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 후보들 공약 살펴보니
조전혁·조영달 “페미니즘·동성애 교육 폐지”
박선영 “운동권 이념 스며든 학생인권조례 폐지”
구체적 대안은 내놓지 않아

(왼쪽부터) 조전혁, 박선영, 조영달 서울시교육감 후보. ⓒ여성신문 DB
(왼쪽부터) 조전혁, 박선영, 조영달 서울시교육감 후보. ⓒ여성신문 DB

차기 서울시 교육감에 출마한 일부 후보들이 성평등과 학생인권 보장을 부정하는 공약을 내걸었다. 스쿨미투를 포함한 학교 현장의 성차별·성폭력, 최근 10대 성범죄 가해자 증가 등 교육 현안을 고심하고 대책을 내놔야 할 후보들의 답변이라기엔 실망스럽다.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이념에서 해방된 학교”를 만들겠다며 △민주시민교육, 노동인권교육 폐지 △성평등 교육을 가장한 극단적 페미니즘 및 동성애 교육 폐지 △학생인권조례 폐지 등을 제시했다.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 공약 일부.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 공식 웹사이트 캡처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 공약 일부.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 공식 웹사이트 캡처

조전혁 후보는 예비후보였던 지난 2월 10일 서울시교육청의 ‘2022 성평등 교육환경 조성 및 활성화 기본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학생인권조례, 차별금지법, 전통적 도덕과 가치관을 허무는 젠더 페미니즘을 포함한 동성애 옹호까지 우리 교육 전선에서 제일 먼저 막아야 된다”고 발언했다.

조영달 후보도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도 페미니즘·성평등 교육이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고 전통의 미덕을 해치는 교육”이라고 여러 차례 주장한 바 있다. 지난 4월27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선 “청소년들을 성적으로 잘못 인도할 수 있게 만드는 학생인권조례와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과 같은 잘못된 성교육이 폐지될 수 있도록 하늘의 권능으로 도와주시옵소서”라고 썼다.

조영달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3월 28일 유튜브에 올린 영상 캡처 ⓒ유튜브 캡처
조영달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3월 28일 유튜브에 올린 영상 캡처 ⓒ유튜브 캡처
박선영 서울시교육감 후보 공약 일부.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 블로그 캡처
박선영 서울시교육감 후보 공약 일부.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 블로그 캡처

서울시교육감에 출마한 유일한 여성인 박선영 후보도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10대 공약 중 하나로 내걸었다. “학생인권조례에는 학생의 권리만 있고 의무가 없다. 교사를 스승이 아닌 서비스직으로 만들고 있다”며 “학생인권조례에 스며들어있는 운동권 이념교육의 요소도 싹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조전혁·박선영 후보는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고 ‘학생권리의무장전’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한다. 구체적인 근거나 내용은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조전혁 후보는 1월 25일 ‘에듀프레스’ 기고에서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학구의 ‘학생권리의무장전’(SR & R)을 모범사례로 꼽았는데, 원본을 보니 그가 반대하는 ‘학생의 성 정체성, 성적 지향을 존중받을 권리’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교육청을 시작으로 2011년 광주, 2012년 서울, 2013년 전북, 2020년 충남·제주 등 6곳에서 시행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9년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권고하는 위원장 성명을 내고 “학생인권조례가 학생들로 하여금 인권을 존중하는 민주사회의 시민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되어 줄 것”이라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도 그해 서울시학생인권조례를 두고 “차별과 혐오의 금지가 학생 인권 보호를 위한 필수적인 전제”라고 판단했다. 유권자의 엄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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