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3일 무지출을 목표로 다이어리를 쓰고 있는 유튜버 반백수 김절약씨. 사진=유튜브 캡처
주 3일 무지출을 목표로 다이어리를 쓰고 있는 유튜버 반백수 김절약씨. 사진=유튜브 캡처
걸음 수로 돈을 버는 유튜버 김알밥은 파이어족씨. 사진=유튜브 캡처
걸음 수로 돈을 버는 유튜버 김알밥은 파이어족씨. 사진=유튜브 캡처

23년 만에 치솟은 물가에 인생은 한 번뿐이라며 ‘욜로’(You Only Live Once·YOLO), ‘플렉스’(Flex)를 외치던 과시형 소비 대신 ‘무(無)지출 챌린지’·‘짠테크’(짜다+재테크의 합성어로 불필요한 지출을 막는 소비 패턴)를 하는 경향이 커졌다.

#직장인 유지은(28)씨는 점심시간 마다 찾던 식당과 카페를 끊었다. 유씨는 “물가 상승률이 높다는 걸 식비 지출 내역을 보면서 알게 됐다”며 “3개월 전부터 매일 아침 일어나서 점심으로 먹을 도시락을 싸고 커피를 내려 보온병에 담는 것이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혼자 밥 먹는 것도 물론 좋지만 아직까진 사내 분위기 상 도시락보단 외식을 하는 분들이 많다”며 “가끔 나만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아쉬울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 하던 정재빈(29)씨도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정씨는 “최근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는데 식비 다음으로 많이 지출하는 것이 교통비였다”며 “따릉이를 타고 다녔는데 마침 자전거가 생겨서 출퇴근 시 이용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이어 “장마라 비가 오는 날엔 부득이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최대한 자전거로 다니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몇 년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욜로’나 ‘플렉스’가 소비 트렌드였다면 고물가 시대에 알뜰 소비를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7월 외식 물가지수는 111.39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8.4%나 올랐다. 지난 1992년 10월(8.8%) 이후 29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오름폭을 보였다. 통계청 집계 대상 전체 외식 품목 39개의 물가가 모두 상승했다.

티몬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3일까지 열흘간 고객 787명을 대상으로 ‘물가’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95%는 1년 전보다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답했다고 5일 밝혔다. 또 2명 중 1명은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는 빈도가 늘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94%는 일상생활에서 식·생활용품을 구매할 때 물가 상승이 느껴진다고 말했고, 지난해보다 물가 변화가 크다고 생각하는 항목은 ‘식비’가 85%로 압도적이었다. 알뜰소비 경향도 커졌다. 쇼핑할 때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요소로 가격(36%)을 가장 많이 꼽았고, 65%의 응답자가 물가가 오르면서 ‘유통기한 임박·리퍼·중고 제품에 관심이 많아졌다’고 답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식비를 줄이는 노하우들이 올라오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짠테크와 #무지출챌린지를 검색하면 하루 사용 내역이 적힌 가계부 사진이 나온다. 고정 지출 비용인 식비를 줄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외식 대신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를 통해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이른바 ‘냉장고 파먹기’를 하거나 죽이나 비빔밥 등 대용량으로 만든 음식으로 며칠 끼니를 해결하는 방법 등으로 소비를 줄이고 있다. 또 교통비는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알뜰교통카드를 이용해 줄인다. 통신 요금제는 알뜰 요금제로 바꾸거나 잘 사용하지 않는 구독서비스를 해지한다.

‘절약 브이로그’, ‘알뜰 꿀팁’, ‘냉장고 털기’ 등 절약 노하우를 공유하는 유튜버도 등장하고 있다. 취업 준비생인 이세연(25)씨는 “무지출 챌린지를 열심히 하다가도 가끔씩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온다”며 “한 번 오른 물가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언제까지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야 하나 싶다”고 씁쓸함을 전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