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권 단계적 폐지...74년 형사사법체계 대변화
검찰 수사권 단계적 폐지...74년 형사사법체계 대변화
  • 유영혁 기자
  • 승인 2022.05.03 15:37
  • 수정 2022-05-03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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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검수완박 법안 처리 완료
검찰 수사권, 6대 범죄에서 부패·경제범죄로 축소
선거 범죄 수사권 연말까지 유예
ⓒ뉴시스·여성신문
ⓒ뉴시스·여성신문

국회가 검찰청법 개정안에 이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74년만에 형사사법체계의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입법 과정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내용이 수정되면서 수사권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게 된다.

국회는 3일 오전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재석 174인 중 찬성 164인ㆍ반대 3인ㆍ기권 7인으로 가결됐다. 이날 참석한 민주당 의원 160명 전원과 민주당 출신 무소속 3명(양정숙·윤미향·민형배 의원),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통과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에 대해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동일한 범죄 사실의 범위 내’로 한정하는 내용이 핵심이다(196조 2항 신설). 앞으로 수사기관의 이른바 ‘별건 수사’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검찰은 경찰 수사 중 시정조치 요구가 이행되지 않았거나 위법한 체포·구속, 고소인 이의신청으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의 경우에 한해 동일한 범죄사실 범위안에서 보완수사를 할 수 있다.

다만 이의신청권을 가진 ‘고소인 등’의 범위에서 고발인은 제외된다.

지난달 29일 국회를 통과한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에서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4개 범죄를 제외하고 부패범죄, 경제범죄만 남기는 것을 골자로 한다.

검수완박 법안 시행 시점부터는 6대 범죄 중 공직자·방위사업·대형참사 등 3개 범죄가 검찰의 직접 수사범위에서 제외된다.

선거범죄는 내년 1월1일부터 제외하는 것으로 경과조치가 마련됐다. 오는 6·1 지방선거 관련 범죄의 공소시효는 올해 12월31일까지다.

부패·경제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2023년 중으로 계획된 중수청 출범 때까지 한시적으로 유지된다. 

9월 초부터 송치 사건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 범위가 '동일한 범죄사실 내'로 제한된다.

이때부터 검사는 경찰 송치사건 외 자신이 수사 개시한 범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도 없다. 현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법 시행 이후 공소를 제기하는 경우부터 적용한다는 부칙이 담겼다. 고(故) 이 예람 중사 사망사건 등 특별검사 운영에서는 해당 조항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검찰총장은 부패·경제범죄 등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인력의 현황을 분기별로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검수완박을 마무리하게 되는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는 연말까지 활동하게 된다.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도 이날 가결됐다. 

민주당은 사개특위 구성 후 6개월 안에 가칭 중수청 입법 조치를 완성하고 입법 후 1년 이내에 출범시킬 계획이다. 이 방안에 따르면 2023년 안에는 중수청이 출범하게 된다.

사개특위 결의안은 그 목적을 "중수청 출범과 동시에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폐지하도록 하는 등 사법 체계 전반에 대해 논의하고 관련 법률안을 심사·처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2023년 중 중수청(한국형 FBI) 출범과 동시에 검찰 직접 수사권은 완전히 폐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검수완박 피해자는 국민"..."기획수사 파해자도 국민"

대검찰청은 지난달 29일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입장자료를 내고 유감을 표명했다.

대검은 “70년 이상 축적한 검찰의 국가수사역량을 한순간에 없애고 국민의 생명·신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법안이 제대로 된 논의 한번 없이, 헌법과 국회법이 정한 핵심적인 절차가 무력화된 상태에서 통과됐다”고 밝혔다.

대검은 또 “공직자범죄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기능을 박탈함으로써 이제 국회의원·고위공직자 등 권력자들은 공직자범죄나 선거범죄로 검찰의 직접 수사를 받지 않아도 되고, 국가안보 또는 국민의 안전에 직결되는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범죄도 검찰이 수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검은 “수사검사와 기소검사를 분리함으로써, 처음부터 수사를 개시해서 사건의 내용을 가장 잘 아는 검사는 기소할 수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권 박탈 논의는 검찰의 기소권 독점에 대한 우려에서 시작됐다. 공직자범죄수사처가 출범하기 전 검찰은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었다. 특정범죄에 대해 수사권과 기소권까지 가진 대한민국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기관이다.

특히 별건수사와 기획수사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 무제한토론에 나서 “2014년 4월 8일 저는 바로 이곳에서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정유라의 승마공주 특혜를 밝혔다. 그 대가는 저에 대한 기획수사였다”며 “김영환 청와대 민정수석 수첩에 ‘안민석이 1억 받았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청와대가 왜 야당 정치인이 업체로부터 1억을 받았다는 음모를 꾸미느냐”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저 메모지는 수원지검으로 가 버스 업체 사장을 소환했다. 검찰이 원하는 답을 하지 않고 양심을 지켰다. 만약 검찰이 원하는 대로 허위자백을 했다면 저는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며 “왜 검찰 개혁이 필요한지 여러분께서 잘 판단하시길 바라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수원의 버스업체 사장과 노조위원장은 검찰의 수사를 받고 기소돼 실형을 살았으며 노조위원장은 형기를 마치고 석방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소개했다.

안 의원은 고 김재윤 의원도 검찰의 기획수사의 희생자라고 주장하며 검찰의 수사권 박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1895년 '검사' 첫 등장

일본과 개화파가 주도한 갑오개혁의 일환으로 1895년 '재판소구성법'이 공포되면서 처음으로 '검사'라는 용어가 우리나라 법에 등장했다.

재판소를 설치하도록 만든 이 법은 사법권을 행정권으로부터 분리하려 했다는 데 의의가 있었다. 검사는 독립된 검찰기구를 갖추지 못하고 재판소의 직원으로서 수사·소추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1912년 공포한 '조선형사령'은 검사와 사법경찰관 모두에게 막강한 강제수사 권한을 부여했다.

이 법은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지휘를 받아 범죄를 수사하도록 했지만, 반면 사법경찰관으로서 조선총독부 경무총장은 지방법원 검사와 동일한 직권을 가진다는 규정도 뒀다.

◆ 1948년 8월 '검찰청법' 시행...검찰 수사권·기소권 명문화

미군정 말기인 1948년 8월 '검찰청법'이 시행됐다. 이 법은 효력이 1년여에 불과했지만 우리나라 74년 형사사법체계의 기틀이 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법이 제정되면서 검찰사무가 행정기관인 조선총독부 법무국이나 미군정청 사법부에서 분리됐다.

이 법의에는 검찰의 수사·공소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수사에 관해서는 사법경찰도 지휘·감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같은 해 3월에는 '개정 형사소송법'이 공포됐는데 처음으로 법관에 의한 영장제도가 도입됐다. 일제강점기 조선에서는 법관의 영장 없이 인신구속을 해왔다.

이듬해인 1949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국회에서 검찰청법을 새로 제정하면서 검찰청의 조직 및 검사의 직무, 권한이 정해졌고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도 이때 생겨났다.

1954년에는 '형사소송법'이 만들어지면서 검사의 수사권과 기소권이 명문화됐다. 당시 '경찰에 수사권을 독자적으로 부여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검찰 출신 엄상섭 의원과 한격만 검찰총장의 반대로 무산됐다.

한 총장은 공청회에서 "수사는 경찰에 맡기고, 검사는 기소권만 주는 게 법리상 타당하다. 하지만, 100년 뒤에나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1962년 5차 개헌에서는 영장청구의 주체를 '검찰관'으로 규정하면서 검찰은 수사·기소·영장청구권을 모두 갖게 됐다. 

◆ 김대중 정부, 검경수사권 조정 논의

'검경수사권 조정'이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다. 검찰에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돼 있다는 지적에 '검찰 개혁' 논의가 시작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민생치안 관련 일부 범죄에 한해 경찰수사권 독립을 공약했다. 김대중 정부 출범 후 경찰은 수사권 조정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으나 법무부가 반대했다.

노무현 정부도 '검찰 개혁'을 주장했지만 검찰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국회에 '경찰 수사개시권'을 명시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김준규 검찰총장이 사퇴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해묵은 숙제였던 '검경수사권' 관련 법안들을 개정하고 지난해부터 시행했다.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명령과 이행 관계에서 상호 협력관계로 수정하고 경찰에게 1차적 수사권 및 1차적 수사종결성을 부여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검찰의 권한은 기소권과 함께 6대 주요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대한 직접수사권, 송치 후 수사권, 경찰수사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권으로 한정됐다.

같은 해 권력형 비리수사를 전담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출범했다.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은 '검수완박'을 위한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와 법사위, 여야 합의 등으로 몇 번의 수정을 거쳤으나, 결국은 검찰의 모든 직접수사권을 시간을 두고 폐지하고 검찰의 역할은 기소로 한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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