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 A공립고 학생들, 단체 대화방서
반 년 넘게 학생·교사 성희롱·모욕
학교는 쉬쉬...교사가 사건 축소·2차 가해
피해 학생들 정신적 피해 크고 등교거부도
가해 학생 7명만 검찰 송치
뒤늦게 교육청 개입...2주 내 처분 결정

경기도 군포시 한 공립고등학교 남학생들이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서 반년 넘게 학생들과 교사들을 상대로 심한 성희롱, 모욕, 욕설을 한 일이 뒤늦게 드러났다. 확인된 피해 학생만 28명, 피해 교사는 6명이다. 가해자 중엔 학생회장도 있다. 

중대한 사안임에도 학교는 약 40일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가해 학생들은 학교를 활보했다. 피해 학생들은 학교에 못 갈 정도로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고 있다. 뒤늦게 경찰과 교육청이 개입했다. 일부 가해 학생만 검찰에 송치됐다. 

지난 27일 시작된 경기 군포 A공립고 학생들이 저지른 단톡방 성폭력 사건 관련, 피해 학생 보호자가 작성한 국회 국민동의청원 내용 일부. ⓒ국회 국민동의청원 페이지 캡처
지난 27일 시작된 경기 군포 A공립고 학생들이 저지른 단톡방 성폭력 사건 관련, 피해 학생 보호자가 작성한 국회 국민동의청원 내용 일부. ⓒ국회 국민동의청원 페이지 캡처

피해 학생 보호자들, 해당 학교, 관할 경찰서와 교육지원청 등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 학교 2학년 남학생 13명이 2021년 8월부터 지난 4월까지 페이스북 단체 대화방에서 같은 학교 학생들과 교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수차례 성적 발언, 모욕, 욕설 등을 주고받았다. 

특히 여학생들을 두고 “돼지X 도축 마렵네”, “보원터(여성 성기에 원자폭탄을 터뜨리고 싶다)”, “보전깨(여성 성기에 전구를 넣고 깨고 싶다)”고 했다. 피해 학생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도 가져와 성적·인격적으로 비하했고, 피해 학생 모친을 비하하는 “애미” 등 표현도 썼다.

이 대화방에 속한 한 남학생이 한 피해 학생에게 제보해 외부에 알려졌다. 피해 학생은 지난 4월 28일 학교에 처음 신고했다.

신고 후 상황은 이상하게 흘러갔다. 교육청 매뉴얼대로라면 이 사건은 명백한 학교폭력(사이버 폭력)이다. 학교 측은 사건 인지 즉시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과 피해 학생들을 분리하는 등 피해자 보호 조처에 나서고, 진상조사에 착수했어야 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 학교 측은 피해 학생 측의 가피해자 분리 요구에도 “권한이 없다”, “가해 학생 학습권 침해”라는 납득하기 힘든 이유만 댔다. 가해 학생 측 반발도 거셌다고 한다. 결국 피해 학생 3명만 반을 옮겼다. 

심한 2차 가해가 벌어졌다. 학교폭력 담당 교사는 사건 인지 후 가해 학생들에게 “단톡방을 폭파하라”며 사실상 증거 인멸을 지시했다고 한다. 피해 학생들에게는 ‘피해관련 미접수확인서’를 주면서 신고 포기를 종용했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다”, “소송해봤자 시간만 오래 걸린다”, “시험이 더 중요하다”, “피해자가 깔깔거리는 모습은 좀 아닌 것 같다. 웃지 말고 다녀라” 등 믿기 힘든 발언도 했다고 한다. 피해 학생 보호자들에게도 갑작스레 “화해의 장”을 열 테니 원한다면 참석하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지난 27일 시작된 경기 군포 A공립고 학생들이 저지른 단톡방 성폭력 사건 관련, 피해 학생 보호자가 작성한 국회 국민동의청원 내용 일부. ⓒ국회 국민동의청원 페이지 캡처
지난 27일 시작된 경기 군포 A공립고 학생들이 저지른 단톡방 성폭력 사건 관련, 피해 학생 보호자가 작성한 국회 국민동의청원 내용 일부. ⓒ국회 국민동의청원 페이지 캡처

보다 못한 일부 보호자들이 5월 3일 가해 학생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군포경찰서는 지난 17일 모욕 혐의로 학생 7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13명이 가담했는데 왜 7명만 송치됐을까. 군포경찰서 관계자는 “단톡방은 교사의 지시로 이미 폭파돼 피해자들이 제공한 자료, 폰 포렌식으로 수집한 증거물 등을 갖고 수사했다. 단톡방에 있던 학생 모두가 가해자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피해자들에게 고소 의사를 물어보니 원치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피해 학생 측 “교육청 심의위서도 2차 가해”
변호사 “학폭 사안 이렇게 방치한 사례 드물어”
지역 여성단체 “그냥 학폭 아닌 강간문화 드러내
퇴학 중징계 내려서라도 강력한 책임 물어야”

사안은 교육청으로 넘어갔다. 관련 학생 등의 진술을 듣고 사건 처리 방안을 논의하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지난 20일, 27일, 28일 열렸다. 결정 내용은 보통 1~2주 내에 가해·피해 학생들에게 발송된다. 

피해 학생 보호자들은 심의위에서도 2차 가해가 있었다고 했다. 심의위원장이 피해 학생들 앞에서 성희롱·욕설 등 메시지를 모두 읽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단톡방 성희롱을 다루는 자리인데 심의위원 8명 중 여성은 1명뿐이었다. 위원들의 성희롱·성폭력 관련 학식이나 경험, 전문성도 담보되지 않았다고 했다. 

피해 학생 3명은 등교 거부 중이다. 한 학생은 이명과 불면을 호소하고 있다. 심리상담을 받는 학생도 여럿이다. 한 보호자가 지난 27일 시작한 국회 국민동의청원(정보통신망, 단톡방에 의한 학교폭력에 신음하는 아이들 구제에 관한 청원)에는 이틀 만에 8000명 이상이 동참했다. 

피해 학생들을 대리하는 한아름 법무법인 LF 변호사는 여성신문에 “학교폭력 중에서도 굉장히 이례적인 사건”, “이 정도로 학교 차원에서 아무 조처를 하지 않고 방치한 경우는 드물다. 교육부 지침을 인지하고 있다면 이렇게 할 수 없다고 본다”고 했다.

일부 피해 학생·보호자들을 상담·지원해온 군포여성민우회 측은 “이 사건은 그냥 학교폭력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강간문화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라며 “어떻게든 사건을 축소하려 했던 학교, 성인지감수성 부족이 드러난 심의위 때문에 피해 학생과 보호자들은 더 고통받고 있다”고 했다. 

또 “학교는 가해 학생들에게 퇴학 수준의 중징계를 내려서라도 강력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단톡방에 가담했지만 처벌을 피한 학생들도 징계와 교육을 받아야 하고, 2차 가해를 저지른 학교도 책임져야 한다. 피해 학생들에게 의료·법률 등 지원을 충분히 제공하고, 성인지감수성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피해 교사들은 사각지대에...학교는 묵묵답답

피해 교사 6명이 어떠한 보호를 받고 있는지도 미지수다. 교사들은 아예 성폭력 대응 사각지대에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이 학교 교감은 여성신문에 “교육청과 경찰에서 조사 중인 사안이라 당장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교사 피해와 관련해서는 “절차에 따라 진행했다. 자세한 내용은 지금 말씀드릴 수 없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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