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고학력·고소득 ‘윌 스미스 잘못’
여성· 젊은층은 ‘크리스 록’ 탓도 다수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배우 윌 스미스가 27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킹 리처드'(King Richard)로 남우 주연상을 받은 후 눈물을 흘리며 소감을 말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배우 윌 스미스가 지난 3월 27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킹 리처드'(King Richard)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후 눈물을 흘리며 소감을 말하고 있다.

배우 윌 스미스의 이혼설이 불거졌습니다. 지난해 터져 나온 아내의 불륜설에도 별 일 없는 듯하던 부부 사이가 3월 27일 아카데미 시상식 사건 이후 심상치 않다는 겁니다.

윌 스미스의 아카데미 폭력 사건은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시상식장(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 참석한 사람은 물론 전세계 TV시청자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일어난 일이니까요. 잘 차려 입고 아내 제이다 핀켓 스미스와 앉아 있던 윌 스미스는 코미디언 크리스 록이 탈모증 때문에 삭발한 아내를 두고 농담하자 곧장 무대로 올라가 크리스 록의 뺨을 후려쳤습니다.

언론마다 대서특필했고, 스미스는 즉시 "잘못했다"고 사과했지만 비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어떤 폭력도 정당화 될 수 없다"는 얘기죠. 결국 아카데미 측은 그에게 ‘10년 간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 금지’ 결정을 내렸고, 스미스가 주인공을 맡기로 했던 제작은 줄줄이 연기 됐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부부의 이혼설까지 퍼진 것입니다.

윌 스미스의 행동에 대한 의견은 분분합니다.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지, 공개석상에서 사람을 치다니”가 주를 이루지만 “여러 사람 앞에서 아내를 욕 보이니 그럴 수도 있지”도 있습니다. 미국에선 여론조사도 여러 차례 실시된 모양입니다.

결과는 흥미롭습니다. 대부분 윌 스미스가 ‘잘못했다’는 답이 많은 가운데 남자(64%)가 여자(57%)보다 더 스미스를 공격하는 것으로 나타났답니다. 나이가 많을수록 스미스가 잘못했다는 비율이 높았다고도 합니다. 65세 이상은 72%였는데 18~34세는 46%였다네요.

또 4년제 대학 졸업자(57.6%)는 스미스, 고등학교 졸업자(56.6%)와 그 미만(59.8%)은 크리스 록의 잘못이 더 크다고 봤답니다. 연간소득 2만5000달러 아래(63.4%)는 크리스 록, 10만~15만 달러(51.7%)와 그 이상(54.2%) 소득자는 스미스가 잘못했다고 답했다네요.

개중엔 크리스 록이 더 잘못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답니다. 어쨌거나 남성이 여성보다, 나이든 층이 젊은 층보다, 고학력· 고소득자가 저학력· 저소득자보다 윌 스미스의 잘못을 더 지적한다는 사실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여성이 감정에 더 솔직하다는 건가, 돈을 잘 벌거나 가방끈이 길면 감정에 덜 치우친다는 얘기인가, 나이 들면 인내심이 많아진다는 건가, 화를 못 참고 감정을 드러내면 손해라는 말인가 등등.

윌 스미스가 크리스 록의 따귀를 때린 뒤 속 시원해 했을지, 땅을 치고 후회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사과를 하고, 아카데미회원증을 반납하고, 비난 여론에 시달리고, 예정 됐던 일이 취소되는 등 만만찮은 후유증을 겪은 건 틀림 없습니다.

아내의 불륜설에도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심지어 아내를 농담의 대상으로 삼은 데 격분해 폭력을 휘둘렀던 스미스가 사건 이후 아내에게 냉랭해진 건 무엇 때문일까요. 자신의 행동에 대한 후회일까요, 그런 일을 일으키게 만든 아내에 대한 원망일까요 아니면 그동안 꾹꾹 눌러 왔던 괘씸함이나 미움이 폭발한 것일까요.

사람은 화가 나면 의외의 행동을 합니다. 평소 같으면 절대 안할 행동을 저지르지요. 이해득실도 따지지 않습니다. 프로골퍼 조던 스피스는 얼마 전 열린 RBC헤리티지 3라운드 마지막홀에서 버디퍼트가 실패하자 속이 상했는지 40cm짜리 짧은 퍼트를 툭 치는 바람에 천금같은 파를 놓쳤습니다. 다음날엔 신중한 태도를 보인 끝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지요. 전날 저녁 아내가 딱 한 마디, “퍼트 하기 전에 다섯만 세면 안되겠느냐”고 해서 그대로 했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입니다. 화 때문에 안하던 짓을 하면 수습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진다는 걸 알면서도 때론 참지 못하고 험한 말을 내뱉습니다. 심하면 윌 스미스처럼 손찌검을 하거나 뭔가를 내던질 수도 있구요. 잠시 후련할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와 다툴 때 하고픈 말을 못하면 밤새 “아까 이 말을 해줬어야 하는데”라며 곱씹기도 합니다.

그러나 절제하지 못한 말은 상대방에겐 물론 내게도 상처가 되기 십상입니다. 한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가 없으니까요. 이타적인 것이야말로 알고 보면 이기적인 거라고 남의 가슴을 헤집어 놓고 내 가슴이 멀쩡하기를 바라긴 어려운 듯합니다.

오래 전 나산그룹을 경영하던 안병균 회장에게 들은 말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았습니다. “화를 내면 당장은 시원하지만 금세 추워진다”는 겁니다. 그는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오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했습니다. 사는 동안 이 말이 실감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급한 성격 탓에 욱 할 때가 많고 그러고 나면 수습하느라 고생깨나 했으니까요.

2000년대 초반 국내 서점가를 휩쓸었던 틱낫한의 ‘화’에 따르면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고 합니다. 윌 스미스가 싸대기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고 곧 다시 특유의 밝고 유쾌한 모습을 보여줄지, 한동안 더 부대낄지는 알 길 없습니다.  그저 이런저런 정황을 보며  ‘살면서 속 터지는 일이 있어도 욱하지 말자’, ‘시원한 것 좋아하다가 추워지지 말자’ 다짐해볼 따름입니다. 내 감정에만 매몰되지 말고 상대의 입장도 생각하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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