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셀대학교 총학생회 주도로 6개월 준비
총학생회 관리 공공부지에 세워 외부 압력 영향 없을 듯
카셀 도큐멘타에 일본군'위안부' 전시 계획도

올해 1월, 베를린 소녀상을 지키는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는 카셀대학교 총학생회(AStA)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베를린 소녀상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카셀 도큐멘타 전시 때 소녀상을 설치하여 전 세계인에 알리고 싶다는 제안이었다. 그로부터 6개월 지났고 학생들의 꿈은 현실이 됐다.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될 카셀대학교 학생회 본관 신축공원 부지   ⓒ코리아협의회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될 카셀대학교 총학생회 본관 앞 신축공원 부지. ⓒ코리아협의회

오는 8일(현지시각) 오후 4시 30분 독일 카셀대학 총학생회 본관 앞 신축공원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제막식이 열린다. 베를린 소녀상에 이어 독일 공공부지에 건립되는 두 번째 소녀상이다. 제막식에는 토비아스 슈노어 카셀대 총학생회장과 소녀상을 만든 김운성 작가, 코리아협의회 한정화 대표 등이 참석하며 핸드팬 연주자 진성은씨와 가야금 연주자 박현정씨의 공연도 펼쳐진다. 

건립과 동시에 영구적 존치도 이뤄진다. 총학생회는 소녀상 부지 사용에 대해 대학 측의 공식 허가를 받고, 학생 의회에서 소녀상 영구 존치를 통과시켰다. 소녀상 설립 부지는 총학생회 관리 소관으로, 학생들이 학생총회를 통해 자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 외부 압력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 

하지만 공공부지에 건립되는 만큼 일본 정부의 압박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코리아협의회 측은 “이미 총학생회에서 베를린 소녀상에 대한 일본 정부의 철거 압력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며 “만약 일본 정부의 압력으로 대학 측에서 철거하려고 할 경우 학생들과의 갈등으로 번지게 되어, 표현의 자유 방해와 학생들의 자치권 침해로 오히려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베를린 미테구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에 꽃 장식이 놓여져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독일 베를린 미테구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에 꽃 장식이 놓여져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카셀 소녀상 비문은 학생들의 희망에 따라 영문 없이 독일어로만 제작됐다. 비문에는 ▲2차대전 중에도 일본군에 의해 아시아와 유럽 여성들이 일본군 '위안부' 제도로 인해 피해 입은 사실 ▲독일 국군 역시 부대 내에 군인들을 위한 위안소(Wehrmacht Bordelle)를 운영한 사실 등이 명시된다. 소녀상은 이 피해자들을 추모하고 피해 생존자들이 다시는 전쟁범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투쟁한 용기를 기린다는 내용을 담았다. 

총학생회 측은 소녀상 건립에만 그치지 않고 일본군 '위안부' 및 여성 성폭력 문제 관련해 매년 학술회, 전시회, 워크숍 등을 개최할 계획이다. 또한 총학생회 임원들의 임기가 한시적임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소녀상을 관리하고 관련 행사를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대학 내 "캠퍼스에 소녀상을!"이라는 후원회를 공식 발족해 운영하고 있다. 

첫 번째 학술회는 오는 9일 열린다. 이날 학술회에는 소녀상을 만든 김운성 작가와 역사학자 레기나 뮬호이저, 코리아협의회 한정화 대표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7일부터 올해 카셀 도큐멘타 폐막일인 9월 25일까지 코리아협의회의 <일본군위안부박물관> 대여 전시물들이 카셀대학 총학생회 본관 건물에 전시된다. 카셀 도쿠멘타는 5년마다 한 번씩 열리며 매회 전시 관람 인파만 5백만 명에 달하는 국제현대미술축제다. 소녀상 관련 전시도 이 기간에 맞춰 진행되기 때문에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전시에는 사진작가 야지마 추카사가 찍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 사진, 독일 국군을 위한 부대 내 위안소 문제 소개, IS에 의한 야지디족 여성 성폭력, 페미사이드, 독일 성폭력피해자 보호 인권단체 '메디카 몬디알레'의 현재 활동 등이 소개된다. 이를 통해 전시 성폭력 문제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이에 수많은 여성이 함께 저항하고 있음을 보여줄 계획이다.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는 "총학생회 측에서 처음엔 임시 전시로 기획했다가 진행 과정 중에 영구 존치가 가능해졌다"며 "이번 소녀상은 독일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성사시킨 데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도 이 캠페인이 확산돼 다른 대학에서도 설립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카셀대학에 건립되는 소녀상은 김운성·김서경 작가의 기증으로 이뤄졌다. 소녀상 작품의 국제항공운송을 위한 비용은 독일 및 전 세계 시민들의 모금으로 이뤄지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 때문에 항공운송요금이 평상시보다 3배 상승해 소녀상 운송비 기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운송비를 기부한 시민 및 단체는 추후 카셀소녀상 옆 동판에 이름을 별도로 새겨 소녀상 옆에 설치될 예정이다. 후원 링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69137-04-014198  재)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정의기억연대

8일(현지시간) 독일 카셀대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제막식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의기억연대
8일(현지시간) 독일 카셀대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제막식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의기억연대
8일(현지시간) 독일 카셀대 교정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정의기억연대
8일(현지시간) 독일 카셀대 교정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정의기억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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