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격렬한 전투 이어져
러시아-우크라이나 화상 평화회담 계속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제77주년(전승절) 기념 열병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제77주년(전승절) 기념 열병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러시아가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 77주년을 맞아 9일(현지시각)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군사력을 과시하는 열병식을 개최했다. 

열병식에 앞서 연단에 선 푸틴 대통령은 10여분의 연설 대부분을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한 이유를 설명하고 정당화하는 데 할애했다. 서방이 예상했던 전면전 선언 등 다른 특별한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BBC는 푸틴 대통령이 전면전 선언도 승리선언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침공의 책임을 서방과 우크라이나에 떠넘겼다. 그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국경에서 용납할 수 없는 위협을 고조시켰다”며 “유럽과 공정한 타협점을 찾으려고 했지만 그들은 우리 말을 듣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친러 반군이 장악한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등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도 수차례 언급하며 강제 병합의 야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특별군사작전은 서방의 침략을 막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였다”고 자평하면서 “러시아를 위해, 승리를 위해, 만세”라는 구호를 외치며 연설을 끝냈다

러시아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이번 열병식 규모는 지난해와 견줘 3분의2 수준으로 축소됐다.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상당수가 격추된 것으로 알려진 수호이(Su)-30 전투기와 Su-34 폭격기가 동원 명단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선보였던 최신형 T-80BVM 전차와 다연장 로켓 발사대 TOS-1, 대공방어체계 판치르-S 등 신무기도 등장하지 않았다. 열병식 병력은 지난해 1만2천명에서 1만명으로 줄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러시아군의 무력 시위 일환으로 예고했던 핵전쟁 지휘통제기 일류신(IL)-80 등 77대 공중 전력의 열병식 등장이 기상 관계로 취소됐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공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치즘에 승리한 날에 우리는 새로운 승리를 위해 싸우고 있다”면서 “승리로 가는 그 길은 어렵지만, 우리가 이길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주도의 전승절이 아닌 ‘기억과 화해의 날’로 기념한다.

◆ 우크라이나 동부, 격렬한 전투 이어져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격렬한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BBC에따르면 돈바스 지역의 루비즈네와 빌리호리우카 주변에서 전투가 진행됐다.

빌리호리우카 마을 폭격으로 이 지역 주민들이 대피해 있던 학교가 피해를 보았고 이곳에 대피했던 90명 중 60여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에도 포격이 계속돼 구조작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미 국방부의 한 고위 관리는 러시아가 지난 며칠 동안 동쪽에서 느린 진전을 이뤘으며 남쪽에서는 사실상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하르키우를 장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항구 도시인 오데사는 러시아의 새로운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지역 당국은 2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작전사령부는 이날 러시아군이 순항미사일 4발로 오데사 지역을 공격했지만 사상자는 없다고 밝혔다고 우크라이나 국영 매체 등이 전했다.

사령부는 러시아군이 지역 내 기반 시설을 파괴하면서 민간인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오데사 지역에 대한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이 계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이날 오데사를 방문한 유럽연합(EU) 샤를 미셸 상임의장은 포격을 피해 대피했다.

EU 관계자는 "오데사 지역이 러시아 미사일 포격을 맞은 가운데 샤를 미셸 의장과 다른 참석자들이 회의를 중단해야 했다"고 밝혔다.

동쪽 루한스크 지역에서는 미사일 포격을 넘어 지상 진격 가능성이 의심되는 모습이 발견됐다.

CNN은 세베로도네츠크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모습을 담은 위성사진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3일에는 이런 부교가 없었다.

위성 사진을 통해 파악된 부교는 지난 6일 러시아 항공기의 폭격을 받은 빌로호리우카 마을에서 2마일(약 3.22㎞)도 안 되는 거리에 위치했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지방군정청장은 이날 러시아가 세베로도네츠크 주변 동쪽 전선과 중요 후방기지인 바크무트를 연결하는 길목을 빼앗으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이다이는 러시아군이 세베로도네츠크 강을 가로지르는 가설 부교를 만들어 장비 등을 수송했으며 "이는 러시아군이 공격력을 키우고, 루한스크 지역을 차단하면서 공세를 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화상 평화회담 계속

러시아의 공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평화협상도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 측 협상 대표는 우크라이나와의 평화 협상이 원격으로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협상 단장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이날 인테르팍스통신에 "원격 형식의 협상은 종료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측과 대면 협상 개최 여부와 관련해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이날 2차 세계대전 전승기념일을 맞아 우크라이나에 대한 승리나 전면전을 선포할 거란 전망이 나왔으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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