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법곤충감정실 개소

17일 충남 아산시 경찰수사연구원 내 법곤충감정실에서 연구사가 업무하는 모습. 사진=경찰청 제공
17일 충남 아산시 경찰수사연구원 내 법곤충감정실에서 연구사가 업무하는 모습. 사진=경찰청 제공

미국 수사드라마 ‘CSI’ 오리지널에 나오는 길 그리섬 반장은 곤충학자다. 그는 곤충으로 변사 사건 사망시간을 비롯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국내에서도 이처럼 곤충을 활용한 과학수사가 이뤄지게 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법곤충 감정 기법을 도입하기 위해 충남 아산에 있는 경찰수사연수원에 ‘법곤충감정실’을 개소했다고 17일 밝혔다.

변사 사건에서 사망시간은 사인 및 범죄 관련 여부, 용의자 특정을 위한 중요한 단서다. 경찰은 그동안 부검 등을 통해 체온, 시신 얼룩(시반), 시신 경직(시강), 위 속 내용물 소화 상태 등으로 사망 시간을 특정했다. 하지만 부패한 시신은 이런 방법으로 사망시간을 추정하기 어려웠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에 경찰이 나서서 곤충을 활용한 사망시간 추정법을 도입했다. 곤충은 온도에 따라 성장속도가 일정하다는 특성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17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국내 최초로 법곤충감정실(Forensic Entomology Lab)을 개소했다. 사진=경찰청 제공
17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국내 최초로 법곤충감정실(Forensic Entomology Lab)을 개소했다. 사진=경찰청 제공

국내에서는 2014년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순천에서 발견된 A씨 변사사건에 법곤충 감정 기법을 적용한 적이 있다. 이후 제한적으로 변사 사건에 법곤충 감정 기법을 활용했으나 전담 감정실이 없는데다 전문인력과 축적된 데이터 부족 등으로 한계가 있었다.

경찰청은 2016년부터 5년 동안 한국에 서식하는 주요 시식성 파리 3종에 대한 성장데이터를 구축하는 등 법곤충 감정 기법 토대를 마련해 왔다. 올해엔 4월부터 추가 연구개발을 진행해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고 감정기법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법곤충감정실은 앞으로 사망시간 추정뿐 아니라 사망한 계절, 시신 이동 및 약물 사용 여부 등 추가적인 수사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아울러 변사 사건뿐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 동물에게 발생하는 구더기증 분석을 통해 노약자 방임과 학대, 동물 학대 및 유기 등 다양한 분야에 중요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법곤충 감정 기법을 통해 변사 사건 수사 역량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국가의 마지막 사회적 책무인만큼 모든 변사 사건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세밀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법곤충 연구 개발을 진행 중인 박성환 고려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국가기관 차원에서 법곤충감정실 운영을 환영한다"며 "앞으로 법곤충 전문인력 양성 및 연구 활성화를 통해 국내 법곤충 분야가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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