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청량리역 공지문에
노숙인 인권단체 항의·인권위 진정
인권위 “노숙인 혐오 조장 게시물...재발 막아야”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1월 서울역 2번 출구와 엘리베이터 내·외부에 “엘리베이터에서 대소변을 보는 노숙인 발견 시 역무실로 신고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부착했다. ⓒ홈리스행동 제공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1월 서울역 2번 출구와 엘리베이터 내·외부에 “엘리베이터에서 대소변을 보는 노숙인 발견 시 역무실로 신고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부착했다. ⓒ홈리스행동 제공
코레일은 2021년 10월 청량리역 대합실의 파손된 TV 화면에 “노숙인의 고의 파손으로 피해보상 청구 중입니다”라는 게시물을 부착했다. ⓒ홈리스행동 제공
코레일은 2021년 10월 청량리역 대합실의 파손된 TV 화면에 “노숙인의 고의 파손으로 피해보상 청구 중입니다”라는 게시물을 부착했다. ⓒ홈리스행동 제공

“엘리베이터에서 대소변을 보는 노숙인 발견 시 역무실로 신고 바랍니다.”(서울교통공사)
(파손된 텔레비전에) “노숙인의 고의 파손으로 피해보상 청구 중입니다.”(코레일)

두 공기업이 지난해 지하철역에 붙인 게시물이다. 모두 “노숙인에 대한 인격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2일 나왔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1월 서울역 2번 출구와 엘리베이터에 “엘리베이터에서 대소변을 보는 노숙인 발견 시 역무실로 신고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부착했다. 코레일은 2021년 10월 청량리역 대합실의 파손된 TV 화면에 “노숙인의 고의 파손으로 피해보상 청구 중입니다”라는 게시물을 부착했다.

노숙인 인권단체 ‘홈리스행동’은 노숙인에 대한 경멸과 혐오를 조장하는 게시물이라며 지난 1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서울역에 심야시간대 이용할 수 있는 공공화장실이 없는 현실”부터 개선했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인권위는 “노상 배설행위나 시설물 파손 금지는 모든 시민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사항임에도, 게시물에 그 대상을 ‘노숙인’이라고 특정함으로써 노숙인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봤다. 또 “이러한 게시물을 많은 시민이 지나다니는 역사 안에 부착한 것은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심화시킬 수 있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서울교통공사는 “2021년 5~6월 특정 노숙인 2~3인이 역 내에 상습 방뇨를 해 직원들의 고충이 컸고, 관련 민원도 1일 8~9회 접수됐다”며 “현재는 모두 제거했다”고 답했다. 코레일은 “해당 문구가 노숙인 혐오를 조장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며 현재는 게시물을 제거했다”고 답했다.

인권위는 “(문제의 게시물이) 이미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됐기 때문에 노숙인의 피해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 어려우며, 유사한 사례가 다른 역사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 사장에게 노숙인 혐오 조장 게시물 부착 재발을 막도록 해당 역 소속 직원들에게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소속기관 등에 해당 사례를 전파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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