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이하 인권위)는 경찰청과 소방청이 소방‧경찰공무원 경력직 채용 시 응시할 수 있는 연령을 제한하고 있는 현행 법령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으나 이를 따르지 않았다고 29일 밝혔다. ⓒ홍수형 기자
ⓒ홍수형 기자

공공기관에 외근직으로 첫 출근한 A씨에게 임신을 이유로 사직서를 쓰라고 강요한 것은 차별이라는 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이하 인권위)는 임신을 이유로 한 고용 차별 사건과 관련해 2022년 7월 25일 한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에게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업무 관계자에 대한 필요한 인사조치와 소속 직원을 대상으로 성인지 감수성 향상 및 차별 예방을 위한 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고 8일 밝혔다.

진정인은 임신부로, 지역의 한 선거관리위원회가 선발한 2022년도 공정선거지원단(이하 선거지원단)에 합격하여 2022년 1월 3일부터 출근했다. 외근직인 지역단속반으로 배정받은 진정인은 내근직인 법규운영반으로의 업무전환을 요청했고, 이와 관련해 면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담당 지도계장으로부터 임신을 이유로 사직을 강요당해 출근 첫날 채용이 종료되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진정인에게 △임신 중 선거지원단의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점 △6월 지방선거 임박 시점이 진정인의 출산 예정일과 겹쳐 근로계약기간 충족이 어려운 점 △배정된 선거지원단의 근무형태를 임의로 변경하기 곤란한 점 △진정인의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으로 인해 근무 중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이 높은 점 등을 설명해, 이에 진정인이 자의로 사직서에 서명한바 사직 강요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업무가 임신부가 수행하기에 불가능한 업무가 아닌 점, 향후 출산에 따른 근로계약 미준수 가능성은 공공기관의 예상에 불과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공공기관의 주장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설령 출산으로 근로기간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대체인력 마련 등 적극적인 보호 조치를 하는 것이 모성보호의 책임이 있는 국가기관의 역할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선거관리위원회가 진정인의 내근직 전환을 불허한 피진정인의 행위는 임신 중인 진정인의 근로환경 보호를 위한 국가기관의 적극적인 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행위라고 봤다.

이어 2021년 진정인이 채용되었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백신 미접종에 따른 선거지원단 근무 제한 방침은 없었고, 사회 전반적으로 임신부의 적극적인 백신 접종이 어려운 상황(미접종 비율 90.2%)이었음에도, 해당 기관이 진정인에게 대안을 모색하여 안내하기 보다는 진정인이 근로를 지속하기 어렵겠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도록 유도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진정인으로 하려금 사직을 종용 또는 강요받는 것으로 느끼도록 한 피진정기관의 행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임신 등을 이유로 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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