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0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0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새 정부의 출범이 임박한 시간. 대통령 집무실의 급작스런 이전 소식과 함께 여성가족부를 콕 집어 없애고야 말겠다는 당선자의 견고한 의지가 걱정스럽다.

가장 작은 부처, 여가부를 폐지하는 일이 왜 그렇게 중요할까? 윤석열 당선자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에서 드러난 여가부를 ‘죽여야 하는’ 이유는 대체로 사실이 아니다.

당선자 쪽에서 밝히는 여가부의 문제는 이런 것들이다. 첫째, 성차별은 이제 없다. 둘째, 성차별은 없고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가 됐다. 따라서 부처로서의 여가부는 필요 없다. 셋째, 여가부는 정치적 전리품 분배 인사를 해왔다. 넷째, 여성의 편에 서지 않았다 등.

대선후보 시절 “여성가족부 폐지” 7글자로 시작된 이 논조는 당선자로서 “여가부는 역사적 소임을 다했다”는 말로 완성됐다. 

성차별이 없어졌다는 진단부터 사실이 아니다. 물론 중동지역 국가처럼 여성의 사회 참여와 교육이 금지된 것도 아니고 성공하는 여성들이 더러 등장하고 여성들의 경쟁력도 높아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국은 세계 성격차지수에서 152개국 중 102위(세계경제포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성별임금격차 1위, 유리천장지수 꼴찌(이코노미스트), 기업의 여성이사 비율 4.2%로 세계 평균의 5분의 1 수준(딜로이트), 여성국회의원은 OECD 평균(31.6%)의 3분의 2정도인 19% 수준이다. 대검찰청 범죄분석 등에 따르면 2020년 4대 강력범죄(흉악) 중 성범죄가 91%를 차지할 정도로 성범죄가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디지털 성착취가 널리 확산돼 있고 기업의 채용 성차별이 관습적이다. 코로나로 인해 여성들의 실직이 늘고 육아, 가사노동 등 무임 돌봄노동 시간이 길어졌다. 

여성 특혜라고 생각되는 여성할당제는 제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할당제로 알려진 공무원 양성평등채용목표제는 정확히 말하면 성중립적이다. 공무원 채용 때 한 성이 70%를 넘지 못하게 하는 제도다. 2015년부터 2019년 사이 이 제도에 의한 추가 합격자 1587명 중 남성이 무려 1204명(75.8%)이다. 교육대학에는 여학생이 60~80%를 넘지 못하도록 남성할당제를 적용하고 있다.

윤 당선자가 여성할당을 없애겠다고 말하는 동안, 유럽에서는 여성이사를 40%로 높이겠다는 결의안이 채택됐다. 유럽연합(EU)은 2027년까지 상장사 이사회의 3분의 1을 여성으로 채울 것을 기업에 요구하기로 결의했다. EU 양성평등연구소는 2021년 유럽의 성평등이 코로나로 인해 답보 상태에 있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행복지수에서 세계 상위권을 차지하는 북유럽 국가 대부분은 성평등 선진국들이다.

우리나라에서 명시적이고 공식적인 성차별은 거의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간접적인 성차별인 편견과 고정관념은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남자가 ‘페미니즘의 피해자’라거나 ‘여가부가 역사적 소임을 다했다’라는 생각은 이런 광범위한 간접적인 차별을 보지 못하는 데서 생겨난 착시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하다. 새 정부는 성평등 수준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올려야 할 역사적 소임이 있고, 여가부는 해야할 일이 너무나 많다.

누구든, 어떤 정당이든, 새 대통령은 우리사회의 성평등을 앞으로 진전시켜야 할 역사적 책임을 갖고 있다. 여가부의 역사적 소임을 말하기 전에 성평등 실현을 위한 대통령의 역사적 소임에 대해 먼저 말해야 한다.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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