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국내 대학 최초 ‘모두의 화장실’ 설치
젠더·성적지향·장애·나이 등 관계없이 이용 가능
2017년 학생들이 첫 제안...학생회·대학본부 합심해 설치
“모두 존엄하게 살 수 있는 사회 만드는 일”

17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새천년관 1층에 위치한 ‘모두의 화장실’ 풍경. 장애 유무, 성 정체성, 성적 지향 등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다. 국내 대학 최초로 설치됐다. ⓒ홍수형 기자
17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새천년관 1층에 위치한 ‘모두의 화장실’ 풍경. 장애 유무, 성 정체성, 성적 지향 등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다. 국내 대학 최초로 설치됐다. ⓒ홍수형 기자

유아용 변기 커버, 기저귀 교환대,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럭, 자동문, 휠체어에 타서도 보기 편한 각도 거울, 외부 비상 통화 장치 등을 갖춘 화장실이 성공회대 캠퍼스에 생겼다. 성별·나이·성 정체성·성적지향·장애를 떠나, 누구나 쓸 수 있는 ‘모두의 화장실’이다.

해외에서는 이런 화장실(Toilet for all)이 여러 공공·주요 시설에 설치되는 추세다. 미국 백악관, 200년 역사의 런던 올드빅 극장 등이 대표적이다. 성공회대가 이번에 국내 대학 최초로 설치했다.

‘모두의 화장실’은 성공회대 새천년관 지하 1층에 설치됐다. 표지판에는 성중립을 뜻하는 세 사람, 기저귀를 가는 사람, 휠체어를 탄 사람이 함께 그려졌다. 단지 성소수자나 장애인을 위한 화장실이 아니라, 누구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필요하다는 뜻을 담았다.

2017년 성공회대 총학생회가 처음 이 사업을 제안했다. 2021년 5월 성공회대 학생 자치기구인 중앙운영위원회가 설치 안건을 가결했다. 예산안도 심의를 통과했다. 총학 비대위는 꾸준히 학내에 ‘모두의 화장실’ 설치 필요성을 알리는 홍보 활동에 나섰다. 대학 본부에서도 학내 구성원 다수가 설치를 원한다고 판단, 2021년 11월 설계와 시공에 착수했다. 총학 비대위와 대학 본부가 함께 설계도를 구상했다.

17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새천년관 1층에 위치한 ‘모두의 화장실’ 풍경. 장애 유무, 성 정체성, 성적 지향 등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다. ⓒ홍수형 기자
17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새천년관 1층에 위치한 ‘모두의 화장실’ 풍경. 장애 유무, 성 정체성, 성적 지향 등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다. ⓒ홍수형 기자
17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새천년관 1층에 위치한 ‘모두의 화장실’ 풍경. 장애 유무, 성 정체성, 성적 지향 등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다. ⓒ홍수형 기자
17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새천년관 1층에 위치한 ‘모두의 화장실’ 풍경. 장애 유무, 성 정체성, 성적 지향 등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다. ⓒ홍수형 기자
성공회대 본부와 제37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6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에서 ‘모두의 화장실’ 준공 기념 기자회견을 열었다.  ⓒ성공회대 제37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성공회대 본부와 제37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6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에서 ‘모두의 화장실’ 준공 기념 기자회견을 열었다. ⓒ성공회대 제37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성공회대 본부와 제37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6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에서 ‘모두의 화장실’ 준공 기념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모두의 화장실 설치는 성공회대만의 문제가 아닌, 모두가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한국사회를 만드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박경태 성공회대 교수·학생복지처장, 성공회대 총장 김기석 신부, 류시태 민주노총 대학노조 성공회대지부장, 우준하 모두의화장실 공동대책위원회 위원, 유재민 총학비대위원장, 성계진 총학비대위 인권국장, 이훈 성공회대 제6대 인권위원장,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장, 공익인권변호사 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박한희 변호사가 참여해 환영의 뜻을 표했다.

총학 비대위는 “수많은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노동자, 시민들은 어떤 이유로든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외치고 있으며, 그러한 흐름 속에서 모두의 화장실은 반드시 필요한 공간”이라고 밝혔다. 또 “앞으로 어떤 사유로든 배제되지 않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모두의 화장실이 더욱더 널리 알려지고, 설치돼 차별 없는 한국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 총장도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 학내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서로 존중하고 공존하는 방식을 배우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