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인하대 학생 A씨가 지난 25일 붙인 ‘당신의 목소리를 키워 응답해주세요’라는 제목의 대자보.(사진=익명의 인하대학교 학생 A씨 트위터)
익명의 인하대 학생 A씨가 지난 25일 붙인 ‘당신의 목소리를 키워 응답해주세요’라는 제목의 대자보.(사진=익명의 인하대학교 학생 A씨 트위터)

캠퍼스 내 성폭행 사망사건을 겪은 인하대학교에서 학내 성차별 문화를 지적하는 대자보가 붙고 있다. 

인하대 학생 A씨는 지난 25일 ‘당신의 목소리를 키워 응답해주세요’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게재하고 “학내 성폭력 사건, 학내 성차별적 문화를 지적하면 ‘꼴페미’ ‘메갈’ 등으로 공격당할까봐 자기 검열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성별 갈등을 조장하지 말라는, 이번 사건 때문에 입결이 걱정된다고 떠드는, 자극적인 가십거리를 떠드는 사람들이 있다”며 “반면 숨죽여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폭력이 걱정돼 불쾌한 상황에도 ‘친절’하게 살아야 하는 여성들”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으로 실추된 ‘위신’은 무엇이냐고 물은 A씨는 ”누구는 ‘갑자기’ ‘상관없는 사람’ 때문에 ‘잠제적 가해자’로 불려서, ‘입결과 학벌’이 떨어져 ‘남성’으로서 ‘대학생’으로서 위신이 무너졌다고 말한다. 이들은 공공연히 자기 체면이 무너져 화난다고 떠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의대생들이 단톡방에서 여학우들을 성희롱하고, 남총학생회 후보가 한 여성 학우를 스토킹했을 때도, 교내 커뮤니티에서 여성을 조롱하는 게시글이 늘 올라올 때도 누군가는 갈등을 조장하지 말라고, 성급히 일반화하지 말라고, 잠재적 가해자로 몰지 말라며, 우리 학교의 아웃풋과 입결은 그래도 괜찮을 거라며 자기 체면 걱정하는 말을 공공연히 했다”고 밝혔다.

A씨는 판을 갈 때라고 강조하며 “지금까지 염치없이 떠든 자들에게 우리의 존엄과 삶을 맡기기엔, 서로의 안녕을 숨죽이며 더듬더듬 확인하기엔 최근 마주한 전대미문의 사건은 평등한 학교, 안전한 학교를 세우는 일이 ‘시급한 과제’이길 넘어 ‘뒤늦은’ 과제임을 분명히 말한다”며 “당신의 못다한 그 말을 소리 높여 들어달라고, 서로의 목소리에 응답하며, 평등하고 존엄한 학교를 만들자고 이제는 숨죽여 말하던 이들이 공공연하게 말해야될 때”라고 밝혔다.

26일 익명의 B씨가 붙인 ‘성차별을 성차별이라 부르지 못하고’라는 제목의 대자보.(사진=인터넷 커뮤니티)
26일 익명의 B씨가 붙인 ‘성차별을 성차별이라 부르지 못하고’라는 제목의 대자보.(사진=인터넷 커뮤니티)

A씨가 대자보를 붙인 다음날인 26일 익명의 B씨는 ‘성차별을 성차별이라 부르지 못하고’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게재했다.

B씨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대해 언급하며 “이번 인하대에서 성차별을 읽어내는 것은 이제는 정말로 더 이상 성급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하대 내부는 물론 여러 대학가에서 여성이 모욕당하고 물리적·성적 폭력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끔찍한 장면을 목도하고도 우리는 이 사건들을 개인의 일탈, 끔찍한 오류로 치부하기 급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성차별이 단순한 감정적 불화나, 일부 사람들 사이의 분란이 아닌, 중력처럼 이 전체에 퍼져 있는 사회 문제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렇게 비로소 우리는 ‘진짜 우리’의 안전을 쟁취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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