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우리말 쓰기] ⑨ 코로나 더블링 대신 ‘2배 증가’로
[쉬운 우리말 쓰기] ⑨ 코로나 더블링 대신 ‘2배 증가’로
  • 곽민정 방송사 보도본부 어문위원
  • 승인 2022.07.22 10:19
  • 수정 2022-07-22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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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만3582명으로 집계된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19일 서울 마포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매일 오전 9시 30분께면 코로나 기사가 쏟아집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전날 발생한 코로나 확진자 수를 집계해 발표하면 언론들은 그 내용을 받아 속보를 내지요. 확진자 수뿐만 아니라 국민이 코로나와 관련해 꼭 알아야 할 내용들을 보도하는데요, 한동안 흐뭇한 표정으로 속보를 지켜보았습니다. 눈에 띄게 줄어드는 확진자 수를 보며 ‘아,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려나 보다’ 기대가 컸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7월로 접어들며 기대는 꺾이고 말았습니다.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기 시작했고 20일도 채 안 되는 사이 7만 명까지 폭증했기 때문입니다. 그 즈음 뉴스에선 연일 ‘더블링’이란 단어가 위협하듯 등장했습니다. ‘계속되는 더블링’ ‘더블링 지속’ ‘지난주의 2배, 더블링’처럼요.

감염병 관련 기사는 쉽게 써야

공무원에게 쉬운 글로 공공언어를 써야 하는 의무가 있듯이, 기자들에게도 기사를 쓸 때 지켜야 할 ‘보도준칙’이 있습니다. 여러 준칙 중에서도 감염병 준칙이 있는데요, 감염병은 국민의 생명 보호와 안전에 직결되므로 정확하고 신속하게 관련 정보를 전달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학적 용어를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이들 기준에 비춰본다면, 공무원도 기자들도 의무를 다하고 있지 못한 것 같습니다. 보건 당국의 코로나 관련 브리핑과 홍보자료에선 여전히 코로나 관련 의학 용어가 사용되고, 이 홍보자료를 바탕으로 기자들은 어려운 용어를 그대로 기사에 반영하고 있으니까요.

코로나는 국내적 상황이 아닌 전 세계적 상황이므로 언어를 통일해야 할 필요성도 물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바이러스 명칭입니다. 오미크론처럼 한글로 표기할 수 있는 것은 물론 BA 5, BA 4, BA 2, BA.2.12.1 등처럼 복잡해 보이는 명칭도 그대로 사용해야 하지요. 하지만 더블링은 어떨까요?

더블링 현상

더블링(doubling)은 영어권에서 일상적으로 쓰이는 단어이면서, 동시에 감염병 관련 언어입니다. 팬데믹‧엔데믹처럼요. 감염병 확진자가 기준일보다 2배 증가했다는 의미로 쓰이는데요, 영어권에선 아무 저항 없이 이 단어를 이해하겠지만 우리 국민은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형용사인 더블(double‧두 배의)을 따블로 발음하며 ‘2배’라는 명사로 더러 사용하기에 더블링의 뜻을 유추할 수는 있겠지요. 제가 그랬습니다. 확진자 더블링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 ‘더블링 → 더블(따블) → 2배 → 확진자 2배 증가’의 인식 과정을 거쳐 뉴스를 이해했지요. 제 경험을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모든 국민이 더블링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겁니다. 앞서 언급했듯 감염병 관련 기사는 국민의 건강과 목숨에 관련된 만큼 무엇보다 신속히 전달될 수 있도록 직관적인 언어로 작성되어야 합니다.

더블링 대신 ‘2배 증가’로

2019년 12월 중국서 첫 발병된 코로나는 이후 전 세계서 발병, 확산, 유행, 주춤, 재확산 양상을 보여 왔는데요, 그에 따라 언어도 진화해 왔습니다. 첫 발병 땐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 명칭이 정착했고, 유행할 땐 팬데믹이, 백신을 추가 접종해야 할 시기엔 부스터샷(숏)이란 용어가 널리 쓰이는 식이었지요. 언제나 그렇듯 현상이 먼저, 언어는 한 발 늦게 정착했습니다. 지금도 동일한 상황입니다. ‘더블링’ 현상은 이미 일주일 넘게 계속되고 있지만 용어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지요. 국립국어원에 확인해보니 더블링을 심의할 계획은 없다고 합니다. 대체 불가한 용어만을 심의하고 더블링처럼 사전을 찾아 이해할 수 있는 단어는 심의하지 않는다 하더군요. 제 생각도 비슷합니다. 굳이 심의를 하지 않아도 더블링은 ‘2배 증가’로 쉽게 풀어 쓸 수 있으니까요. 간혹 ‘배가하다’ ‘배증하다’도 사용하는데요, 직관적이지 않고 어려워 보입니다. 모쪼록 방역 당국과 언론이 영어 더블링이 아닌 우리말로 쉽게 풀어 쓴 ‘2배 증가’를 사용해 주셨으면 합니다. 덧붙여 코로나가 2배·3배 증가했다는 소식이 아닌,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뉴스가 하루빨리 들려왔으면 좋겠습니다.

곽민정 방송사 보도본부 어문위원<br>
곽민정 방송사 보도본부 어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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