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지자체 20곳 대상
첫 양성평등 조직문화 진단
여성 비서는 일정관리·서무
남성 비서는 정무·수행 맡아
성별 업무분리 관행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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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공직 진출이 늘어나고 있으나 핵심 업무나 부서에 배치되지 못하는 ‘유리벽(Glass Wall)’은 견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Shutterstock

여성의 공직 진출이 늘어나고 있으나 핵심 업무나 부서에 배치되지 못하는 ‘유리벽(Glass Wall)’은 견고했다. 승진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기획·예산·인사·감사 부서에서 여성 비율은 평균 이하였고, 손님 접대와 다과 준비에 여성이 우선 배치되는 현상도 포착됐다.

여성가족부는 20개 지자체(광역 15개, 기초 5개) 대상으로 실시한 ‘2021년 지자체 양성평등 조직문화 진단’ 결과를 1월 25일 발표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9~12월 지자체 공무원 1만9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양성평등 조직문화 진단은 각 기관의 성평등 노력, 인사·권한, 직무배치, 일·생활 균형, 남녀 간 협력 등에 대한 조직 현황과 구성원 인식 등을 조사·분석하는 것으로 이번에 처음 시행됐다.

진단 결과를 보면, 공직 사회의 ‘유리 천장’은 여전했다. 5급 이상 여성 관리자 비율은 광역 22.0%, 기초 24.4%에 그쳤다. 전체 직원의 성비가 같다고 가정하고 여성 관리자의 비율을 계산했을 때도 광역 29.1%, 기초 27.8% 수준에 머물렀다. 

‘2021년 지자체 양성평등 조직문화 진단’ ⓒ여성가족부
‘2021년 지자체 양성평등 조직문화 진단’ ⓒ여성가족부

‘성별 업무 분리’ 경향도 뚜렷했다. 기획·예산·인사·감사 등 4개 주요 부서의 남성 비율은 광역 64.5%, 기초 64.2%였다. 건설·토목 관련 부서는 전체 20개 지자체 중 19곳에서 남성 비율이 60% 이상이었다. 반면, 여성·복지 관련 부서는 20개 중 16개 지자체에서 여성 비율이 60% 이상이었다. 연구진은 “광역 40.7%, 기초 45.5%인 전체 여성 직원 비율과 비교하면 이러한 성별 불균형은 성별 업무 분리의 결과로 해석된다”고 봤다. 

‘2021년 지자체 양성평등 조직문화 진단’ ⓒ여성가족부
‘2021년 지자체 양성평등 조직문화 진단’ ⓒ여성가족부

특히 비서직에서 성별 업무 분리 관행이 두드러졌다. 같은 비서라도 광역에선 87.4%, 기초 75%의 여성은 일정관리·서무 업무를 맡았다. 사무실에서 스케줄을 조율하고 손님접대, 다과준비, 물품 관리 등의 업무를 한다. 남성은 광역 88.8%, 기초 92.9%가 정무·수행 업무를 주로 맡았다. 정무비서는 정책을 고안하고 정무적인 조언을 건네고, 수행비서는 일정에 동행하며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역할을 한다. 당직 수행방식에서도 성별 분리 관행이 나타났다. 당직의 경우 남성과 여성 모두 숙직과 일직을 수행하는 기관은 4곳이었다. 

‘2021년 지자체 양성평등 조직문화 진단’ ⓒ여성가족부
‘2021년 지자체 양성평등 조직문화 진단’ ⓒ여성가족부

여가부는 지자체 20곳 직원 1만여명을 대상으로 성평등 인식 조사도 진행했다. 그 결과, 역시 성별 업무분리 관행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님접대·다과준비에 여성이 우선 배치된다’는 문항에 대한 동의 여부를 5점 척도(1점 전혀 그렇지 않다·5점 매우 그렇다)로 물었더니 여성은 3.70점, 남성은 2.84점이었다. ‘힘쓰는 일에 남성이 우선 배치된다’는 항목에서는 남성 3.97점, 여성 3.59점이었다. ‘승진은 성별과 관계없이 이뤄진다’는 문항에 대해서는 남성 평균 3.63점, 여성은 2.96점이었다. ‘부서배치가 성별과 관계없이 이뤄진다’ 항목도 남성은 3.46점, 여성은 2.95점으로 성별 차이가 드러났다.

주요 부서에서 근무한 경험은 여성이 17.4%, 남성은 20.0%, 근무기간도 여성은 평균 3.05년, 남성은 3.93년으로 경험과 기간 모두 남성에 비해 짧지만, 근무 희망도는 여성이 40%로 남성34.6%보다 높았다. 

‘2021년 지자체 양성평등 조직문화 진단’ ⓒ여성가족부
‘2021년 지자체 양성평등 조직문화 진단’ ⓒ여성가족부

조직의 성희롱 대응체계에 대한 신뢰는 여성에게서 낮게 나타났다. ‘성희롱 피해자의 신변이 보호되고 비밀이 철저하게 보장된다’는 질문에 여성은 평균 2.38점을, 남성은 3.23점을 줬다. ‘성희롱 행위자에 대한 적절한 징계가 이뤄질 것’이라는 문항에는 여성은 평균 2.76점, 남성은 3.54점이었다.

연구진은 “인사관리에서의 성별 공정성 인식이 낮은 기관에서 조직의 성희롱 대응체계에 대한 신뢰도가 대체로 낮고, 성별 업무분리 정도가 높은 기관에서 적극 대처 의향(조직에 신고)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며 “여성에게 성역할 수행을 요구하는 조직에서는 성희롱 피해에 대한 문제제기가 진지하게 수용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어 조직에 신고할 의향이 낮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가부는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참여기관의 개선계획 수립을 지원한 후 이행관리를 진행할 계획이다. 올해는 대상기관을 늘려 전 기초 지자체와 일부 중앙행정기관을 대상으로 조직문화 진단과 개선 지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지방자치단체의 양성평등 조직문화는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성별 분리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고, 성희롱 대응체계에 대한 신뢰도도 낮은 편”이라며 “각 기관의 현황 진단을 토대로 실현 가능한 개선과제를 도출하고 구성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양성평등 조직문화 조성을 끌어낼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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