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1기 내각 인선
여성 후보 김현숙·이영·한화진
문 정부 27.8%에서 뒷걸음질
윤 당선자 “안배・할당 없다”

(왼쪽부터)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한화진 환경부 장관 후보자,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여성신문, 인수위원회
(왼쪽부터)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한화진 환경부 장관 후보자,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여성신문, 인수위원회

‘능력’과 ‘인품’을 인선 기준으로 삼은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이 곧 마무리된다. ‘공정’을 앞세워 ”할당이나 안배는 없다“고 천명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의지대로 첫 인선에서 ‘탕평’은 없었다. 10일과 13일 발표한 16개 부처 장관 후보자 면면을 보면 평균 나이는 59.7살, 서울대 출신이 7명, 남성이 13명이다. 청년은 찾아볼 수 없고, 여성도 손에 꼽는다. 이름을 올린 소수의 여성 후보들이 과연 여성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할 인사인지도 미지수다.

13일까지 발표된 16개 부처 장관 후보자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추경호 의원△국토교통부 장관에는 원희룡 전 제주지사 △국방부 장관에 이종섭 전 합참 차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박보균 전 중앙일보 편집인 △보건복지부 장관에 정호영 전 경북대 병원장 △여성가족부 장관에 김현숙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이창양 카이스트 교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장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김인철 전 한국외대 총장 △외교부 장관에 박진 의원 △통일부 장관에 권영세 의원 △법무부 장관에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행정안전부 장관에 이상민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환경부 장관에 한화진 한국환경연구원 명예연구위원 △해양수산부 장관에 조승환 전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이영 의원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대통령실 인사와 함께 추후 인선을 발표하기로 했다.

후보자 나이를 살펴보면, 49살인 한동훈 후보자를 제외하고 모두 50~60대다. 박보균 전 중앙일보 편집인이 68살로 가장 많았다. 윤 당선자가 공언한 ‘청년 장관’은 없었다. 여성 장관은 김현숙, 이영, 한화진 후보자 등 3명뿐이다. 비율로 따지면 18.75%다. 농림부와 노동부 장관 후보로 언급되는 인사는 대부분 남성으로 초대 내각 여성 장관 비율은 20%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윤 당선자는 10일 “저는 선거운동 과정에서부터 할당이나 안배를 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다”며 “각 부처를 가장 유능하게 맡아서 이끌 분을 찾아 지명을 하다 보면 어차피 공직이 많고 대한민국 인재가 어느 한쪽에 쏠려 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지역, 세대, 남녀라든가 균형이 잡힐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지역·세대·성별 안배 없이도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1차 인선에 대해 “다양성은 없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학교·정책 노선 등에서 균형이 미흡하다”, 정의당은 “‘경육남(경상도·60대·남성)’ 잔치판”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의 초대 내각은 여성 장관이 강경화 외교부·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김은경 환경부·김현미 국토교통부·정현백 여성가족부 등 5명, 27.8%로 출발했다. 역대 초대 내각 중 여성 장관수가 가장 많았다. 장관급으로 격상된 국가보훈처의 피우진 처장까지 포함하면 여성 비율은 31.5%로 대선 당시 약속한 ‘여성 장관 30%’ 약속을 지킨 셈이다. 

2015년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동수내각이 사람들로부터 환호를 받은 이유는 성별균형과 다양성이 모두 충족됐기 때문이다. 당시 장관 중 2명은 원주민, 3명은 외국 출생, 2명은 시크교도, 1명은 무슬림, 2명은 무신론자, 1명은 유방암 환자, 2명은 장애인, 1명은 성소수자, 1명은 빨강머리였다. ⓒ캐나다 총리실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2015년 처음 남녀 동수 내각을 구성한 이후 지난해 10월 출범한 3기 정부까지 연속으로 동수 내각을 구성했다.

독일·캐나다·칠레·프랑스 남녀 똑같이 ‘동수 내각’

성별·나이·지역이 모두 편중된 내각을 구성하는 한국과 달리 해외에선 여성과 남성의 비율이 동등한 ‘동수 내각’이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 3월 취임한 칠레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이 이끄는 내각은 ‘페미니스트 내각’으로 불린다. 24명의 장관 중 15명이 여성이다. 60%에 달한다. 남성보다 여성 장관이 많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0대 장관도 7명에 달해 내각 평균 나이는 49세다. 칠레는 지난 2006년 여성 최초 대통령이었던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이 세계 최초로 남녀 동수 내각을 꾸렸다.

지난해 12월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독일 연합정부는 여성 8명, 남성 8명으로 구성된 ‘동수 내각’을 출범시켰다. 독일 최초의 남녀 동수 내각이다. 외무, 외교, 국방 등 요직도 모두 여성으로 구성됐다.

캐나다는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2015년 처음 남녀 동수 내각을 구성한 이후 지난해 10월 출범한 3기 정부까지 연속으로 동수 내각을 구성했다.

프랑스는 2012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때 최초의 동수 내각이 출범한 이후 2017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남녀 동수로 내각을 꾸렸다. 프랑스는 앞서 1999년 헌법 제1조 2항에 ‘법률은 남성과 여성이 선출직 및 그 임기 그리고 직업적, 사회적 책무에 동등하게 접근하도록 한다’고 명시했다. 개정된 헌법을 기반으로 2000년 남녀를 동일한 비율로 공천하라는 내용의 ‘동수법’을 제정해 동수 내각의 씨앗을 뿌렸다.

2014년 이탈리아 마테오 렌치 총리, 2019년 핀란드 산나 마린 총리도 성평등 내각을 꾸렸다. 미국 조 바이든 내각은 동수 내각을 이루진 못했지만 26명 중 여성이 12명, 46%다.

트뤼도 총리는 2015년 성평등 내각을 구성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금은 2015년이니까요”라고 답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말하는 사회라면 성평등은 마땅히 추구해야 할 명제라는 것을 간결한 표현으로 대신한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 잇따라 동수 내각을 출범하는 배경에는 ‘남녀동수’, 즉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대표성이 평등한 대의민주주의를 위한 기본원칙이라는 인식이 있다. 남녀동수가 남성의 시혜가 아니라 여성의 당연한 권리라는 주장이다. 여성이 대표자가 될 동등한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50대 50이라는 대의제의 원칙이 반영돼야 한다는 논리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남녀동수에 대해 “여성을 대표하는 여성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남성들만큼이나 여성들에게도 공동체의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하는 것에 대한 문제, 즉 민주주의 구성에 관한 문제”라고 짚었다(이화젠더법학 제9권 제1호‘성평등 헌법과 여성대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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