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어려운 플라스틱 잘 버리려면

재활용이 어려운 쓰레기를 새롭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기자가 일주일 동안 집과 여성신문 사무실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아 활용 방법을 찾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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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일주일 동안 집과 여성신문 사무실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아 플라스틱 방앗간에 가져갔다. ⓒ뉴시스·여성신문

기자는 먼저 모은 플라스틱을 서울환경연합이 운영하는 ‘플라스틱 방앗간’에 가져갔다. 플라스틱 방앗간은 재활용이 어려운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아 분류, 분쇄, 전사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킨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시민들에게 기증받는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들고 방앗간에 도착해 무게를 재고 작은 카드를 하나 받았다. 플라스틱 방앗간에 플라스틱을 제공할 때마다 카드에 도장 하나씩을 받을 수 있다. 3번, 6번, 9번 가져갈 때마다 보상으로 치약짜개나 병따개 등을 받는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기도 했지만, 재활용이 어렵다는 걸 절절하게 느꼈다.

그게 플라스틱 방앗간의 운영 목적이다. 분리수거함에 버려지는 쓰레기 중 가장 비중이 큰 플라스틱은 생각보다 재활용이 까다롭다. 우선 분류가 복잡하다. 현재 한국에 유통되는 플라스틱은 폴리에틸렌(PET),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등 20여 종에 달한다. 이를 재활용하려면 사람이 직접 소재를 나눠야 하지만 수만 톤의 쓰레기를 종류별로 분류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두 가지 재질이 분리되지 않는 복합재질이거나 일정 크기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는 선별이 어려워 일반쓰레기로 버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플라스틱 방앗간에 쓰레기를 기증하는 시민들은 스스로 배출하는 플라스틱의 양을 확인하고, 재활용이 생각보다 까다롭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는 인식 개선으로 이어지고 시민들은 플라스틱 저감에 스스로 나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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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방앗간은 주로 재활용이 어려운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아 분류, 분쇄, 전사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킨다.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시민들에게 기증받는다. ⓒ여성신문

기자가 직접 쓰레기를 모아보니 확실히 어려운 점이 많았다. 일단 습관이 들지 않아 자꾸만 플라스틱을 그냥 버리려고 했다. 또 대부분 성분표시가 확실하게 돼 있지 않았거나 복합재질이었다. 플라스틱에 묻어 있는 음식물을 닦아내는 일, 모아 놓을 곳이 없다는 사실도 골치가 아팠다. 재활용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 실감났다.

플라스틱 외에 다양한 폐기물들을 수거하는 곳도 있다. 망원과 서울역에 있는 알맹상점이 대표적이다. 이곳에서는 실리콘, 우유팩, 말린 커피가루, 폐전선 등 재활용이 안 되는 쓰레기를 수거한다. 이렇게 모은 쓰레기들은 각각 전자제품 버튼, 화장지, 커피 화분·연필, 구리 등으로 재탄생한다. 알맹상점에 해당 쓰레기를 하루 최대 4개 제공할 수 있으며 12가 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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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과 서울역에 있는 알맹상점에서는 실리콘, 우유팩, 말린 커피 가루, 폐전선 등 재활용이 안 되는 쓰레기를 수거한다. ⓒ여성신문

하지만 알맹상점이 지향하는 바도 결국 ‘제로 웨이스트’다. 때문에 알맹상점에서는 커피를 판매할 때 일회용이 아닌 다회용 용기로 제공한다. 샴푸나 바디워시 등은 각자 가져온 용기에 담아가도록 한다. 환경에 해롭지 않거나 폐기물을 활용한 제품도 판매한다.

폐기물을 새롭게 활용하는 문화를 사회 전반에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곳도 있다. 서울특별시가 서울디자인재단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는 서울 성동구 ‘서울 새활용 플라자’다. 2017년 개관한 새활용 플라자는 버려지는 자원들을 활용하는 기업들을 한곳에 모아 산업적으로 키우고 시민사회에 새활용 문화가 확장되도록 돕기 위한 곳이다. 새활용 플라자 도슨트를 진행한 조윤숙 해설사는 “서울 새활용 플라자는 새활용 특화시설 중 세계 최대”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서울 성동구 장안평의 서울 새활용 플라자 전경. ⓒ여성신문
서울 성동구 장안평의 서울 새활용 플라자 전경. ⓒ여성신문

새활용 플라자에서는 다양한 새활용 예술작품이나 생활용품을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건물 1층에는 로렌스 발리에르가 골판지로 만든 하마가 있다. 로렌스 발리에르는 박스를 이용해 다양한 동물 조형물을 만드는 작가다. 조윤숙 해설사는 “작가는 한국에서 이 작품을 만들었으며, 가까이 있는 대형마트에서 사용한 박스를 사용했다”며 “작품은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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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 발리에르가 골판지로 만든 하마가 서울 새활용 플라자 1층에 위치해 있다. ⓒ여성신문

새활용 플라자의 ‘꿈꾸는 공장’에서는 일일 1만원, 월 5만원을 내고 조각기, 3D프린터, 레이저 커터 등을 사용해 쓰레기를 예술작품이나 생활용품으로 바꿀 수 있다.

새활용 플라자 지하에는 ‘소재 은행’도 있다. 이곳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버려지는 폐기물들을 모으고 분류한다. 이렇게 모이고 분류된 폐기물들은 새활용 상품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소재가 된다. 새활용 업체들은 여기서 필요한 소재를 구입할 수 있다.

물론 쓰레기의 절대적인 양을 줄이는 게 최선이다. 조 해설사는 매일 쓰레기 50만 톤(t)이 버려진다며 “코끼리 한 마리가 평균 5t이다. 매일 코끼리 10만 마리만큼의 쓰레기가 버려지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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