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3년 넘게 계류
약 2년째 계류 중인 준강간 사건도
“피해자의 인격권·행복추구권 침해”

3월 2일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대법원의 성폭력 사건 장기계류를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3월 2일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대법원의 성폭력 사건 장기계류를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대법원이 수년째 성폭력 사건 선고를 미루고 있어 피해자 인권침해가 우려된다며 여성·시민단체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10개 단체로 구성된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와 163개 단체가 모인 ‘준강간사건의 정의로운 판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2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두 사건이 각각 3년, 1년 9개월 넘게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실을 규탄했다. 인권위에는 대법원의 신속한 판결을 촉구해달라고 요청했다.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은 2010년 두 명의 해군 상관이 중위로 갓 임관한 성소수자 부하 여군을 성폭행·성추행한 사건이다. 피해자는 2010년 직속상관 A소령과의 신상면담에서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고백했다. 이에 A소령은 ‘남자랑 제대로 된 관계를 해보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남자 경험을 알려주겠다’며 성폭행했다. 임신한 피해자는 임신중지를 위해 당시 함장이었던 B대령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고 휴가를 요청했다. 하지만 B대령은 복귀한 피해자를 상담을 빌미로 불러 강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해군본부 보통군사법원은 1심에서 A소령에게 징역 10년, B대령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으나 2018년 11월 고등군사법원 2심은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가해자들은 이후 바로 복직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3년 넘게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2017년 5월 5일에는 서울 마포구 홍대 앞 한 클럽에서 만난 20대 남성이 술에 취해 심신상실 상태에 이른 피해자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발생했다. 수사 당시 CCTV에서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임을 충분히 입증했음에도 불구하고 1심과 2심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다수가 무죄 평결을 했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2020년 5월부터 대법원에 머물러 있다.             

3월 2일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접수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3월 2일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접수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공대위는 “대법원이 합리적 이유를 밝히지 않고 긴 시간 동안 사건을 검토 중”이라며 “인권위는 대법원의 행위가 성폭력 피해자들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박인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변호사는 “가해자들은 마치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살고 있으나 피해자들의 삶은 타들어 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인권위는 대법원이 즉시 판결을 선고하고 진정인들에게 비공개한 장기미제사건 내용 또한 상세히 공개하도록 권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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