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헌법재판소 결정...정부·의회에 후속대책 마련 요청
아르헨티나·멕시코 이어 남미 가톨릭 국가들 낙태죄 비범죄화 흐름

2020년 9월 28일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여성단체 활동가와 시민들이 낙태죄 비범죄화를 요구하며 시위를 열고 있다. 한 여성이 ‘우리 없이 우리의 문제를 결정할 수 없다(Ninguna decisión sobre nosotras sin nosotras)’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Johan Gonzalez S / Shutterstock.com
2020년 9월 28일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여성단체 활동가와 시민들이 낙태죄 비범죄화를 요구하며 시위를 열고 있다. 한 여성이 ‘우리 없이 우리의 문제를 결정할 수 없다(Ninguna decisión sobre nosotras sin nosotras)’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Johan Gonzalez S / Shutterstock.com

콜롬비아가 임신 24주 이내 임신중지를 합법화한다. 아르헨티나, 멕시코에 이어 보수적인 남미 가톨릭 국가들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법제도를 개정하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콜롬비아 헌법재판소는 21일(현지시간)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이처럼 결정하고, 정부와 의회에 후속 절차 마련을 요청했다.

여성들이 연대해 쟁취한 결과다. ‘녹색 파도(Ola Verde)’로 불리는 남미 낙태죄 비범죄화 운동의 물결이 2020년 말 아르헨티나, 지난해 멕시코에 이어 콜롬비아에 도달했다. 이날 녹색 옷차림을 하고 피켓을 든 채 수도 보고타의 헌법재판소 앞에 모여 결과를 기다리던 여성들은 환호했다.

콜롬비아 법은 산모의 건강이 위태롭거나, 성폭행·근친상간 등 원치 않는 임신이거나, 태아에 치명적인 건강상 문제가 있을 경우에 한해 임신중지를 허용했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콜롬비아 여성들은 임신 24주까지 특별한 사유 없이 임신을 중단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그 이후의 임신중지는 여전히 불법이다.

현지 임신중지 비범죄화 운동을 주도한 프로파밀리아(Profamilia), 카우사 후스타(Causa Justa) 등 여성·시민단체에 따르면 매년 콜롬비아에서는 임신중지 시술 40만 건이 암암리에 이뤄진다. 2020년 한 해 동안 이뤄진 불법 시술만 2만6223건으로 추정된다. 2006년~2019년 중반까지 18세 미만 소녀 최소 20명을 포함해 350여 명이 임신중지 관련 죄목으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매년 약 70명의 임신부가 목숨을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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