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의 영상 뽀개기] SBS ‘사내맞선’

SBS ‘사내맞선’ ⓒSBS
SBS ‘사내맞선’ ⓒSBS

분명 아는 맛인데, 뭔가 다르다. 그런데 맛있다! 아마 SBS에서 방영 중인 ‘사내맞선’(극본 한설희, 연출 박선호)을 음식에 비유하자면 딱 이럴듯하다. 기대감 ‘1도 없던’ 드라마였는데 익숙한 스토리에 색다른 풍미를 더하면서 흥행몰이 중이다.

‘사내맞선’의 큰 줄거리는 다방면에 뛰어난 CEO 남자주인공 강태무(안효섭)와 평범하지만 씩씩하고 밝은 여자주인공 신하리(김세정)가 오해로 얽힌 만남으로 시작하여 연애하는 이야기다. 이리보고 저리봐도 오래도록 반복돼온 전형적인 신데렐라 플롯에 지나지 않는다. 이 플롯은 수동적인 여주인공과 멋진 남주인공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비판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기 있는 플롯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예전보다 왕자님과 평범녀의 사랑은 과몰입을 불러오기보다는 이에 불편감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많아진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지점에서 ‘사내맞선’은 웹툰 원작의 묘미를 살려 재미에 방점을 두는 동시에 현실감을 한 스푼 더한다. 

SBS ‘사내맞선’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크로스픽쳐스
SBS ‘사내맞선’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크로스픽쳐스

만화적 상상력을 CG로 고스란히

보통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의 성공적인 출발은 무엇보다 만찢남과 만찢녀를 캐스팅하느냐가 관건이다. 만화를 찢고 나온, 만화 혹은 웹툰의 등장인물과 싱크로율이 높은 인물들을 캐스팅하여 웹툰의 팬들을 시청자로 끌어들여 안정적인 시청률을 담보하는 것이다. ‘사내맞선’ 역시 웹툰의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캐스팅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과장된 표정과 연기를 통해 웹툰 원작이라는 점을 애써 숨기기보다는 이를 더욱 부각시키는 특징을 보인다. 이러한 드라마적 연출은 남주인공의 전화가 울릴 때마다 나타나는 시조새, 부모의 빚을 갚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주인공의 과거 회상 장면, 한눈에 반한 상대에게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와 꽃잎들처럼 만화적인 상상력이 CG로 표현돼 시청자들을 판타지의 세계로 이끈다. 현실적인 공감과 사실감 보다는 상상력이 발휘되는 만화의 세계와 유사한 드라마의 세상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러한 만화적인 연출을 드라마에서 선보이는 것은 비단 연출 기법 뿐만 아니라, 오해와 복선이 없는 직진 로맨스를 선보이면서 기존 드라마가 지녔던 복잡한 인물 관계와 갈등 관계를 보다 명쾌하고 단순하게 보여주는 평면화하는 플롯에서도 유사하다. 그저 이야기 세계의 인물로 드라마 주인공을 보여주면서 ‘이건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점을 분명히 보이는데, 오히려 이러한 점이 드라마의 인기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액자구성으로 ‘과몰입’ 유발

더불어 ‘드라마 속의 드라마’를 보여주는 ‘액자구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코믹함을 전달하면서 시청자들에게 몰입보다는 ‘명백한 이야기’ 임을 한층 더 부각한다. 남주인공의 할아버지가 즐겨보는 드라마 속 주인공 이름을 도용한 여주인공, 그리고 드라마 속 남녀주인공의 관계를 드라마 속의 드라마의 상황에 빗대어 마치 시청자의 입장처럼 이야기하는 할아버지의 말들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꿰뚫으며 또 다른 재미를 만들어내는 요소가 된다.

하지만 단순히 반복된 신데렐라 이야기가 인기를 모으려면 과장되고 재미있는 연출적인 특징 이외에도 드라마 속 주인공들에게 몰입할 수 있는 지점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사내맞선’은 이 드라마의 주요 시청자인 여성들이 현실에서 겪는 불법촬영에 대한 공포심을 만화적 상상력을 덧붙여 보여준다. 불법촬영 범죄자에게 피해를 입은 인물이 외부의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는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코믹적인 요소를 곁들였지만) CG를 활용해 분명하게 보여준다. 화장실 벽을 가득 채운 불법촬영 카메라를 표현하는 ‘눈’들은 오히려 여성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공포를 더욱 부각시키면서 몰입하도록 한다. 이처럼 여성들이 현실에서 경함하는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보여주면서 상상의 세계에 있는 주인공들을 현실과 맞닿도록 한다.

비록 모든 것에 뛰어난 남주와 일반인 여주의 사랑은 왕자에게 구원받는 여성이라는 진부한 이야기의 반복일지라도, 웹툰의 과장된 연출을 방식을 차용하고 현실 속의 여성의 모습을 더한 것은 색다른 풍미를 자아내는 신데렐라 스토리의 변주를 보여준다. 웹툰과 드라마 각각의 특성이 적절히 결합된 이야기는 성공적인 콘텐츠 전략으로서도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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