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주인공 성장물 넘어
고래 등 다양한 생물과 공생 다루고
약자에 대한 편견 꼬집고 연대 보여줘
잘못된 사회제도 개선 방향도 제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사진=ENA 제공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사진=ENA 제공

자, 지금부터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똑같은 단어를 떠올려보자.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역삼역’을 거침없이 읊어대고 ‘이효리 마그마’와 같은 몇몇 단어들을 덧붙일 수 있는 이들은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의 애청자일 것이다.

인기 폭발, 화제 만발 드라마인 ‘우영우’는 몰랐던 것, 잘못 알았던 것, 알지만 외면했던 것들에 대해 알려준다. 무엇을 안다는 것은 이전보다 그 대상을 더욱 이해하고 사랑하게 만드는 힘이 있기에, ‘우영우’는 단순히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의 성장을 보여주는 드라마에 머무르지 않는다. 개인의 성장을 넘어 인간과 분리불가결한 지구와 사회, 그리고 구조의 존재와 의미를 각인시키며,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드라마의 가치로 전파하는 ‘ESG 드라마’로 의미를 지닌다.

보통 ESG는 ‘경영’과 조합되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 가치와 지속 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환경(E), 사회적 책임(S), 지배구조(G) 측면에서 어떻게 경영에 반영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 기준들을 의미한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이 세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경영 철학이자, 실제로 기업을 변화시키는 핵심 운용 가치로 영향력을 더하고 있다. 이렇듯 기업의 관점에서 이야기되었던 ESG의 가치를 ‘우영우’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과 에피소드를 통해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해 시청자들을 물들여가고 있다. 

드라마를 즐겨보는 이들이라면 언제 고래가 등장할지 기다리게 된다. 기다림이 큰 만큼 고래가 안 나오는 회차라도 있으면 그 서운함이 제법 크다. ‘우영우’ 이전 고래는 높은 관심의 대상이기보다는, 그저 바다에 사는 포유류라는 단편적인 지식의 카테고리 안에 존재하는 동물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고래 전문가인 ‘우영우’가 속사포로 전하는 이야기는 저마다 다양한 특성을 지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로 고래를 만든다. 대왕고래의 출산 장면을 보지 못할 정도로 넓은 바다의 거대함은 자연 앞에 한없이 작은 인간의 존재를 상기시킨다. 또한 울산 앞바다에서 먹이를 먹고 일본 서해안에서 잠을 자는 고래의 생활은 인간에게 국경은 있지만, 자연에는 경계가 없는 하나의 지구를 문득 깨닫게 한다. 더 나아가, 수족관에서 단명하는 돌고래의 실상과, 어미 고래를 잡기 위해 어린 고래를 먼저 작살로 찌른다는 잔인한 작살 사냥 이야기는 동물원과 수족관이라는 관람 행태 그리고 포경 산업 등에 대해 되돌아볼 기회를 준다. 드라마는 만물의 영장으로서의 인간이 아닌, 고래를 비롯해 다양한 생물이 어울려 살아가는 공존, 공생하는 지구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환경(E) 가치를 일깨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사진=ENA 제공

장애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미혼부의 보살핌 속에 성장한 한부모 가정이라는 주인공의 배경은 평범한 인물들이 보여주지 못한 것을 보여준다. 학창 시절에 ‘아 미안’ 놀이의 대상이 되어 학교 폭력(왕따)의 대상이 되었던 우영우와, 혼자 장애인 아이를 키우면서 쏟아내는 아버지의 슬픔과 눈물은 장애인과 미혼부의 삶, 그리고 장애인 가족을 돌아보게 한다. 이외에도 매 회차에 아버지의 압력을 극복하고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힌 레즈비언 커플, 절절한 모성과 함께 이들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보여준 탈북민, 악플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혐오를 여과 없이 드러낸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 등이 등장한다. 주인공을 제외하고 다른 인물들이 지닌 삶의 무게가 깊이 있게 다뤄지진 않지만, 사건을 되짚어 보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연들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이들에 대한 이해와 포용의 길을 열어 놓는다. 이는 혼자가 아닌 연대와 포용이라는 사회적 책임(S)의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법정물인 ‘우영우’는 민·형사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인간 전형의 집합소이자, 사회의 축소판이 된다. 이 과정에서 정정당당한 경쟁 대신 권모술수를 사용할지라도 승리하려는 적자생존의 경쟁논리, 진실과 정의보다는 로펌의 수익을 고려해야 하는 자본주의적 논리, 법이 아닌 학연, 지연 등 다른 요인들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정, 법을 이용해 경쟁사인 작은 기업을 망하게 하는 큰 기업들처럼, 우리 사회의 제도가 올바르게 작동되지 못하는 지점들을 보여준다. 씁쓸함과 좌절감을 맛보게 하는 동시에 기존 지배 구조의 문제점을 드러낸다. 그리고 주인공을 지지하고 성장을 이끄는 멘토로서의 직장 상사와 동료들, 그리고 변호사로서의 정체성을 깨닫게 하는 인물 등 조력자들의 존재는 잘못된 사회제도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주면서, 법과 사회 제도와 같은 지배구조(G) 개선을 이야기한다.

드라마 주인공 ‘우영우’의 이름은, 한국인 최초 맹인 박사이자,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차관보를 역임했던 고 강영우 박사를 떠올린다(어쩌면 주인공 이름은 고 강영우 박사의 이름에,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똑같도록 성을 바꾼 것은 아닐까?). 고 강영우 박사는 1995년 ‘루스벨트 국제 장애인상’ 창설을 주도하는 등 장애인들의 사회 참여 확대를 위해 헌신하고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이러한 강영우 박사의 생애처럼, ‘우영우’의 성장을 그리는 드라마 ‘우영우’가 ‘지속 가능한 발전’의 선순환을 일으키는 ESG 가치를 전하는 드라마로 끝까지 남길 바란다. 

김은영 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외래교수
김은영 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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