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연극계 유력인사들, 신인배우 상습 성폭력” 피해자들 고소
“광주 연극계 유력인사들, 신인배우 상습 성폭력” 피해자들 고소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2.06.30 16:20
  • 수정 2022-07-04 15: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 지역 극단 대표·연출 등 연극인 3명
“신인배우 성추행·성폭행” 고발 나와
피해자 2명, 29일 기자회견 후 경찰에 고소
“피해자 다수...알고도 묵인하는 분위기”
광주연극협회, 징계 절차 착수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민변 광주전남지부 등이 모인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가 29일 광주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 제공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민변 광주전남지부 등이 모인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가 29일 광주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 제공

광주 연극계 유력 인사들이 힘없는 신인 배우들을 상대로 상습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고발이 나왔다. 광주연극협회는 긴급 이사회를 열고 가해자로 지목된 연극인들에 대한 징계를 논의할 예정이다.

광주여성민우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위원회, 광주 지역 시민사회문화예술단체가 모인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는 29일 광주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에 따르면 광주 지역 극단 대표·연출 A씨와 그의 아내 B씨, 다른 극단 대표·배우 C씨 총 3명이 2012~2013년과 2016년 배우 2명에게 성폭력을 저질렀다.

대책위는 언론에도 이들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극단 대표, 연출, 배우, 연기 선생이었고 광주연극협회 이사나 부회장 등으로 활동”한 이들이며, “연극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된 피해자들에게 ‘널 키워주겠다’며 성폭력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김산하(가명)씨는 2012년 배우 오디션에 합격해 A씨의 극단에 들어갔다. “2012~2013년 A씨에게 수차례 성추행·성폭행을 당했고, B씨에게 폭언과 2차 피해, 강제추행을 당했고, C씨에게도 한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산하씨는 “A씨는 처음 만난 날부터 ‘네가 마음에 든다, 내가 너를 키워줄 수 있다’며 저를 추행했다. A씨는 극작가이자 이곳저곳에서 작품상을 받은 연출가로 광주 연극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이었다. 저는 새내기라 대놓고 저항할 수 없었다. 저 외에도 수많은 피해자가 있고, 연극계에서 이미 A씨의 성폭력을 ‘손버릇이 좋지 않다’는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보며 용인해주고 있었음을 나중에 알았다”고 주장했다.

또 “함께 술을 마시자는 C씨의 제안에 C씨네 극단 단원들과 다 함께 C씨의 집에 갔던 날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다. C씨는 섬세하게 연기지도를 해주던 선생님이었고 평상시 젠틀했기에 더 충격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술자리에서 ‘여자애들은 강간도 당해보고 그래야 오기가 생겨서 연극을 오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도 했다.

김산하씨는 “연극은 공동 작업이라 남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고 연극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A씨의 극단에서는 첫 공연을 마치자마자 나왔지만 광주 연극계가 좁아서 가해자들과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제가 극단을 나간 이후 B씨는 A씨의 강간을 저와 동의하에 가진 성관계라 단정 짓고 제게 지속적으로 전화를 걸어 간통죄로 신고하겠다며 온갖 욕설과 자살 협박을 했다. A씨에게 저를 데려가 성행위를 강요하고 거부하자 저를 추행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8년 ‘미투’ 운동을 계기로 외면하고 있던 상처가 터져나왔다. 제가 겪은 일이 폭력임을 인식했다. 이후 연극을 지속하기 어려워 그만뒀고 성폭력 사건에 대한 고소와 공론화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민변 광주전남지부 등이 모인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가 29일 광주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 제공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민변 광주전남지부 등이 모인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가 29일 광주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 제공

광주에서 20대 초반에 배우로 활동했던 피해자 서주영(가명)씨도 A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공연 시작 기념 회식 자리에서 처음 만난 A씨가 옆에 앉아 몸을 만지며 “네가 마음에 들어. 나에게 잘 보이면 좋은 배역을 줄 수 있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서주영씨는 “상대가 광주에서 오래 일한 힘 있는 연출가라는 점, 너무 자연스러웠던 스킨십, 연출가의 행동을 묵인하는 분위기는 그 상황을 그저 웃어넘길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 장면을 목격한 선배는 저에게 그 연출가는 원래 그런 사람이니 우리가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며 “당시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어렵게 선택한 직업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묻어두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들과 함께 문제를 알리고 연대하기로 했다. 더 이상의 피해는 나오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피해자 2명은 이날 가해자로 지목된 3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대책위는 “가해자 쪽은 ‘왜 이제 고발하느냐’ 등 피해자에게 오히려 책임을 묻고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는 2차 가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광주시와 광주문화재단은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에 대한 전수조사를 즉각 하고 광주연극협회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광주 연극계 권력형 성폭력 고발 관련, 광주연극협회가 30일 공개한 성명서의 일부. ⓒ광주연극협회
광주 연극계 권력형 성폭력 고발 관련, 광주연극협회가 30일 공개한 성명서의 일부. ⓒ광주연극협회

광주연극협회는 오는 7월 4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가해자로 지목된 연극인 3명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기로 했다. 이들에게 7월 2일까지 소명서를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또 소속 회원 전체를 대상으로 익명 전수조사를 해 성폭력 사안이 발견되면 강력 대응할 방침이다. 협회 내 신문고와 인권특위도 신설할 계획이다.

광주문화재단은 여성신문에 “대책위로부터 관련 내용을 전달받아 광주시와 적절한 조처를 논의 중이다. 성폭력 예방교육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폭력 피해로 고충을 겪고 있는 예술인, 예비 예술인들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 성폭력피해 신고상담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전화 02-3668-0266, 자세한 내용은 http://www.kawf.kr/social/sub11.do)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