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산하기관 통폐합 관련 조례안’ 반대 목소리 높아
개편되는 ‘대구시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이
여성가족재단·청소년재단·평생교육진흥원 3곳 흡수
"여성정책, 청소년, 평생교육 복지로 묶어서는 안돼"

22일 오전 대구시의회 앞에서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활동가들이 "대구시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 관련 조례 개정안 의결을 유보하라"며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제공
22일 오전 대구시의회 앞에서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활동가들이 "대구시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 관련 조례 개정안 의결을 유보하라"며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제공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상임대표 남은주, 이하 대경여연)는 21일 논평을 내고 “3억5000만원 아끼려다 각 기관의 전문성과 여성정책 연구가 훼손되고 실종 된다”며 “공공기관 통·폐합 조례 의결을 유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시의회는 22일 본회의에서 대구시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 관련 조례 개정안 의결을 앞두고 있다.  

대경여연은 “대구시 공공기관 통폐합은 이렇게 졸속으로 처리해도 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공공기관 통폐합의 근거와 타당성을 제대로 설명하고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대구시의회는 행정부의 근거 없는 정책에 거수기 노릇을 그만두고 공공기관 통·폐합 조례 의결을 유보해야 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어 “민의를 대변하는 의회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고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지금 대구시민을 위해 대구시의회가 할 일”이라고 했다.

대경여연은 22일 오전 9시30분부터 대구시의회 앞에서 피케팅을 한 뒤 10시부터는 본회의를 방청할 예정이다.

남은주 대경여연 상임대표는 “조례발의 한 의원들도 통폐합으로 인해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는지, 예산 규모는 어느 정도 줄어드는지 잘 모르는 듯 했다”고 지적했다.

22일 오전 대구시의회 앞에서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활동가들이
22일 오전 대구시의회 앞에서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활동가들이 "대구시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 관련 조례 개정안 의결을 유보하라"며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제공

지난 20일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에서 ‘대구광역시 사회서비스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과 ‘대구광역시문화재단설립및 운영조례전부개정조례안’ 심의 과정을 참관한 남 대표는 이렇게 전했다.

“이날 문화복지위원회 의원들은 전국에서 대구만 유일하게 공공기관을 통폐합하는 문제를 지적하며 졸속 추진, 전문성 훼손 등을 우려하며 ‘더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는 자신들이 발의한 조례안의 문제를 관련 부서에 따져 묻는 것인데, 자신들이 발의한 조례가 맞기는 한 것인지, 충분히 검토한 후 조례를 발의하지 않고 발의부터 해 놓고 관련 부서에 질의하는 의원들의 모습은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또한 남 대표는 “‘대구시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으로 통폐합되는 4개 기관 대구여성가족재단, 대구평생학습진흥원, 대구청소년지원재단, 대구사회서비스원의 종사자 560여명의 고용승계와 상이한 임금체계를 맞추는 문제, 통합으로 인한 전문성 훼손 등과 관련, 의원 여러 명이 질의하고 관련부서담당자가 ‘문제가 없게 하겠다’, ‘시너지효과가 날 것’이라고 답했다.  통폐합으로 인한 문제에 대해 검토하지 않은 것은 의원들이나 관련 부서나 마찬가지였다”고 지적했다. 

4개 기관의 종사자는 560여명이며 인건비는 83억원이다. 통폐합으로는 3억5000만원이 절약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화복지위원회 의원들은 3억5000만원에 대해 ‘통폐합으로 사라지는 각 기관 대표의 인건비 밖에 되지 않는다. 이 돈도 각 기관별로 차이가 나는 임금을 조정하면 적자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경여연은 "3억5000만원을 절약하기 위해 각 기관의 전문성을 없애고 기타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것을 예측하면서도 통폐합을 진행한다는 것은 시의원으로 책임을 다하는 행동으로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15일 오전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활동가들이 대구시의회 본회의를 방청하는 모습. 사진=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제공
15일 오전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활동가들이 대구시의회 본회의를 방청하는 모습. 사진=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제공

단체는 대구사회서비스원을 제외한 대구여성가족재단, 대구청소년지원재단, 대구평생학습진흥원은 기관의 위상과 역할이 ‘대구시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으로 통합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들 기관의 기본 구조가 사회복지 구조가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단체에 따르면 대구여성가족재단은 성평등한 대구를 만들기 위한 연구활동과 사업을 펼치고 있는 연구기관인데 반해, 대구평생학습진흥원은 시민교육을 중심으로 교육 기능이 더 강하다. 대구청소년지원재단은 청소년을 위한 건강하고 행복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활동, 지원, 보호 등 통합적 지원시스템이다. 단체는 "이렇게 상이한 기관을 하나로 통폐합하면서 각 기관의 기능손실이 없다는 담당공무원의 호언장담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통폐합 기관 중 가장 상이한 위상과 역할을 가지고 있는 기관은 대구여성가족재단이다. 대구여성가족재단은 대구여성운동단체 및 대구 여성계가 지방선거 때마다 제안해 2012년에야 만들어졌다.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대구에 성평등 정책의 근거가 되는 연구를 진행하고, 성주류화, 성별영향분석평가, 일·가정 양립 지원 정책을 펼쳐왔다. 그러나 ‘대구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으로 통합된다면 이러한 대구여성가족재단의 역할이 어떻게 축소·변형될지 알 수 없다는 목소리가 뜨겁다.

대경여연은 "민선 8기에 들어서며 양성평등기금 폐지, 대구여성회관, 동부여성문화회관 도시관리본부 관할 등 성평등 정책의 축소와 퇴보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런 정책으로는 대구여성들의 일과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졸속 통폐합이 아니라 대구시민들이 겪고 있는 삶의 문제, 대구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 고용단절비율, 가사노동시간, 대구여성들의 삶과 건강 문제 등 지방행정이 해결하기 위한 고민과 대안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