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미르생명’ 실화는? ‘농협 사내부부 해고 사건’
우영우 ‘미르생명’ 실화는? ‘농협 사내부부 해고 사건’
  • 이하나 기자
  • 승인 2022.08.07 14:48
  • 수정 2022-08-09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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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2화 ‘미르생명 구조조정’ 편
한국여성민우회는 당시 1, 2심의 원고기각 판결에 반발해 대법원에 상고 중인 농협 여성직원 2명의 사내부부 부당해고 무효확인 소송을 지원하는 공동변호인단 16명을 구성하는 한편 대법원 앞에서 릴레이 1인시위를 펼쳤다. 사진은 1인 시위하는 지은희 당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 대표. 사진=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민우회는 농협 사내부부 해고 사건 당시 1, 2심의 원고기각 판결에 반발해 대법원에 상고 중인 농협 여성직원 2명의 사내부부 부당해고 무효확인 소송을 지원하는 공동변호인단 16명을 구성하는 한편 대법원 앞에서 릴레이 1인시위를 펼쳤다. 사진은 1인 시위하는 지은희 당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 대표. 사진=한국여성민우회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12화가 다룬 ‘미르생명 구조조정’ 에피소드가 화제다. 여성노동 인권을 다룬 이번 편이 실제 ‘농협 사내부부 여성 우선 해고 사건’을 바탕으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거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4일 방영된 ‘우영우’는 미르생명의 희망퇴직 권고를 두고 대형 로펌 한바다와 여성‧인권 변호사인 류재숙 변호사(이봉련)가 맞붙는 이야기를 그렸다. 우영우 변호사(박은빈)는 같은 변호사지만 다른 가치관을 지닌 정명석 변호사(강기영), 류재숙 변호사 사이에서 변호사의 책임과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극 중에서 미르생명은 회사 합병을 앞두고 “상대적 생활 안정자”라는 이유로 사내부부 직원을 구조조정 대상자 0순위로 정했다. 회사는 ‘사내부부 직원 중 1인이 희망퇴직하지 않으면 남편 직원이 무급 휴직의 대상자가 된다’는 방침을 내세워 여성 직원들의 사직을 유도했다. 부당함을 느낀 여성 직원들이 소송을 제기했고 부당해고라는 결정적인 증거를 찾았음에도 원고 측은 재판에서 패했다.

재판부는 미르생명이 사내부부 중 희망퇴직 대상을 아내로만 제한한 것이 아니었고, 여성 노동자들이 여러 조건과 사정에 따라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점을 들어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1999년 ‘농협 사내부부 여성 우선해고 사건’

이 에피소드는 1999년 IMF 경제위기 이후 벌어진 ‘농협 사내부부 여성 우선해고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1999년 1월 농협중앙회는 구조조정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상대적 생활안정자”를 우선 선정한다며 사내부부를 명예퇴직과 순환명령휴직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총 762쌍의 사내부부 중 752쌍의 한쪽 배우자가 명예퇴직을 신청했고, 그 중 91.5%(688명)가 여성이었다.

당시 여성 노동자들이 법원에 제출한 진정서를 보면 사내부부 중 여성들은 상사와 인사과에 명예퇴직 신청을 종용당했다. 소송을 제기한 김모씨는 “명예퇴직을 안하면 남편은 휴직명령을 받고 아내는 연고가 없는 지방으로 발령을 받는다, 남편이 우선적으로 정리해고 대상이 되는 등 불이익을 받게 된다, 남편의 앞길을 막아서야 되겠느냐, 남편을 잘 내조하는 것이 여자의 미덕이 아니냐 등의 퇴직 압력을 받아야했다”고 말했다.

당시 한국여성민우회는 ‘여성우선해고반대운동’을 펼쳤고 이미경 국회의원이 노동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특감이 이뤄졌다. 그해 5월 노동부가 농협의 성차별적 구조에 대해 엄중경고했지만 피해 당사자인 여성 노동자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앞장서 부당해고에 맞서기엔 여전히 농협에서 일하는 남편의 안위가 걱정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후 두 명의 여성 해고자가 용기를 냈고, 여성단체 대표·교수 등 25인은 헌법,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혐의로 농협을 고소·고발했다. 6월 해고자 2인은 부당해고무효확인소송도 제기했다.

당시 수많은 연구자, 여성단체와 시민단체들은 검찰과 재판부에 의견서, 탄원서, 촉구서를 제출했고, 이화여대 여성학과 학생들과 예비취업자들까지 나서 서울 서대문구 농협중앙회 앞에서 ‘내 결혼을 알리지 마라’는 피켓을 들고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여성민우회는 대법원에 상고 중인 농협 여성직원 2명의 사내부부 부당해고 무효확인 소송을 지원하는 공동변호인단 16명을 구성했다.

공동변호인단에는 주변호사인 박주현, 최은순, 김진 변호사를 비롯해 고영구, 김형태, 박성호, 박원순, 이백수! 정미화, 최병모, 최영도, 이유정, 이지선, 원민경, 이상희, 김태선 등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농협 사내부부 해고사건은 4년이라는 법적 투쟁을 거쳤으나 여성 해고자들은 법정에서 패소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 제18재판부는 “명예퇴직 의사표시가 강박에 의한 것이거나 비진의표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피고가 부부직원의 일방을 대상으로 정하였을 뿐 아내인 직원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님은 앞서 본바와 같으니 그 어느 편이 퇴직할 것인가는 당해 부부가 자율적으로 판단할 사항이라 할 것”이라며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용인되는 그와 같은 퇴직의 종용을 두고 실제로는 아내인 사원이 퇴직하는 사례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사정만을 들어 곧바로 헌법이나 근로기준법 등이 정하는 남녀평등에 반하여 여성을 차별한 것이라고도 볼 수 없다 할 것이다”고 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을 받아들여 2002년 11월 8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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