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육 전문가들에 물어보니
이론적 성교육 ⟶ 실질적 성교육 과도기
일상의 분별력 길러주는 교육 필요

최근 ‘교육용 정액 체험 성교육 취소 사태’는 우리 사회 성교육 현주소를 돌아보게 한다. 성교육 전문가들은 현행 성교육은 지나치게 이론 중심적이라며,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성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리 아이들은 이미 온갖 성적 자극에 둘러싸여 살아가므로, 감추고 쉬쉬하기보다 일상의 분별력을 기를 수 있는 교육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성교육 수업을 받고 있다. ⓒ뉴시스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성교육 수업을 받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13일 충북청소년성문화센터가 공지한 초등학교 3~6학년생 대상 프로그램에는 ‘교육용 정액 체험’이 포함됐다. 센터 측은 2차 성징 뒤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몽정 등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교육을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하루에 300통 이상의 항의 전화가 이어지자 20일 교육을 취소했다. 

김남희 충북청소년성문화센터장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아이들이 전문적인 성교육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음란물과의 접촉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며 “음란물을 보는 연령도 점점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갖도록 교육하는 게 목적이었다”라고 항변했다. 

성교육 전문가들은 이번 교육 취소 사태를 어떻게 봤을까.

성교육·성상담 전문기관 자주스쿨 김민영 대표는 “양육자들이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너무 적나라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현실을 보여준 것”이라며 “이렇게 비판받다 보면 이론적인 성교육만 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2022년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 것인지는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의 성교육은 여성들에게 정조를 지켜야 한다는 의미로 순결에 대한 교육을, 남성들에게는 관대한 성인식을 심어주는 방식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최근 아이들은 ‘성교육을 받았지만 기억나는 게 없다’고 말한다. 이는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자신의 몸과 마음에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교육이 교육 현장에서 완전히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유아기부터 시작하는 우리 아이 성교육』의 저자 박미애 강사는 “과거의 성교육은 성폭력 예방 교육의 측면이 강했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성에 대해 정확하게 알려주기보다는 성폭력이 무엇인지, 성폭력 상황에서 대처하는 방법 등에 집중했다”며 “성폭력 예방 교육 자체도 문제가 많았다.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여성과 남성, 둘이서 있는 시간을 만들지 말라는 식이었다”고 지적했다.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진행한 ‘99년생을 위한 어른이 성교육’ 참가자들이 콘돔을 어떻게 꺼내 사용하고 버리는지 연습하고 있다. ⓒ이세아 기자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진행한 ‘99년생을 위한 어른이 성교육’ 참가자들이 콘돔을 어떻게 꺼내 사용하고 버리는지 연습하고 있다. ⓒ이세아 기자

 “애들에게 너무 많이 알려줄 필요 없다?
이미 온갖 성적 자극 둘러싸여 살아가
일상의 분별력 기를 수 있는 교육 필요”

전문가들은 포괄적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영 대표는 “생물학적 성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성에 대해 생각해보고 적용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유정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사무국장은 “섹슈얼리티의 측면에서 정보, 지식, 기술, 태도 등을 담은 교육”이라며 “포괄적 성교육이 강조하는 것은 성적 주체로 청소년들을 간주하고, 보다 긍정적인 관점으로 청소년의 섹슈얼리티적인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대표는 “포괄적 성교육을 반대하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알려준다는 것이 제시된다”며 “그러나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엔 정말 많은 성적 자극이 존재한다. 학교를 지나가다 만나는 모텔 간판, 미디어 속 성적 대상화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이 유해하고 무엇이 도움이 되는 것인지 분별력을 기르게 해주는 것은 꼭 필요한 교육”이라고 덧붙였다.

박미애 강사는 “포괄적 성교육은 성 행동을 부추기는 교육이 아니”라며 “포괄적 성교육을 통해 성평등한 태도를 갖게 하고, 자기 효능감의 증가 및 젠더 기반 폭력과 차별을 방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포괄적 성교육이야말로 우리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누군가를 온전하게 존중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매우 필요한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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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10/0000098730?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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