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뭉쳐야 찬다’ 일요일 황금시간대 방송
스포츠예능으로 시즌 2, 3년째 시청률 고고
연전연패 딛고 조기축구 전국 제패 목표로
명확한 비전· 리더의 역량· 구성원 열정에
새 피 수혈 등 지속적인 혁신 더해야 발전

‘어쩌다벤저스,뭉쳐야 찬다’(이하 뭉찬, JTBC, 일요일 저녁 7:40~10:00)는 스포츠예능의 효시같은 프로그램이다. ‘뭉찬’ 이후 ‘뭉쳐야 쏜다’ ‘골 때리는 그녀들’ 등 유사 프로그램이 쏟아졌다. 시즌 1 82부작(2019년 6월 13일~2021년 1월 31일)에 시즌 2(2021년 8월 8일~) 30회(2월 27일)를 더하면 2월 말 기준 총112회가 방송된 셈이다.

시즌 2 첫방송 시청률은 8%. 시즌 1 첫방송(6%)보다 2%포인트나 높았다. 형만한 아우가 나오기 힘든 방송계에서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방송시간도 시즌 1 초창기 목요일 한밤중(오후 11시~12시 10분)에서 일요일 밤(오후9시~10시 40분)을 거쳐 일요일 황금시간대(오후 7시 40분~10시)로 자리잡았다. 평균시청률은 7% 안팎. JTBC 예능 시청률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아마추어 축구단의 생존기나 다름 없는 뭉찬의 장수 비결은 무엇일까. 어떤 요소들이 일요일 저녁 주말드라마가 한창인 시간에 프로도 아닌 아마추어 축구팀의 경기를 보게 만드는 걸까. 뭉찬 애청자들은 ‘출연자들의 열정과 정직· 투명한 스포츠의 매력’, 그리고 ‘나날이 향상하는 실력을 보는 즐거움 때문’이라고 말한다.

뭉찬 시즌 1 어쩌다FC의 시작은 어설프고 초라했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스포츠 전설들의 조기 축구’라는 화려한 수식어에도 불구, 막상 출범한 어쩌다FC는 좌충우돌, 지리멸렬 수준이었다. 이만기(씨름), 허재(농구), 양준혁(야구), 이형택(테니스), 이봉주(마라톤), 여홍철(체조) 등 선수들은 자신의 분야에선 레전드였지만 축구에선 기본적인 규칙조차 모르는 왕초보들이었다.

분야별 전설들을 모으다 보니 감독인 안정환보다 연장자인 사람들이 상당수. 몸은 느리고 기초 훈련 방식조차 이해 못하기 일쑤였다. 축구룰 테스트용 필기시험을 치렀는데 결과는 온갖 오답 퍼레이드. 그러니 초창기엔 게임마다 득점율 제로의 연전연패. 심지어 초등학교 팀에도 완패했다.

뭉찬의 생명력은 그래도 질겼다. “저래서야 지속 가능할까”라는 의문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뭉찬의 시청률은 꾸준히 상승, 평균 6% 안팎을 유지했다. 스포츠 전설들의 허당끼, 경기 중반이면 제몸 가누기도 힘든 체력을 무릅쓰고 1점이라도 얻으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 이들을 이끌어야 하는 안정환의 안쓰럽고 진지한 태도 등이 시청자들의 마음과 눈을 사로잡은 것. 그렇게 1년 반. 축구의 치읏 자도 모르던 어쩌다FC는 승률이 꽤 높아진 괜찮은 조기축구팀으로 발전했다.

시즌 1 종료 반년 여만에 출범한 시즌 2 어쩌다벤저스는 어쩌다FC와 달랐다. 팀 구성부터 판이했다. 다양한 스포츠 전설을 모은 어쩌다FC와 달리 공개 오디션을 통해 숨어 있던 축구 실력자들을 발굴했다. 시즌 1 출연자 중 남은 사람은 안정환 감독과 MC 김성주와 김용만, 선수 이형택, 김동현, 모태범, 박태환 뿐이었다. K리그 레전드 ‘이동국’이 코치로 합류하고 엄정한 심사를 거쳐 이장군(카바디), 이대훈(태권도). 김준호(펜싱), 윤동식(유도). 김준현(스켈레톤), 조원우(요트) 등이 선발됐다.

팀의 수준은 높아지고 성적은 좋아졌다. 어쩌다FC가 우여곡절 끝에 ‘JTBC배 뭉쳐야 찬사 축구대회’ 준우승(2021년 1월)으로 끝났다면, 어쩌다벤저스는 처음부터 전국제패를 목표로 뭉쳤다. 전설들의 축구팀이 아닌 최강 전설 축구팀으로 거듭난 셈. 4주짜리 파일럿 프로그램일지 모른다던 뭉찬이 주위의 예상을 뒤엎고 장수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비결은?

첫째, 감독의 리더십과 선수들의 열정이다. 안정환 감독은 초창기 축구 왕초보들에 고개를 흔들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차근차근 가르쳐 나갔다. 멋대로인 듯 녹화 날에만 나와서 뛰던 선수들 또한 어느 날부터인가 각자 평일에도 연습하는 열정으로 실력을 키웠다. 둘째, 지속적인 새 피 수혈이다. 알려진 인물에 국한하지 않고 영입 대상을 다변화했다. 용병을 투입해 기존 선수들에게 자극을 주고, 공개오디션으로 인지도는 낮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과 기본기가 뛰어난 선수들을 영입했다. 수혈은 기존 멤버도 발전시켰다. 이장군, 이도훈이 합류하자 박태환, 모태범의 역량도 향상됐다.

셋째, 예능보다 축구에 초점을 맞췄다. 축구팀이면 축구를 잘해야 한다는, 원초적인 목표에 집중했다. 그러기 위해 시즌 2에 앞서 끼리끼리와 온정주의를 버리고 냉정한 진단과 정확한 평가, 엄정한 심사로 새로운 팀을 꾸렸다.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는 명확한 목표 아래 리더를 비롯한 구성원 전체가 지속적인 혁신을 거듭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운 셈. TV 프로그램 하나가 살아남기 위해서도 이같은 변화와 노력이 필요하거늘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생존· 발전해야 하는 기업과 나라는 오죽하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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