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8일 ‘AI WORLD 2022’ 개최
세바스찬 승 삼성리서치 사장
정재승 KAIST 교수, 개막 강연·대담

생각만으로 움직이는 로봇팔 등
“AI-인간 뇌 결합 형태로 진화 중”
“AI는 기계일 뿐 두려워할 필요 없어
잘못된 의사결정 가능성 늘 신중해야”

ⓒFreepik
ⓒFreepik

“10년이 지나면 ‘인공지능(AI) 전문가’라는 단어는 사라질 겁니다. ‘인터넷 전문가’라는 말이 사라진 것처럼, AI가 모든 곳에 스며들어 누구나 사용하게 될 거예요. AI를 어떻게 쓸까, 사람과 AI가 어떻게 상호작용·공생할까를 더 고민하면 좋겠습니다.”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저출생으로 노동가능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로봇 활용이 최적의 방안이라고 봅니다. AI는 과학기술 발전 속도를 높이고, 새로운 에너지원 개발이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AI는 인류의 운명을 구할 무기입니다.” (세바스찬 승 삼성리서치 사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AI WORLD 2022 : Tech&Future’를 개최했다. 국내외 최신 AI기술 동향과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 행사 주제는 ‘인간지능과 인공지능의 만남’이다. 이날 첫 순서로 세바스찬 승 사장과 정재승 교수가 무대에 올랐다. 15분가량의 짧은 강연에 이어 ‘자연지능과 인공지능의 결합’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AI WORLD 2022 : Tech&Future’를 개최했다. 세바스찬 승 사장과 정재승 교수가 ‘자연지능과 인공지능의 결합’을 주제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영상 캡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AI WORLD 2022 : Tech&Future’를 개최했다. 세바스찬 승 사장과 정재승 교수가 ‘자연지능과 인공지능의 결합’을 주제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영상 캡처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는 “AI는 점차 인간 뇌와 결합하는 형태로 진화 중”이라고 말했다. 각국에서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돼지 뇌에 컴퓨터 칩을 심어 행동을 예측하고, 척수 손상으로 한쪽 다리를 저는 원숭이에게 칩을 심어 다시 걸을 수 있게 한 일론 머스크의 스타트업 ‘뉴럴링크’(Neuralink) 등이 대표적이다.

정재승 교수 연구팀도 올해 2월 3차원 공간상에서 생각만으로 로봇팔을 높은 정확도 (90.9~92.6%)로 조종하는 ‘뇌-기계 인터페이스 시스템’을 개발했다. 메타버스 안에서 아바타를 생각대로 움직이게 하거나 앱을 생각만으로 제어하는 스마트기기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 있다. “몸이 불편하거나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기술”이다.

정재승 KAIST 교수 연구팀의 뇌-기계 인터페이스 연구 모식도 ⓒKAIST
정재승 KAIST 교수 연구팀의 뇌-기계 인터페이스 연구 모식도 ⓒKAIST

또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로 나뉘는 컴퓨터와 달리 인간 뇌는 하드웨어 구조를 바꿔가며 기능을 추가할 수 있고, 훨씬 효율적으로 하드웨어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인간 뇌는 컴퓨터와 달리 기억을 저장·처리하는 곳이 분리돼 있지 않아 더 효율적”이라며 “용량이 400cc에 불과했던 뇌는 복잡한 환경에 컴퓨터보다 훨씬 잘 대응할 수 있는 구조로 진화해왔다”고 했다.

정재승 교수는 “AI가 반드시 인간의 뇌를 닮을 필요는 없다”면서도 “오늘날 AI 기술의 많은 요소가 인체, 뇌과학에 영감을 얻어 발달했다. 인체의 시각피질이 수많은 시각 정보 중 의미 있는 정보를 발견해 빠르게 처리하는 방식에 통찰을 얻어 빅데이터 관련 기술이 발전했다”고 했다.

또 “우리는 AI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길 기대한다. 그렇게 AI의 행동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기술에 대한 공포도 덜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재승 교수는 “AI는 뇌과학 발전에 기여해왔고 앞으로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호기심’을 AI에게 넣어주면 더 큰 발전이 기대되는데, 그러려면 미국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처럼 현실적인 로봇윤리가 중요하다”고도 언급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AI WORLD 2022 : Tech&Future’를 개최했다. 세바스찬 승 사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영상 캡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AI WORLD 2022 : Tech&Future’를 개최했다. 세바스찬 승 사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영상 캡처

뇌신경공학 기반 AI 전문가인 세바스찬 승 사장은 최근 전 세계 GDP 성장 둔화세를 그래프로 보여주며 “과학기술 발전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 ‘날아다니는 차를 원했는데 140자(트위터)밖에 없다’는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의 말대로다. 우리 예상만큼 빠르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AI가 필요하다”며 AI 발전으로 인한 여러 산업 분야의 긍정적 전망을 제시했다. 특히 “차세대 컨텐츠는 AI가 만드는 컨텐츠”일 거라며 “딥페이크 등 우려도 있지만 많은 장점이 있다”고 봤다.

인간 뇌와 AI의 차이점으로는 “인간은 (AI와 달리) 반응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 성찰을 통해 목표와 달성 방법을 생각하는 것은 인간적인 지성”이라고 봤다.

AI 챗봇 ‘이루다’처럼 AI가 현실의 언어를 도덕적 기준 없이 학습해 혐오발언이나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발언을 쏟아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세바스찬 승 사장은 “삼성은 AI 윤리에 진지한 입장이다. 내부 AI윤리위원회를 운영하며 최신 이슈를 공유한다”며 “AI는 (제어할 수 있는) 기계다. 사고하는 게 아니라 학습한 데이터에 기반해 일할 뿐이다.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게 될 수 있으니 늘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시각 효과 전문 회사인 웨타디지털의 엄해광 연구위원, 뇌과학 분야 석학이자 『지능의 탄생』 저자인 이대열 존스홉킨스대 교수가 기조연설을 했다. 이어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 TF 팀장, 싱가포르 인공지능국(National AI Office)의 청천츠 박사, 에스토니아 경제통신부의 시그릿 지이트 국가AI서비스 프로젝트 매니저가 디지털 플랫폼 정부의 성공 전략을 논의했다. 이외에도 국내 AI 전문가들이 AI 기술 트렌드, 미래 AI와 사회상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우리나라가 디지털 기술 패권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세계를 압도할 수 있는 초(超)격차 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세계가 주목하는 인공지능 초일류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