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민진 전 청년정의당 대표
“‘성추행 아니다’라고 말한 적 없었다”
“강력하게 문제 삼고 싶어도 당에서의
위치 상 침묵 할 수밖에 없었다”

강민진 전 청년정의당 대표 ⓒ홍수형 기자
강민진 전 청년정의당 대표 ⓒ홍수형 기자

“공식 행사 뒤풀이에서 삼삼오오 술자리가 벌어졌을 때 제 허벅지 안쪽에 두 차례 손으로 접촉이 있었다. 순간 당황스러워서 한동안 몸이 굳어 있었는데 가해자가 말을 걸어서 단답식으로 몇 번 대답하고 그 자리를 나왔다. 다른 자리로 옮기려는데 가해자가 같이 따라와서 당혹스러웠다. 현장을 목격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듣기로는 그날 가해자가 손을 댔던 여성은 저만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정당 내 성폭력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강민진 전 청년정의당 대표는 최근 당내에서 겪은 자신의 성폭력 피해를 폭로했다. 정의당은 즉각 반박했다. 19일 강 전 대표는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 지도부의 공식 입장을 재반박했다. 그는 22일 “제가 목숨을 내놓으면 그때는 제대로 된 조치와 사과가 이뤄질 수 있을까”라며 의미심장한 글을 남긴 상태다.

정의당 “불필요한 신체 접촉…성폭력 아니었다” 입장 발표

앞서 강 전 대표는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청년정의당 당직자 A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며 “지난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열린 전국 행사의 뒤풀이 자리에서 B 광역시도당 위원장은 제 허벅지에 신체 접촉을 했다”고 밝혔다.

강 전 대표가 당내 성폭력을 폭로하자 정의당은 즉각 반박했다. 당은 A 당직자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선 “대단히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B 위원장 사건엔 “강 전 대표는 이 사안을 성폭력으로 볼 문제는 아니지만 지방선거에 출마할 분이기 때문에 청년 당원에게 무례한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해서는 엄중 경고와 사과 조치가 필요함을 당 젠더인권특위 위원장에게 전달해왔다”며 이 사건을 ‘성폭력’이 아닌 ‘불필요한 신체 접촉’이라고 해명했다. 또 당 지도부가 사건을 묵살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강 전 대표 “성추행 맞고, 당에서의 위치 상 침묵 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 여의도 정의당 중앙당사. ⓒ뉴시스·여성신문
서울 여의도 정의당 중앙당사. ⓒ뉴시스·여성신문

우선 강 전 대표는 B 위원장 사건을 성추행이 맞다고 주장했다. 또 강 전 대표가 먼저 ‘사과문만 받고 끝낼 것이다’, ‘이번 사건은 성추행과 같은 큰 문제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입장을 낸 것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강 전 대표는 “당시 제가 선대위에서 피해 사실을 말씀드린 후에 하고 싶은 말이 남아있었는데 여영국 대표께서 B 위원장에게 엄중 경고를 하고 사과문을 받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며 “제가 그 자리에서 ‘안 된다. 그냥 넘어갈 순 없다’고 말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제게 돌아올 ‘대선 시기에 당에 악영향을 준다’는 평가에 대한 우려와 함께 저의 당 내 입지가 안정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 사건을)문제 삼을 수 없겠다는 두려움이 마음 속에 있었다”고 토로했다.

은폐 의혹에 대해서도 “그날 회의에서 오갔던 이야기를 토대로 봤을 때 이 일을 제가 더 이상 문제 삼지 못할 것이고 계속해서 침묵할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며 “당에서는 외부에 이 사건을 발설하지 말라며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했지만 현장에서는 그런 설명이 따로 없었다. 발설하지 말라는 것은 당연히 저에게도 해당되는 얘기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정의당 젠더인권특위 위원장인 배복주 부대표가 입장문을 통해 ‘강 전 대표는 성추행으로 여기지는 않고 그럴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을 했기에 그의 판단을 신뢰했다’고 주장한 것엔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다”며 “배 부대표가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생각해보면 사적인 신뢰와 친분 관계 속에서 피해 사실을 얘기했을 때 했던 말 중의 하나가 그분에게는 저의 최종적인 입장으로 여겨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답했다. 이어 “어찌됐든 공식적인 회의 자리에서 제가 문제를 제기했을 때 ‘이건 성추행이 아니다’라는 발언을 한 적 없기 때문에 개인 간의 통화에서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사건에 대해 얘기한 말이 활용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성폭력 아니라고 규정한 당 입장 철회해야…경찰 고소는 고민 중”

강 전 대표는 성폭력 사건을 경찰에 고소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그는 “일단 제가 당 입장문을 보고 충격을 받은 상황”이라며 “아직 향후 대책에 대해 고민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을 통해서 정의로운 결론 낼 수 없다면 (고소를)고민해봐야겠다”고 덧붙였다.

강 전 대표는 해당 사건이 성폭력이 아니라고 규정한 당의 입장을 철회할 것을 정의당에 촉구했다. 그는 “무엇보다 성폭력 문제를 개인의 일탈의 문제가 아닌 이런 피해가 일어날 수 있었던 조직 문화와 권력 관계를 성찰하고 공동의 책임을 지는 것이 변화의 시작일 것”이라며 “B 위원장의 공천도 이를 유지하는 것이 적합한지 당 차원의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지예 전 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등 연대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에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강 전 대표는 “현재 정의당의 입장은 피해자를 비난하고 의심하는 방식으로 나갔기 때문에 이를 진흙탕 싸움이라고 여기고 싶고 한 발 떨어져 있고 싶을 것”이라며 “그런 상황에서도 저는 한명의 개인이고 상대는 대한민국의 정당이라는 점에서 위압감을 느끼고 당에서 왜곡된 방식으로 사실관계가 나올 때마다 방어하기가 어려운데 그런 상황에서 메시지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