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콘텐츠 '가짜 사나이'로 유명해진 이근 전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대위. (사진=이근 SNS 캡쳐)
유튜브 콘텐츠 '가짜 사나이'로 유명해진 이근 전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대위. (사진=이근 SNS 캡쳐)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와 ‘MUSAT’이 함께 제작했던 ‘가짜사나이’가 성공한 이후, 출연했던 해군특전단 교관들의 인기에 힘입어 TV에까지 특수부대 붐이 넘어와서 인기를 끌고 있다. 채널A의 ‘강철부대’는 벌써 시즌2가 성황리에 방영 중이다. 대한민국 남자들이라면 열에 아홉은 군대 가기 싫어하고, 자기가 나온 부대 쪽으로는 오줌도 안 눈다는데, 군대 예능이 이렇게까지 꾸준히 인기 있다는 것이 의아하면서도 기가 막히는 일이다.

그러나 한편 군대 예능은 우리나라에서 생각 외로 인기를 꽤 오랫동안 구가했던 포맷이다. MBC 예능의 히트작 ‘진짜사나이’ 이전엔 ‘우정의 무대’가, 그것보다도 전엔 60년대 군사정권의 프로파간다에 힘입어 나온 선전 영화들이 있었다. 그래도 이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 혹은 강인한 남성일지라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측면들을 내세워 어떻게 국가에 충성하고 복무하는 ‘멋진 사나이’로 거듭날 것인가에 대한 성장의 그림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문법은 ‘가짜사나이’까지도 동일하다. 가짜사나이는 분명 진짜사나이의 안티테제를 표방한 것이었지만, 결국 진짜사나이와 가짜사나이에서 가장 재미를 선사했던 부분은 우리 사회가 규정한 군인의 모습과의 간극이 심한 캐릭터가 훈육의 과정을 거쳐서 군인에 가까워지는 성장 서사에 있었다. 이 호응은 간극이 크면 클수록 더욱 커졌다.

그러나 가짜사나이는 교육생과 교관을 완전히 이분법적인 구도로 배치함으로써 시청자가 실제로는 교관으로 대표되는 ‘남성’에 더욱 주목하도록 했다. ‘나무위키’에서는 가짜사나이의 인기를 “가짜사나이의 주요 제작 동기였던 프로그램(진짜사나이)을 비롯해 조작, 억지감동, 악마의 편집, 노이즈마케팅, 방송 심의검열 등에 기대거나 스타 연예인의 화제성에만 의지한 채 매너리즘이 가득했던 지상파 예능과는 달랐기 때문”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지상파 예능과 가짜사나이의 차이는 악마의 편집이나 억지 감동이 없는 리얼 프로젝트가 아니라, 프로그램이 조명하고 싶었던 주체 자체가 다르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것이 가짜사나이의 의도가 전혀 아니다 할지라도, 가짜사나이는 군사주의 프로파간다가 현시하는 강인한 정상 남성 - 준수한 외모와 근육질의 몸, 뛰어난 체력과 전투기술을 가진 교관 - 을 주체로 하고 그것과는 완전히 거리가 있는 교육생을 철저히 타자로 배치함으로써, 공혁준으로 대표되는 ‘비남성’은 탈락돼야 할 존재로 그려내며 주체를 빛내는 데 성공했다. 명대사라고 꼽히는 대사의 주인공, 이후의 광고와 방송 출연 등이 누구에게 집중되었는지를 상기해보라.

그런 면에서 후속 군대 예능들이 ‘강철부대’와 같은 포맷을 가지게 된 것은 당연한 결과다. 강철부대는 58만 대군에서 극히 소수만 지원해서 가는 각 군 특수부대 출신만 골라서 출연시키고, 이들이 얼마나 멋진 사나이인지 연출하는 것에 총력을 다한다. 가짜사나이보다 훨씬 노골적인 군사주의 프로파간다인 것이다. 강철부대를 두고 사람들은 이제 ‘역시 진짜사나이와 달라’라는 말 자체를 하지 않는다. 진짜사나이가 의미하는 남성상은 강철부대에 밀려 ‘비남성’이 돼버렸다. 이제 우리는 우리와 같은 수준에서의 군인다워지기 성장 서사에서 감동과 재미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멋진 사나이’에 동경하고 열광하게 됐다.

그럼 어째서 진짜 멋진 ‘사나이’에 열광하고 동경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라는 것인가? 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나 전쟁영화도 문제인 거 아녜요? (물론 문제다) 와 같은 질문이 있을 수도 있다. 짧은 지면에 다 담을 수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간단히는 연출된 세계는 연출된 세계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의 세계에 영향을, 그것도 심각하게 끼치기 때문이다. 강철부대를 통해 과시된 군인 남성, 특수부대의 전투력은 마치 강고한 전투력을 가진 멋진 사나이만이 우리와 세계를 둘러싼 군사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납득시킨다.

지난 3월 6일, 가짜사나이를 통해 대중 스타로 떠오른 해군 특수전전단 출신 이근이 의용군에 합류하겠다며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간 뒤, 숨겨진 사연은 모르겠으나 군무이탈까지 감행해가며 우크라이나행을 결심한 현역 해병대원의 기사가 뉴스를 탔다. 한편 25일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는 의용군으로 참전했다는 익명의 제보자가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실감하고 돌아가려고 한다”, “포탄 파편으로 죽을 뻔하고 패닉 상태에 돌아가려 해도 (처벌 때문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SOS글이 올라왔다. 이들이 과연 모두 오롯이 개인의 명예심이나 의협심에서 출국을 감행한 것일까? 멋진 사나이의 끝은 군사주의의 세계화, 전투력의 투사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동경하게 되는 것, 그리고 여기에 적극 동조하게 되는 우리다. 그렇게 평화를 잊고만 우리의 최후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팀장.
방혜린 군인권센터 팀장.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