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내각 여성 장관 15.8%
남성 편중·다양성 실종 비판
윤 대통령 “여성에 기회 부여”
여성 장관 임명으로 이행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5월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1호 법안에 서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1호 법안에 서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공직 인사에서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여성 인재 기용 의지를 천명했다. 내각의 ‘남성 편중’, ‘다양성 실종’이라는 비판이 국내외에서 이어지자 인사 방침의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이번 약속이 비판을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이 아니라면 윤 대통령은 여성 장관 임명이라는 실천으로 이를 이행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 1기 내각에서 국무총리 등 19명의 국무위원 중 여성은 김현숙·이영·한화진 등 3명(15.8%)뿐이다. 5명(27.8%)이었던 문재인 정부 1기 내각보다 후퇴했다. 차관·차관급 인사는 더 심각하다. 41명 중 여성은 2명(4.8%)이다. 윤 대통령이 지명한 내각 주요 인사 114명(낙마자 포함) 가운데 여성은 단 10명, 8.8%다. 내각의 극단적인 성별 불균형은 해외 언론에서도 관심의 대상이다. 지난 20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은 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의 불을 당긴 결정적 순간이다. 당시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윤 대통령이 대선 기간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한 사실과 내각의 남성 편중을 지적하며 “여성의 대표성 향상과 성평등 증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이냐”고 물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은 이른바 ‘서오남’으로 정리된다. 서울대·50대·남성이 인사의 주요 키워드다. ‘할당’이나 ‘안배’ 없이 오로지 ‘능력’만 보고 뽑았다는 인사들의 면면에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아빠찬스’ ‘여성 성적대상화’ ‘성소수자 혐오’ ‘막말’ 등 후보자들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이 계속 터졌다. 공정과 상식을 국정의 주요 가치로 내세웠으나 새 정권의 인재풀을 보면 윤 대통령과의 끈끈한 ‘인연’이 ‘능력’보다 강하게 작동했다는 의심을 지우기 힘들다는 평가다.  

남성 편중 내각인 한국과 달리 해외에선 여성과 남성의 비율이 같은 ‘동수 내각’이 속출하고 있다. 독일, 캐나다, 프랑스, 칠레가 대표적이다. 미국 기자의 이례적 질문은 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에서 유독 여성 대표성에서 뒤처지며,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며 노골적으로 여성에 등 돌리는 현상이 국제사회에서도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3일 사퇴한 데 이어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도 23일 사퇴했다. 교육과 보건·복지 분야는 여성 인재풀이 풍부한 영역이다. “장관 직전 위치까지 여성이 많이 올라오지 못했다”는 식의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국과 미국은 이번 공동성명(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901846)에 성평등 증진을 위해 협력하겠다고 명시했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인터넷이 양국 사회 내 여성과 소녀의 형평, 평등 및 안전을 증진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지속해 나가도록 보장할 필요성을 재확인한다”고 강조하며 젠더 기반 온라인 희롱·학대에 대한 행동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에 창립 멤버로 참여하겠다고 서명했다. 세계시민과의 약속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14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도 “정치·사회적 행위와 젠더 이슈, 여성의 기회의 측면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야 한다는 분명한 원칙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약속이 어떻게 이행될 지 국제사회가 지켜보고 있다. 

인적자원 전문가인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연령, 가치관, 성장 과정, 경험치가 다양하고 차이가 있는  사회에서는 특정 개인의 의견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중요하다”면서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자신의 경험과 신념을 바탕으로 소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인사를 결정할 수 있더라도 그 안에서 포괄성은 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 정부의 인사 결정 과정에 대해 “훈련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며 “지금의 시도에서 무엇이 결핍돼 있는지 깨우치는 시행착오를 거쳐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