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깨고 미국 물리학회 첫 한국 여성회장 예약… 김영기 교수의 리더십 비결
유리천장 깨고 미국 물리학회 첫 한국 여성회장 예약… 김영기 교수의 리더십 비결
  • 백란 호남대 학술정보원장
  • 승인 2022.01.30 09:00
  • 수정 2022-01-30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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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미 물리학회 부회장 시카고대 물리학과 김영기 교수
"모든 과정을 철저히 준비하고 청년들에게 새로운 생각을 배운다"
김영기 시카고대 물리학과 교수. 사진=시카고대 홈페이지

미국 시카고대 물리학과 김영기(60) 석좌교수는 올해부터 미국 물리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한다. 입자물리 전공인 김영기 교수는 내년에는 차기 회장이 되고, 2024년에는 회장에 오른다. 지난해 9월 8일 김 교수가 미국 물리학회 부회장으로 당선된 일은 미국물리학회의 유리천장이 깨지는 큰 뉴스였다. 미국물리학회 회장은 그동안 수많은 석학들이 거쳐 간 자리다. 김 교수는 아시아인으로는 두 번째, 한국 여성으로는 첫 회장이다. 어려서부터 수학이 좋았다는 과학소녀, 한국 고려대학교서 물리학과 석사까지 마친 토종, 키 155cm의 작은 체구, 예순이 되어도 소녀 같은 해맑은 표정…. 이 평범해 보이는 여성은 어떻게 미국 물리학회에서 인정을 받고 최고의 리더가 될 수 있었을까?

1899년 설립된 미국 물리학회는 회원이 5만5000여명(여성회원 20%)으로 독일 물리학회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연구단체다. 과학기술에서의 영향력은 세계 최고라 할만하다. 노벨 물리학상의 산실로 일컬어지고, 정부의 과학정책과 입법에 대한 자문 및 한국여성과학기술 단체 총연합회(KOFWST) 부회장인 백란 호남대 교수가 시카고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

김영기 시카고대 물리학과 교수. 사진=백란 교수
김영기 시카고대 물리학과 교수. 사진=백란 교수

-미국물리학회 최초 한국 여성 회장으로 2024년에 취임한다. 놀라운 뉴스의 주인공이 됐다.

“1899년 창립한 미국물리학회의 역사에는 122명의 회장들이 있었다. 아시안 출신의 회장으로는 중국(1975년 우젠슝, 여성 핵물리학자) 다음으로 두 번째로 한국인이 된 것이고, 한국에서는 내가 최초 여성회장으로 2024년 취임한다. 올해는 부회장(Vice President)으로 2023년에는 차기회장(President-Elect), 2024년에는 회장(President), 2025년에는 전임회장(Past President) 자격으로 4년간 미국물리학회에서 최고의 리더십의 역할을 하게 된다.”

-미국 물리학계 최고 리더로서 앞으로의 비전은?

“다양성과 포용성은 건강한 연구현장을 발전하는 원동력이다. 그렇기에 더욱 이 영역을 보다 잘 정착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한 2022~2023년 동안 재미과학자협회 회장도 함께 수행하고 있어, 차세대 연구자들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보다 넓은 연구 현장을 지원할 것이다. 국가, 인종, 연령, 남녀 등이 차별과 편견의 근거가 되어 연구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여성 과학자들이 가정과 연구를 양립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김 교수가 연구와 가정생활을 양립할 수 있었던 환경이 궁금하다.

“남편이 가정에서 해야 할 일의 50% 이상을 함께 하고 있어 연구에서도 어려움이 없이 생활하고 있다. 직장 생활이 안정적일 때 결혼을 해 승진의 압박 없이 무난하게 일과 생활의 양립을 할 수 있었다.”  

페르미 국립가속기연구소  ⓒFermilab
미국 시카고에 위치한 페르미 국립가속기연구소 전경. 김영기 교수는 페르미연구소에서 1990년부터 2013년까지 일했다. ⓒFermilab

-미국 과학기술 영역에서 여성들의 진출은 어떤가.

“미국의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영역에서 아시안(여성 포함)의 비율은 매우 높다. 그 이유는 언어의 진입장벽이 다른 분야보다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수학이나 공학, 기술영역에서는 세계 공통어(Universal Language)로 사용하는 장점이 있어 다른 영역보다 아시안 연구자들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다음 단계인 리더십 영역, 즉 프로모션 단계에서는 비율이 상당히 낮아진다. NSF(미국국립과학연구재단)의 발표를 보면 아시안 여성 비율이 가장 낮고, 그 다음이 아시안 남성이다.” 

-미국 주류 사회에서 최초 여성 회장이 되기까지 어떠한 노력을 했나.

“작은 미팅부터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회의의 어젠다(agenda·의제)를 미리 확인하고 준비하는 노력과 개인의 역량 개발을 꾸준히 해왔다. 이러한 훈련을 통해 역량을 강화하고 다양한 지식과 경력을 쌓을 수 있다. 모든 과정을 철저히 준비하는 습관이 필수다.

또 젊은 연구자들과 교류하며 이들을 통해 새로운 관점과 통찰력을 배우고 있다. 정기적으로 청년들과의 네트워크는 그들의 필요를 알고 그에 맞는 정책 및 연구현장을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의 장이기도 하다. 그들의 관점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사고의 전환의 기회가 필요하다.”

-어떤 프로그램으로 청년들과 만나나.

“한 달에 한 번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고등학생과 대학생 1학년, 신입 산업체인 등 세 그룹과 줌(Zoom)으로 만나거나 함께 식사를 한다. 1세대 유학생들은 학계로 진입하기를 희망하는 반면, 1.5세대들은 기업이나 스타트업으로 진입하고자 한다. 재미과학자협회를 통해 차세대 과학기술인인 멘티들의 요구에 맞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제공하고자 한다.”

-학과장으로 여성 후배동료들을 위해 어떤 지원을 하나.

“학과회의, 학과 세미나 등 학과에 다양한 행사의 시간배정을 자녀들의 학교 픽업시간과 겹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 자녀 양육에 어려움이 없도록 지원하고 있다. 여성에 대한 가시적인 지원보다는 모두가 이해하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전략으로 포용적 방안으로 적용하고 있다.” 

입자물리학 분야 석학인 김영기 시카고대 물리학과 교수는 세계 입자 물리 연구를 선도하는 미국 페르미 국립가속기연구소에서 23년간 일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입자물리학 분야 석학인 김영기 시카고대 물리학과 교수는 세계 입자 물리 연구를 선도하는 미국 페르미 국립가속기연구소에서 23년간 일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김영기 교수 

1962년 경북 경산 태어났다. 1984년 고려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석사과정을 마친 후 1990년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로렌스 버클리대 국립연구소 연구원,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를 거쳐 2003년부터 시카고대 물리학과 교수로 일한다. 세계 입자 물리 연구를 선도하는 미국 페르미 국립가속기연구소(Fermi National Accelerator Laboratory·Fermilab)에서 2006~2013년 부소장으로 일했다. 1990년부터 페르미랩의 ‘양성자·반양성자 충돌실험그룹(Collider Detector at Fermilab·CDF)’에 참여한 그는 2004~2006년에는 CDF 공동대표로 선출돼 12개국에서 모인 전문가 850여명의 실험을 총지휘하는 사령탑 역할을 맡았다.  
2000년 과학저널 ‘디스커버’가 선정한 ‘주목해야 할 20명의 젊은 과학자’의 한 사람으로 올랐다. 디스커버는 그를 ‘충돌의 여왕(Collison Queen)’이라고 소개했다. 가속기에서 입자를 충돌시켜 물질의 근본 원리를 밝힌다는 의미였다. 디스커버는 김영기 교수에 대해 “겨우 37세에 입자실험물리학에서 이미 세계적인 리더로 인정받고 있는 인물이며 향후 20년 동안의 활동이 더 주목된다”고 썼다. 이후 2004년 미국 물리학회 펠로(석학 회원), 2008년 시카고 비즈니스가 선정한 ‘주목할 여성(Woman to Watch)’으로 선정됐다.
김영기 교수의 전공인 입자물리학은 ‘물질을 이루는 가장 작은 궁극의 단위’를 찾아내는 일이다. 원자, 전자보다 더 작은 입자인 쿼크, 질량의 근거가 되는 힉스 입자 연구를 통해 우주의 탄생과 진화의 비밀에 접근한다. 김영기 교수는 힉스 입자의 질량을 예측하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백란 호남대 AI빅데이터연구소장 겸 ICT 융합대학 컴퓨터공학과 교수&nbsp; ⓒ백란 교수<br>
필자: 백란 호남대 학술정보원장 사진=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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