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대상화 분위기·초기 언론보도 2차 가해 댓글 양산
애도와 추모의 목소리도 있어… 과대대표화 지양해야

15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학교에서 나체 상태로 피를 흘리며 쓰러진 채 발견된 20대 여성이 숨진 사건과 관련 경찰이 폴리스 라인을 설치했다. ⓒ뉴시스·여성신문
15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학교에서 나체 상태로 피를 흘리며 쓰러진 채 발견된 20대 여성이 숨진 사건과 관련 경찰이 폴리스 라인을 설치했다. ⓒ뉴시스·여성신문

‘인하대 성폭행 사망사건’의 2차 가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악의가 없거나 조롱성 댓글이 아니어도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15일 인하대학교 캠퍼스 내에서 A(20)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수사 결과 동급생 B씨에 의해 성폭행을 당한 후 추락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하대에는 A씨를 추모하기 위한 공간이 16일 조성됐다. 그러나 18일 추모 공간과 근조화환이 일제히 철거됐다. SNS에서는 남직원이 강제로 철거했다는 루머가 퍼졌지만, 유가족이 2차 가해가 심각한 상황을 우려하며 철거를 요청한 사실이 밝혀졌다.

유가족의 우려대로 ‘인하대 성폭행 사망사건’의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는 심각한 상황이다. 온라인 뉴스 댓글 창, 온라인 커뮤니티, SNS에서 피해자에 대한 모욕적인 댓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원진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은 “‘모든 남성을 범죄자화하지 말라’고 말하며 가해자와 본인을 선 긋기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태도와 여성을 물건화하는 사회적 분위기의 연장선상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언론의 초기 보도가 사람들의 선정적인 호기심을 자극해 2차 가해 댓글이 양산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은 “단신보도가 나왔을 때 피해자를 대상화하는 방식으로 보도가 됐다”며 “예컨대 여성만을 특정했다거나 피해자 성별은 특정하고 가해자 성별은 특정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악의를 가진 댓글이 아닌 댓글 또한 2차 가해의 특성을 띄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피해자를 애도하면서도 가해자와 함께 술을 마신 사실에 안타까움을 표하는 내용이 그러하다. 그러나 이는 피해자에 책임을 돌리는 내용일 뿐이다. 최원진 사무국장은 “성폭력, 성인식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이런 댓글을 쓰는 것 같다”며 “이는 끊임없이 피해자로 하여금 원인을 자기에게 돌리게 만들고, 대학 내 성폭력의 경우에는 학내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사건을 공론화하기가 쉽지 않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이유에서든지 가해 행위 자체가 잘못된 것일 뿐이다. 피해자의 측면에서 이유를 다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꼬집었다.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인하대 캠퍼스에서 20대 여대생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뒤 건물 3층 아래로 떨어져 숨지게 한 혐의로 20대 남학생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후 여대생이 발견된 현장인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학교 한 건물 앞 추모공간에서 인하대생이 추모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인하대 캠퍼스에서 20대 여대생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뒤 건물 3층 아래로 떨어져 숨지게 한 혐의로 20대 남학생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후 여대생이 발견된 현장인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학교 한 건물 앞 추모공간에서 인하대생이 추모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한편, 전문가들은 ‘인하대 성폭행 사망사건’에서 2차 피해성 댓글이 과도하게 주목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원진 사무국장은 “2차 피해를 주는 언동이 과대대표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혐오적 발언을 내뱉는 사람들보다 피해자들에 애도하는 사람들에 집중하지 않는 태도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권김현연 소장도 “애도하고 위로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2차 피해를 양산하는 이들을 바라보기 보다 이 사건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에 대해 돌이켜 봐야 할 때”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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