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불출마 선언’ 권영진 대구시장

 

시청별관 접견실에서 권영진 대구시장. ⓒ대구시
시청별관 접견실에서 권영진 대구시장. ⓒ대구시

권영진 대구시장이 6·1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3선 출마의지를 밝혔던 권 시장의 갑작스런 불출마 선언에 관심이 쏠렸다. “새 정부가 출범하는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사람이 대구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기회를 드리는 것이 대구를 위한 길”이라는 것이 불출마를 결심한 까닭이라고 했다. 권 시장을 만나 민선 6·7기를 이끈 소회와 성과를 들었다.

대구시장으로서 8년을 보낸 권 시장은 임기 동안 대구 산업구조와 여성정책지도를 바꿔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십 년 간 풀리지 않았던 공항 이전과 취수원 다변화, 신청사 이전 등 대구의 크고 굵직한 숙원사업을 해결하고 실마리를 찾으며 ‘시민이 살기 좋은 대구’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주력했다. 

대구 동·서 균형발전과 지역 경제성장 핵심축이 될 서대구역이 착공 3년만에 3월 31일에 개통한다. ⓒ대구시
대구 동·서 균형발전과 지역 경제성장 핵심축이 될 서대구역이 착공 3년만에 3월 31일에 개통한다. ⓒ대구시

 

‘5+1 신산업’ 대구 미래 먹거리 찾아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군공항 소음으로 시민들의 고충이 심각해 25년 전부터 이전 계획이 있었다. 2020년 이전지가 확정되면서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전과 건설은 대구경북의 백년대계를 좌우할 최대 현안사업으로 대한민국 최초 민·군 공항의 동시 이전과 글로벌 경제물류공항 건설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1991년 구미산업공단 페놀사건 이후 대구시는 먹는 물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으나 구미시의 반대 등으로 쉽게 풀리지 않던 물 문제도 해결했다고 했다.

“지난해 6월 정부의 낙동강통합물관리 방안이 확정되고 4월 4일 구미 해평 취수원 공동이용 협정서 체결에 이어 올 연말까지 예비 타당성 조사가 이뤄지면 대구시민들의 오랜 염원이 드디어 현실화된다.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는 그동안 반대하던 구미시와 더불어민주당의 장세용 구미시장의 찬성이 있었고 대구정치권의 화합의 기운이 실려 좋은 결실을 맺었다고 본다.”

대구신청사 이전 건립은 전국 최초 숙의 공론화방식을 통해 이끌어냈다. 시민들이 직접 옛 두류정수장 터를 신청사 부지로 선정했으며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스마트 친환경 청사 건립을 위한 국제설계공모를 앞두고 있다.

권 시장은 ‘5+1 신산업’ 선정 등을 통해 대구의 산업경제 지도를 바꾸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그는 “민선 6기 시장 취임 직후 과거 수십 년 동안 대구 경제를 이끌어왔던 전통산업이 90년대 이후 성장한계에 직면해 대구의 산업환경과 경제체질을 바꾸지 않고는 대구의 미래는 없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판을 짰다”고 말했다. “대구가 가장 잘할 수 있고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유망한 ‘로봇, 물, 미래형자동차, 의료, 에너지’의 5대 신산업에 스마트시티를 더해 ‘5+1 신산업’을 선정하고 집중·육성해왔다.”

2015년부터 전국 최초로 ‘대구 전체를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에 테스트베드로 내놓는다’는 전략을 펼쳐 국가 물산업클러스터(2019년 조성), 국가로봇테스트필드(2021년 유치) 등 국가 대표급 신산업 테스트필드를 유치하고 기업과 인재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왔다. 그 결과, 대구는 로봇생태계 전주기를 갖춘 대한민국 로봇산업의 퍼스트 무버가 되었으며, 미래 신산업 관련 기업들의 정주로 어느 때보다 대구 신산업 기업의 위상과 비중이 높아졌고 수출 1조원대의 국내 최대 물 산업 중심지로 발돋움했다.

미래차 분야 핵심인 모터와 배터리산업 중심 도시로, 100km 규모 전국최고 타운형 자율주행 테스트베드를 갖춘 도시가 되었으며, 의료산업 선도도시, 에너지계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가스총회 개최를 앞둔 국가인증 대한민국 1호 스마트시티로 성장했다.

권 시장은 디지털기술의 발전과 팬데믹 등 환경변화에 새로운 기회를 먼저 선점 하기위해 윤석열 당선인이 유세 당시 ‘대구를 디지털 데이터 도시로, 디지털 데이터 산업의 거점도시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번 20대 대선에서 대구는 윤 당선자에게 85만여표, 75.14%라는 전국 광역시·도 중 최다 득표율을 안겼다.

2027년까지 공공의료원인 제2대구의료원 설립도 본격 추진한다. 지난해 2월18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1주년 대시민 담화문을 통해 제2대구의료원 건립 추진의사를 밝히고 7월부터 약 8개월간 지역 의료계와 공공의료 전문가, 시민단체, 시의원 등 자문단 19명이 타당성조사를 했다. 자문단이 지난해 대구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결과, 응답자의 67.7%가 제 2대구의료원 설립에 찬성했다. 그 중 87.6%가 의료원이 건립되면 이용하겠다고 응답했다. 권 시장은 “공공의료원 설립은 감염병 대응과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싱크대 높이를 재보는 권영진 시장. ⓒ권은주 기자
여성정책박람회인 ‘여성UP엑스포’에 참석한 권영진 시장이 남성에게 맞춘  높이의 싱크대를 살펴보고 있다. ⓒ권은주 기자

여성이 행복하면 결국 시민 모두 행복

권 시장은 임기 동안 전국에서 최하위였던 보수적인 대구의 지역성평등지수를 최상위로 끌어올리며 대구여성정책지도를 바꿔 놨다. 취임 후 여성정책을 전담할 여성가족정책관을 신설하고 성평등한 환경을 반영한 대구여성정책은 민선 6기에 이어 7기로 들어서며 더욱 가시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2014년 내놓은 ‘자갈마당폐쇄정책’은 2019년에 110년 역사의 성매매집결지 완전 폐쇄했다. 여성가족정책관도 2019년 여성청소년교육국으로 승격하고, 육아휴직 남성공무원 인사우대 제도를 실시해 남성들의 육아동참을 이끌어내고 여성위주로 이뤄지던 난임치료를 남성과 한방으로까지 확대했다. 여성공무원 현황은 전국에서 최상위이지만 29일 4급 승진내정자 4명 중 3명이 여성이다. 2015년 전국 최초로 ‘일가정양립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여성 고용안전 강화를 위한 차별화된 취업지원 서비스로 여성일자리도 확대했다. ‘여성새로일하기센터’는 2016년부터 총 5차례 전국 여성일자리사업평가에서 최우수 지자체로 선정됐다.

“양성평등인식이 문화로 자리 잡는 것, 여성이 일하기 좋은 도시, 여성이 안전한 도시가 기반이 돼야 시민 모두가 행복한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성평등 문화가 일상 속으로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세대평등을 아우르고 일·가정 양립 할 수 있도록 성인지적인 정책수립 등 더 많은 투자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전국 유일의 여성정책박람회 ‘여성UP엑스포’는 2016년 처음 시작하여 올해 7회째를 맞고, 전국 최초로 여성가족재단 내에 여성안전플랫폼 공간 ‘SISO’(Safe Inside Safe Outside)를 조성해 시민의식 개선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도시 만들기에 앞장서 나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의 잇따른 성범죄가 발생한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로 남성중심적 조직문화를 꼽는다. 이에 대구시는 지난해에는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문제를 원천적으로 뿌리뽑기 위한 전담조직 ‘성괴롭힘대책팀’을 신설하고 성평등 조직문화를 조성했다.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근절대책 시행, 대구광역시 성희롱·성폭력예방 등 처리지침 개정을 가져왔다. 또한 사건발생 즉시 가해자 직위 해제, 무관용 원칙 적용하여 징계를 요구하고, 승진인사와 주요 보직 임용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등 인사상 패널티를 부여해왔다. 그러나 성희롱문제가 이어져 성폭력 대응과 예방대책을 총괄하는 팀을 만들었다. 이러한 결과 공무원들의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권 시장은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조직을 바꾸는데 노력해왔다. 권 시장 개인은 얼마나 달려졌을까.

“코로나19로 대외활동이 줄어들며 가족과 있는 시간이 늘어나 주말에는 가까운 곳으로 가족여행도 다녀오고 청소와 설거지를 도맡아 하는 시간도 보냈다. 요즘은 아내의 아픈 어깨를 안마해주고 함께 아침식사 준비를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점심·저녁식사는 거의 외부에서 하는 편이라 아침식사만큼은 가족과 함께 한다. 그 시간 속에서 우리 사회의 개인 특성이나 청년들의 생각, 다양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시간도 가진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