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막바지, 철쭉은 제철…차밭·보리밭 싱그러움 더해

전주 송광사, 진안 마이산 벚꽃 늦 정취

고창 청보리밭 축제 각종 보리음식 맛봐

"봄은 왔으나 참된 봄은 오지 않았다.”

누구는 시국을 한탄하며, 누구는 생명의 쓰러짐을 안타까워

한 말이라지만, 야근하느라 집청소하느라 아이 돌보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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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한 번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 여성들에게도

절실히 와닿는 말이다.

방송과 신문에서는 어느새 동백꽃 떨어지고

벚꽃도 흩날리고 반팔 입은 청춘들이 이른 여름을 고한다.

하지만 늦었다 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 하지 않았던가.

달아나는 파스텔 톤 봄을 잡으러

이번 주말엔 배낭을 둘러메는 거다.         대나무 꽃. ▶

따사롭다, 붉은 또는 분홍빛 봄 선운사·서천 미량리 동백숲,

송광사·진안 마이산 벚꽃길, 비슬산 진달래, 소백산 철쭉

소담한 동백꽃을 4월 말에도 만날 수 있다면 봄꽃 여행은 결코 늦은 게 아닐 터. 여수 오동도, 거제도, 해남 땅끝마을에서 동백꽃이 그 빛을 바래 갈 즈음, 선운사 동백숲 3천여 그루의 동백나무는 선연한 붉은 빛 꽃병풍을 두르기 시작했다. 1500년 역사의 선운사 동백숲은 천연기념물로 사람들의 출입이 막혀 있어 숲 언저리에서 바라보는 데에 만족해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 사찰 입구 미당 서정주 선생의 시비로 문학적 갈증을 해소하고 길게 늘어선 벚나무의 배웅을 받으며 주홍빛 상사화 핀 가을의 선운사를 기약한다. 좀더 가까이에서, 그리고 가장 늦은 봄까지 동백의 반짝임을 만나고 싶다면 충남 서천의 미량리 동백나무 숲을 찾을 수 있다. 바닷가 절벽 위 동백정을 둘러 자란 80여 그루의 동백나무 숲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색다른 정감을 더한다. 절벽 아래 쪽빛 바다와 봉우리째 툭툭 떨어지는 붉은 빛 동백이 대비를 이루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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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송광사, 진안 마이산에서 벚꽃으로 늦은 봄이 운치를 느낄 수 있다.

봄의 낭만을 원한다면 바람과 함께 쏟아지는 꽃비를 즐길 수 있는 벚꽃 여행을 추천한다. 서울 여의도 벚꽃도 지는 마당에 벚꽃이 어디 있냐고? 무슨 말씀, 동백도 있는데 벚꽃이 없겠는가. 남도의 벚꽃이 지고 난 후 만날 수 있는 전주 송광사의 십리벚꽃길과 진안 마이산의 벚꽃길이 있다. 전주 송광사 입구에서 시작돼 경내에 들어서는 3km까지가 절경이다. 고찰과 함께 어우러진 4월의 벚꽃은 봄의 운치를 더한다. 돌탑으로 유명한 진안 마이산은 4월 말 가장 늦게 벚꽃이 만개한다. 진해 벚꽃 축제와 쌍계사 벚꽃터널을 놓친 사람들이 찾기에 적격. 마이산에서는 벚꽃 축제도 함께 열리기 때문에 다양한 볼거리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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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산 철쭉제.

4월 말,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라는 진달래를 보고 싶다면 대구 달성의 비슬산에 오르면 된다. 비슬산 정상 대견봉에서 조화봉까지 4km에 걸친 능선에는 분홍빛 초원이 펼쳐진다. 4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해 4월 말경에 만개한다. 좀더 늦은 5월의 봄, 진분홍빛 철쭉 바다를 가르며 오르는 산행도 즐겁다. 철쭉의 명산은 충북 단양의 소백산. 정상 비로봉에서 동북쪽으로 신선봉, 연화봉 능선을 따라 철쭉이 무리지어 피어 있다. 희방사에서 오르는 연화봉 능선에는 수천 평에 달하는 철쭉 바다가 펼쳐지고 정상인 비로봉 부근은 주목 숲과 어우러져 수수한 철쭉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지리산 바래봉, 태백산, 남원 봉화산 등에서도 화려한 또는 수수한 철쭉의 멋을 만끽할 수 있다.

시원하다, 푸른 또는 연둣빛 봄 보성 녹차밭, 고창 청보리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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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말이면 보성 녹차밭에 연한 새잎이 돋아 나 눈부신 푸른 빛을 선사한다.

<자료제공·대한다업>

분홍빛 봄꽃의 향연이 너무 화려하다는 사람에게는 연둣빛 차잎의 반짝임과 푸르른 보리 바다의 물결을 권하고 싶다. 겨우내 추위에 얼어 자주색으로 변한 보성 차밭의 잎들 사이로 4월 말이면 연한 새잎이 돋아난다. 영화 '선물'과 모 이동통신회사 CF로 잘 알려진 대한다원이 대표적이다. 해발 350m 오선봉 자락에 줄줄이 늘어선 차밭은 하늘과 함께 눈부시고, 차밭을 둘러싸고 곧게 뻗은 삼나무 숲길은 운치를 더한다. 녹차 아이스크림과 율포 해변의 녹차해수욕은 녹차밭 여행의 보∼너스다.

바람에 따라 일렁이는 청보리가 12만여 평의 넓은 들판을 가득 메운 고창 보리밭은 봄여행의 마지막으로, 눈을 쉬어가기에 최고의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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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목이 나오는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절경을 이루며 특히 5월 6일 입하를 전후해 가장 푸르다. 올해는 제1회 고창 청보리밭 축제가 열려 보리밥, 보리개떡 먹기, 보리피리 불기, 청보리밭 사진 공모전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여행의 흥을 더할 예정이다. 고창의 선운사나 보리밭을 방문했다면 별미 풍천장어를 빼놓지 말자.

                                 ▶고창 청보리밭.

김선희 기자sona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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