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 이메일, 전화, 대면 괴롭힘까지
외모 비하에 강간 협박까지 여성혐오 기반 괴롭힘 많아

ⓒ전국언론노동조합 유튜브 갈무리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유튜브 캡쳐

여성 기자들이 일상적인 온라인 괴롭힘에 노출되고 있지만 폭력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는 지난 17일 ‘여성 기자를 향한 온라인 괴롭힘,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언론사 내 여성 기자 온라인 괴롭힘 사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김창욱 한동대 글로벌리더십학부 교수와 신우열 경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공동 연구한 '여성기자 온라인 괴롭힘에 관한 저널리즘 사회학적 연구'에 따르면 방송사, 신문사, 통신사, 인터넷 언론사 등 총 14개사 중 20명(여자 19명·남자 1명)을 대면 인터뷰한 결과 여성기자들은 일상 속에서 심각한 수준의 온라인 괴롭힘에 노출돼 있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 기자들 대부분이 유형, 빈도,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거나 주변에서 괴롭힘을 경험한 사례를 인지하고 있었다. 연구에 참여한 20명의 여성 기자들 모두 온라인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고, 동료들이 경험한 다수의 괴롭힘 사례를 인지하고 있었다.

괴롭힘은 연차‧부서‧나이‧정치 지향을 불문하고 존재했으며 악성댓글, 쪽지, 이메일, 전화로 혐오성‧성희롱성 메시지를 보내는 등 다양했으며 심지어 대면 상황에서 기자에게 협박이나 폭언을 하는 등의 사례도 있었다.

특히 여성 기자들은 남성 기자가 겪지 않는 ‘외모 비하’나 ‘강간 협박’ 등 여성 혐오에 기반한 괴롭힘을 받았다. 혐오의 유형, 빈도, 정도도 훨씬 높았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공격이 예상되는 기사 바이라인에서 여성 기자의 이름을 빼는 경우도 있었으며, 남녀 기자가 함께 특정 이슈에 관한 기사를 작성했으나 여성 기자에게만 훨씬 많은 공격이 가해져 결국 여성 기자가 취재직을 그만둔 사례도 존재했다.

연구에 따르면 온라인 괴롭힘을 경험한 이후 기자들은 불쾌감, 분노, 무력감, 두려움‧불안 등의 정신적인 고통을 경험했다. 이는 문제가 불거진 주제의 취재를 피한다거나 부서를 옮기는 등의 결과로 이어졌다. 괴롭힘 경험으로 인해 기자라는 일 자체에 회의를 느끼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성평등위원회
ⓒ전국언론노동조합성평등위원회

연구는 현재 여성 기자들이 겪고 있는 온라인 괴롭힘에 대해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조직적인 체계가 없다고 진단했다. 현재 한국 언론사의 경우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대응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몇 언론사들에서 괴롭힘 대응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지만, 소송이나 트라우마 상담 진행 등을 회사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명백한 기자 보호 가이드라인, 혹은 기자 보호를 위한 부서가 없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전국언론조합 성평등위원회는 유엔안보협력기구(OSCE)의 예를 들며 각 언론사에 온라인 괴롭힘을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OSCE는 2015년에 여성 기자들에 대한 온라인 괴롭힘을 언론자유를 저해하는 공격으로 규정하고 각 언론사에 이를 막기 위한 조처를 할 것을 권고한 이력이 있다.

류란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성평등위원장은 토론과정에서 해당 연구에 대해 "공론장에 온라인 괴롭힘에 대한 연구가 등장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여성기자들에 대한 연대가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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