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 19일 만에 회동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8일 대선 이후 19일 만에 만났다. 역대 가장 늦은 만남이었지만 171분간 이어진 회동에서 양측은 원활한 정권 인수인계를 위해 협조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58분, 만찬 시각이 2분 앞으로 다가오자 여민1관 앞에 나가 윤 당선자를 기다렸다. 1분 뒤인 5시 59분에 윤 당선자를 태운 차가 문 대통령 앞에 멈춰 섰다. 윤 당선자는 가볍게 목례하고 문 대통령의 오른손을 양손으로 맞잡으며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상춘재까지 함께 걷는 동안 윤 당선자에게 청와대 경내를 직접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녹지원을 가리키며 "우리 최고의 정원"이라면서 "이쪽 너머에 헬기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춘재 오른쪽을 가리키며 "저기 매화 꽃이 폈습니다"고 설명하자 윤 당선인은 "네. 정말 아름답습니다"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상춘재에 대해 “청와대에 이런 전통 한옥 건물이 없기 때문에 여러모로 상징적인 건물”이라면서 “좋은 마당도 어우러져서 여러 가지 행사에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은 “네”라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윤 당선자는 여민관을 지나며 “이쪽 어디서 회의를 한 기억이 난다. 대통령을 모시고…”라며 검찰총장 시절 청와대를 찾았던 때를 떠올렸다.

이어 상춘재에서 시작된 만찬은 2시간 51분간 이어졌다. 만찬 테이블에는 계절 해산물 냉채, 해송 잣죽, 한우갈비와 더운채소, 금태구이와 생절이, 모시조개 섬초 된장국, 탕평채, 더덕구이가 올랐다. 봄나물 비빕밥과 탕평채도 나왔다. 만찬주는 레드와인이었다.

만찬에는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이날 양측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안보, 임기 말 인사권 및 청와대 집무실 이전 문제 등에 의견을 나눴다. 논란이 컸던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은 이날 청와대 회동에 배석한 뒤 통의동 인수위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는 만찬 회동에서 인사권 및 추경 등과 관련해 계속 협의해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예산 등 협조 의사를 밝혔다고 당선자 측은 전했다.

장 비서실장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의나 예비비 얘기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자연스럽게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얘기가 나왔다"며 "문 대통령께서는 '집무실 이전 지역에 대한 판단은 차기 정부 몫이라 생각한다. 지금 정부는 정확한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예비비 국무회의 상정 등 구체적 논의는 없었다. 

장 실장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2차 추경을 두고 “필요성은 공감했으나 구체적인 얘기는 안 했다”며 “실무적 협의를 계속하자고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장 실장은 임기 말 인사 문제에 대해서도 “이철희 정무수석과 제가 실무적으로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장 비서실장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윤 당선자를 향해 당선 축하 인사를 건네며 “정당 간 경쟁할 수 있어도 대통령 간 성공 기원은 인지상정”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장 비서실장은 “의례적인 축하가 아니고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뜻이었다”고 부연했다. 이에 윤 당선자는 “감사하다”면서 “국정은 축적의 산물이다. 잘된 것은 계승하고 미진한 것은 개선하겠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회동을 마치고 헤어질 때 윤 당선인에게 넥타이를 선물하면서 "꼭 성공하시길 빈다. 제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덕담을 건넸고, 윤 당선인은 "건강하시길 빈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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