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할당제 현황 ⓒInternational IDEA
전 세계 할당제 현황. 서유럽과 북유럽 국가 다수와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들이 정당 할당제를 실시하고 있고, 라틴 아메리카와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의 약 57개 국가들이 법적 할당제를 실시하고 있다.  ⓒInternational IDEA

서유럽과 북유럽 국가들 다수와 아프리카 일부 국가들,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들이 정당 할당제를 실시하고 있고, 라틴 아메리카와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의 약 57개 국가들이 법적 할당제를 실시하고 있다.  

2022년 6월 1일, 우리는 민선 8기 지방의회와 지방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지방선거를 실시한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여성의 의회 당선비율은 광역의회 19.4%, 기초의회 30.7%로 지방자치 부활 이래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그런데 지방정부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17개 광역자치단체장에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 기초자치단체장에도 여성 당선인은 총 226명 중 8명으로 4% 미만인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여성의 정치참여와 대표성 확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왔던 만큼, 의회 참여 비율은 증가해왔다. 하지만, 유난히 지방정부를 책임지는 단체장에 있어 여성의 참여는 매우 낮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해외의 경우는 어떨까? 2020년 11월, 바르셀로나, 프리타운, 멕시코시티, 런던, 로스앤젤레스, 도쿄는 체인지(CHANGE: City Hub and Network for Gender Equity)를 결성하였다. 체인지는 도시계획 전반에 성평등을 강화하는 데 뜻을 모은 도시 간 네트워크이다. 코로나 시기와 맞물려 활발한 활동을 벌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외 주요 도시의 시장이 성평등한 도시설계를 표방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미국의 주지사는 최근 바이든 정부의 상무부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로드아일랜드의 주지사까지 포함하여 10명으로 20%이다. 유럽국가의 주요 도시 중 여성시장이 이끄는 수도가 10곳이다. 이들 여성시장은 3040세대로 기성 정치인보다 젊고, 정치입문 전 직업도 다양하다. 영화제작자, 방송PD, 교사, 장관 출신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2021년 현재, EU 회원국에서 여성이 시장인 도시 비율은 34.4%(유럽양성평등연구소, EIGE)에 달한다. 수도는 아니지만 바르셀로나(스페인), 쾰른(독일), 토리노(이탈리아), 말뫼(스웨덴) 등 널리 알려진 유서 깊은 유럽 도시의 시장도 여성이 맡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기초자치단체장에 해당하는 중소도시의 여성 시장 비율도 스웨덴이 43.4%, 프랑스 42.4%, 스페인 40.8%로 높은 수준이다.

유럽국가라고 해서 처음부터 여성의 정치 대표성이 높았던 것은 아니다. 정치영역은 세계 어디서나 남성 중심적 네트워크가 공고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정당이 앞다투어 여성후보 공천 비율을 늘리는데 경쟁을 하고, 성별 균형을 맞추겠다는 것을 헌법에까지 명문화하는 데는 유권자의 표심이 있었다. 시장직을 수행했던 여성 정치인에 대해 유권자들의 호응이 좋았다. 그러다보니 선순환적으로 정당은 시장직에 여성을 공천하면서 유권자의 지지를 호소했던 것이다. 여성이 시를 운영하는 지역에서는 다양한 주민들이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운영하고 사회복지예산의 비중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이나 주지사의 자리는 의원과 달리 예산을 집행하는 권한을 가진다. 그만큼, 어떠한 가치관을 갖고 예산을 배분하느냐 하는 점이 주요한 관건이다.

여성 시장에 대한 유권자들의 긍정적 평가는 최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연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단체장 취임 이후 지역사회 변화에 대해서 물은 결과, 전반적으로 여성 단체장이 있는 지역의 유권자들은 남성 단체장이 있는 지역에서보다 지역사회 변화에 대해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생활밀착형 환경문제, 문화와 여가생활, 1인가구, 청년 주택문제, 주차 및 대중교통 여건 개선, 지역사회 및 여성안전 예방, 지역사회 성평등문화 확산 등에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전통적으로 남성 유권자의 투표율은 여성보다 높다. 하지만, 최근에는 해외를 비롯해 우리나라 여성 유권자의 투표율이 남성을 앞서고 있다.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 처음으로 2017년 이후 치러진 각종 선거들에서 모두 여성 유권자의 투표율이 남성보다 높게 나타났다.

오랫동안 정당들은 공천할 만한 여성후보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 말의 이면에 숨은 뜻은 남성후보가 선거에서 더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각 정당은 유권자의 표심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새로운 변화를 파학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유권자들은 과거에 비해 젠더폭력이나 양성평등, 돌봄과 같은 이슈를 더 중요하게 다루어줄 것을 정치권에 요구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첫 여성 광역단체장도 나오고, 여성 기초단체장 비율도 획기적으로 증가하길 기대해 본다.

  

문유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문유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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