 무차별적 혐오범죄들 등에서 서울 여성들의 기본적인 안전 체계가 마련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 하겠다.” 

스페이스 살림 전경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스페이스 살림 전경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임기 동안 주력하고 싶은 분야와 추진하고 싶은 사업은.

“시민 생활과 직결되는 사업영역에 재단 전문성과 역량을 집중하려고 한다. 우선 서울형 돌봄체계를 완성하고 주도하기 위해 영유아 보육 공공성 강화와 아이돌봄 네트워크 확대를 위한 사업역량을 키우고자 합니다. 또 여성 경제역량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성장형(scale up)’ 여성창업지원 중심의 사업역량, 아동과 여성의 안전과 피해 지원을 위한 사업역량 등을 강화할 계획이다. 집중적 노력을 통해 재단은 시민에게 인정받는 기관이 되리라 생각한다. 우선 올해는 재단이 운영하는 수탁기관이 더 늘어난다. 시립 거점형 키움센터 두 곳을 운영하는 것에 더해 여성공예센터 더아리움, 아이돌봄 광역거점기관 등을 재단에서 운영한다. 그동안 서울시를 통해 진행했던 성인지통계, 투자출연기관 성별영향평가 업무는 재단 고유 사업으로 진행하게 됐다. 재단의 역할과 책임이 상당히 커졌고, 그 만큼 재단의 전문성과 위상도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시민들은 데이트폭력과 스토킹에 대해 안전하다고 느끼는 정도를 100점 만점에 각각 28.43점과 28.30점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촬영 범죄는 28.32점, 성폭행 안전 체감도는 30.14점이었다. 안전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이후 여성 대상 범죄 중 특히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관련 법제가 정비되고 있지만 디지털 성범죄의 영속성과 양적 증가, 범죄 수법의 진화로 인해 디지털성범죄 예방 및 피해 지원에서의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피해지원 현장에서 삭제 지원뿐 아니라 유포, 재유포 방지 대책이 필요한 것이죠. 이 외에도 데이트 폭력, 스토킹 등 여성대상 범죄 예방을 위한 해외 주요국의 대응 시스템과 제도적 현황을 검토하고, 도시정부, 공공부문뿐만 기업, 민간단체 등을 연계해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운영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재단의 목표는.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서울시의 여성과 가족과 관련된 복지, 환경,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정책의 원천으로서 성장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일자리에 대한 개념, 일과 생활의 균형, 환경의 변화 등을 제도적으로 개선해 재단 직원들뿐만 아니라 시민, 특히 2030세대들이 체감하는 새로운 일·생활균형 모델을 제공하는 기관으로서 나아갈 것이다. 재단이 하는 일에 대해 시민들이 인정하고 공감하는 여성가족 정책 리딩 허브가 되고자 노력하겠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양성평등 실현과 서울여성의 능력향상 및 사회참여·복지 증진을 위해 설립된 서울시 출연기관이다. 2002년 1월 24일 (재)서울여성으로 시작해 2007년 (재)서울여성과 서울여성플라자가 통합하며 서울시여성가족재단으로 출범했다. 여성·가족·저출생 관련 정책연구개발과 서울여성플라자, 여성창업공간인 ‘스페이스살림’ 운영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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