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여성단체 한목소리로
“성평등 전담부처 필요하다”
돌봄·젠더 갈등·성평등 일자리 등
시대 문제도 한 그릇에 담아야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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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핵심 공약으로 내건 ‘여성가족부 폐지’가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미뤄졌다. 여가부 폐지가 유예되면서 초대 여가부 장관으로 내정된 김현숙 후보자에게 여가부 조직 재편의 몫이 맡겨졌다. 김 후보자는 지명 직후 “부처가 어떻게 개편될지 지금 예단하기 어렵다”며 “인구, 가족, 아동 문제를 챙기며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젠더갈등과 청년세대의 어려움을 풀어나갈 수 있는 부처의 새로운 역할을 정립해나가겠다”는 말로 여가부 개편 방향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여가부 기능과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여가부의 기존 기능에 시대 과제를 담아 성평등 정책 전담 독립부처로서의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가족부·성평등가족청소년부 등 부처 신설, 독일과 같은 1장관 3차관 체제로 개편 등 구체적인 대안도 나왔다.

실제로 이미 1998년 ‘여성특위’를 통해 위원회 형태는 정책 추진의 효과성이 떨어진다고 결론났고, 2001년 여성부 신설로 이어졌다. 다양한 성평등 추진체계 가운데 독립 부처 형태로 존재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는 얘기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수석 전문위원을 지낸 차인순 국회의정연수원 겸임교수는 신설되는 부처에는 여가부의 4대 정책 기능인 양성평등·젠더폭력방지·가족·청소년 정책은 유지하면서 성평등 일자리 정책 강화, ‘젠더 갈등’ 해소, 돌봄 정책 강화, 저출생 대응 등 시대 문제가 함께 담겨야 한다고 제시했다. 인수위가 강조하는 저출생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성평등 일자리, 돌봄 정책과 맞물려야 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다. 여가부를 대신할 명칭으로는 ‘성평등가족청년부’ 또는 ‘가족청년성평등부’를 제시했다.

성평등 정책 전담 부처의 기능 강화는 여성계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요구사항이다. 한국YWCA연합회는 인수위에 ‘여가부 기능 확대’를 골자로 하는 요구서를 전달했다. 기존 여가부 업무(성평등·권익·가족·청소년)를 모두 계승하면서 보건복지부의 인구정책실과 국무총리 산하 청년정책조정실 업무를 이관해 정책 대상을 확장한 ‘성평등부’를 신설하자는 내용이다. 성평등부라는 명칭은 여가부의 영문 이름(gender equality)을 그대로 살려 부처의 방향성을 담았다.

성평등부 신설을 제안한 김은경 한국YWCA연합회 성평등위원장은 “현재 여가부가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만큼 부처 개편을 통해 권한과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여가부를 ‘세대평등부’로 명칭을 바꾸고 개편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2030 청년세대의 생애 설계와 정책 욕구,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경제화, 팬데믹 등으로 변화된 성평등 정책 환경 속에서 정책 방향을 재정립하고 그에 부합하는 조직으로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세대별·젠더별로 변화하고 분화된 정책 욕구에 대응하고 세대와 평등, 세대평등을 아우르는 것을 통해 성평등 정책의 체감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가부의 정책 대상인 여성과 저소득 한부모, 학교 밖 청소년에 아동과 청소년, 청년 등을 더해 정책대상을 넓히자는 설명이다. “청년정책을 성인지적으로 수행해 저출산·성평등 정책과의 시너지를 도모하는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인수위에 △양성평등부터 저출생, 가족구성원 복지까지 관할하는 독일식 1장관 3차관 체제로 개편 △흩어진 청소년·가족·복지·정책을 묶어 ‘가족부’로 개편하고 부처별 양성평등 전담부서와 대통령 직속 양성평등위원회를 두는 방식의 조직개편 방안을 제안했다.

새로운 모델로 자주 언급되는 독일 ‘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는 한국 여가부의 기능인 성평등·가족·청소년 정책에 더해 노인·인구변동 문제까지 함께 다룬다. 정부 부처 내 위상도 상당하다. 예산은 2020년 기준 160억달러(약 19조4900억원)로 ‘초미니 부처’로 불리는 여가부 예산(2022년 기준 1조4650억원)의 13배에 이른다.

현재 인수위 안에서는 여가부 폐지 뒤 가칭 ‘미래가족부’를 신설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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